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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교수 65% “논문 심사비 적절하지 않다”
인문계 교수 65% “논문 심사비 적절하지 않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01.0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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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박사과정 운영실태·개선방안 설문조사_ 대학원 입학 ‘쉬워’ 質 우려

정부가 뒤늦게 국내 대학원 박사과정의 질 관리에 나서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대학 설립ㆍ운영 규정’을 개정해 박사과정 설치요건을 강화하겠다고 한 것도 박사학위 남발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대학원 재정지원 사업을 우수 연구집단 지원 위주로 개편하고, 박사과정은 연구역량을 갖춘 대학 위주로 운영하도록 하는 등 구조개편을 동시에 고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2년 업무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다. 김성규 교과부 대학원제도과장은 “강제로 박사학위 과정을 못하게 막을 수는 없고 대학원 재정지원 사업에 고려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학원 박사학위 과정 운영 실태가 어떻기에 질 관리 혹은 내실화 요구가 끊이지 않는 걸까. 정작 대학원생과 교수는 국내 대학원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국내 박사과정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당사자들은 어떤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여길까. 신현석 고려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이 교수 344명과 박사과정 대학원생 4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그래서 관심을 끈다. 국내 박사과정 운영 실태와 질 관리의 문제점, 개선방안에 대해 교수ㆍ대학원생의 생각을 물었다. 교과부 정책연구과제인 『박사과정 운영의 내실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실시했다.

※출처: 『박사과정 운영의 내실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연구책임자 신현석 고려대, 2011.12)

국내 대학원 교육의 수준은

신임교수 임용에서 해외박사를 선호하는 현상은 국내 대학원 과정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 교수 스스로도 국내 대학원의 질적 수준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교수에게 국내 대학원의 질적 수준을 물었더니 ‘높은 편’이라는 의견은 48.3%였다. 하지만 ‘낮은 편’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12.2%, ‘그저 그렇다’는 의견이 39.5%로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다.

대학원의 질적 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해 봤다.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긍정적 의견이 30.0%인 반면 ‘국제적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부정적 의견이 32.0%였다. ‘그저 그렇다’는 의견도 38.1%나 됐다. 우리나라 교수 중 약 30%만이 국내 대학원의 수준이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대규모 대학, 이학ㆍ공학 계열 교수일수록 국내 대학원의 질을 높게 평가했다.

국내 대학원의 수준을 낮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적으로 쉬운 입학기준의 영향도 있는 듯하다. 신입생 선발기준이 국제적 수준에 비해 ‘어려운 수준’이라는 의견은 13.3%에 불과했다. ‘쉬운 수준’이라는 의견이 72.9%에 달했다. 그나마 국제적 수준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13.7%에 그쳤다. 선발 경쟁률도 높지 않다. ‘낮다’와 ‘그저 그렇다’는 의견이 각각 31.4%로 나타났다. ‘높다’는 의견은 32.4%에 그쳤다.

※교수 344명, 대학원생(박사 1학기~수료) 479명 대상 설문조사

과제물에 대한 피드백이나 대학원생의 수업 준비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교수가 제출한 과제물에 대해 심층적인 피드백을 해준다는 대학원생이 53.6%였다.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응답은 14.3%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저 그렇다는 부정적 유보 의견이 32.2%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교수들이 과제물 관리의 내실화 측면에서 부실한 관리 행태를 보이고 있음을 반증해 주는 응답 결과”라고 해석했다.

절반 정도의 대학원생은 수업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학원생 스스로 수업 준비를 충실히 하고 있다는 응답은 58.9%인 반면 충분한 수업 준비를 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10.9%였다. ‘그저 그렇다’는 응답도 30.2%나 됐다. 수업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이 수업 준비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교수 역시 많은 편은 아니었다(54.1%).

상당수 대학원에서는 학생들의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 교수 중심으로 교과목이 운영되고 있었다. 대학원 개설과목은 대학원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교수는 40.6%, 대학원생은 35.5%였다. 인접학문에 대한 개방성과 수용성도 떨어졌다. 교수가 인접학과의 전공수업을 수강하도록 권장한다는 응답이 교수는 45.0%, 대학원생은 37.2%에 그쳤다.

논문 지도 현실은

박사과정의 최종 단계인 논문 심사만 제대로 해도 어느 정도 질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지적도 현장에서는 많이 제기된다. 현실은 어떨까. 논문 심사 자체는 전반적으로 공정하게 진행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수의 84.9%, 대학원생의 80.7%가 박사학위 논문심사 과정이 공정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논문 심사위원 구성을 보면 심사의 엄격성을 훼손될 우려도 있었다. 박사학위 논문 심사위원 선정과정을 교수에게 물었더니 78.5%가 ‘지도교수가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학과 교수회의에서 선정한다’는 응답이 13.2%, ‘학과장이나 주임교수가 선정한다’는 응답이 7.1%로 나타났다. 대부분 박사논문 심사위원 선정을 지도교수에게 일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원생에게 질문한 결과에서도 ‘지도교수가 추천하는 위원들로 구성한다’는 응답이 64.8%로 가장 많았고, ‘대학원생이 희망하는 위원들로 구성한다’는 응답(12.1%)이 뒤를 이었다.

논문 심사비에 대해서는 교수와 대학원생의 의견이 갈렸다. 대학원생들은 박사과정 논문 심사비에 대해 ‘비싼 편’ 32.3%, ‘싼 편’ 13.1%, ‘보통’ 54.6%로 나타나 대체로 수용하는 태도를 갖고 있었다. 반면 교수들은 논문 심사비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응답이 47.2%에 달했다. ‘적절하다’(26.0%)는 응답과 ‘그저 그렇다’(26.9%)는 의견이 비슷했다. 논문 심사비가 적절하지 않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심사를 받은 대학원생에게 개인적으로 보상받으려는 불법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을 드러낸 셈이다. 인문계열 교수들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비율(65.2%)이 가장 높았다.

박사논문 제출 자격요건으로 학술지 논문 게재를 요구하는 대학이 늘면서 종합시험은 사실상 요식행위가 되고 있었다. 대학원생에게 박사과정 종합시험 탈락률을 물었더니 ‘탈락률이 높다’는 응답은 7.7%에 불과했다. ‘탈락률이 높지 않거나 탈락자가 거의 없다’는 응답이 43.4%에 달했다. 교수 역시 탈락률이 ‘높은 편’이라는 응답은 7.0%에 불과한 반면 ‘낮은 편’이라는 응답이 54.2%였다.

박사과정 경쟁력 강화 방안은

우리나라 교수들은 국내 대학원 박사과정이 전반적으로 신입생 선발기준도 느슨하고, 입학 경쟁률도 높지 않다고 인식한다. 그렇다면 입학자격 요건을 강화하면 되지 않을까. 교수들은 대학원 질 관리를 위해 이른바 진입장벽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조금 더 강했다. GRE, TOEFL 등 다양한 형태의 공인자료를 활용해 입학자격요건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교수들의 45.1%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서울ㆍ경기 지역 대학의 교수들은 60.8%가 입학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면 전라ㆍ광주 지역 교수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필요성을 낮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6.4%만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학과 공학 계열(36.9%) 교수들은 상대적으로 필요성을 적게 느끼고 있는 반면 인문계열 교수는 50.0%, 사회ㆍ경상 계열 교수는 46.8%가 입학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범ㆍ예체능ㆍ가정 계열 교수들은 55.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박사학위 논문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위논문을 한국연구재단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거론된다. 교수 53.3%가 찬성했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10.4%에 불과했다. 유보적이라는 의견은 36.4%였다. 소규모 대학일수록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고, 이학ㆍ공학계열과 농학ㆍ의학계열이 다른 계열보다 반대 의견이 많았다.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반대 의견이 높았는데, 특히 대전ㆍ충청지역과 전라ㆍ광주지역 교수들의 반대의견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학위 논문 심사과정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교수와 대학원생 간에 입장 차이를 보였다. 교수는 박사학위 논문 심사과정 공개에 대해 62.7%가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11.3%에 그쳤다. 반면 대학원생은 41.9%만이 찬성했다. 반대 의견이 15.8%였고, 유보적인 의견도 42.3%나 됐다. 대학원생들은 논문 심사과정 공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교과부가 입법예고한 박사과정 설치기준 강화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교과부는 지난해 10월말 대학 설립ㆍ운영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박사과정 설치요건에 전임교원 강의비율을 새로 도입한 바 있다. 일반대학원에 박사과정을 신설하려면 전임교원 강의 비율을 60% 이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전임교원의 강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대학원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데에는 82.6%가 동의했다. 전임교원 강의 비율을 박사과정 설치기준으로 법령화하는 것에는 47.3%만 찬성했다. 반대한다는 의견이 18.3%였고 ‘그저 그렇다’는 유보적 입장도 34.3%였다. 찬성하는 교수도 많지만 유보적 입장이나 반대 입장을 보이는 교수도 절반 가량은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박사학위 과정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교수ㆍ대학원생 할 것 없이 1순위로는 ‘대학원 교육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 확대’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은 ‘대학 당국의 지원 확대’였다. 국제적 수준의 대학원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학위논문의 질 관리 체계 강화가 뒤를 이었다. 2순위에서는 학위논문의 질 관리 체계 강화를 지적한 교수들이 가장 많았다. 반면 대학원생들은 2순위에서 대학원 교육에 대한 대학 당국의 지원 확대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정부나 대학당국이나 대학원에 관심 좀 갖고 지원부터 하면서 질 관리 운운하라는 말로 들린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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