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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다공원ㆍ판문점ㆍ광주ㆍ포항제철…시대 흐름을 바꾼 역사의 현장
파고다공원ㆍ판문점ㆍ광주ㆍ포항제철…시대 흐름을 바꾼 역사의 현장
  • 김지혜 기자
  • 승인 2012.01.02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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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한국을 만든 40곳] 역사학자들이 뽑은 근현대 한국을 만든 40곳은

 

 

시기별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곳들은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일어난 현장이다. 일제강점기에는 파고다공원, 해방 이후부터 1960년대까지는 판문점과 휴전선, 1970년대 이후에는 광주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해방이후 산업화와 관련해서는 포항제철이 대표로 꼽혔다. 이 중에서도 광주는 전체 추천지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됐다.

광주(전남도청)를 추천한 정요근 덕성여대 교수는 이 장소를 추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남도청은 광주시민군의 거점이고,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이다. 1987년 이후의 민주주의는 사실상 광주민주화운동에 직접적인 뿌리를 가지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과 관련된 장소에 대한 추천이 가장 많다.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시발점인 광주일고, 3·1운동 관련지인 천도교 중앙대교당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최종 선정되진 않았으나 암태도, 아우네장터, 정동 제일공원, 중경 임시정부 등도 추천됐다.

일제의 잔재와 수탈의 요지들도 많이 언급됐다. 조선총독부가 위치했던 경복궁 및 광화문 일대가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공간/장소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추천을 받았다. 독립운동가를 투옥·고문했던 서대문형무소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역(경성역)·군산항·목포항·인천항 등 일제에 의한 경제 수탈이 이뤄진 교통의 요지들도 주요 장소로 꼽혔다.

역사학자들의 의견은 해방 이후부터 1960년까지의 기간에 대한 해석에서 가장 많이 엇갈렸다. 50여 곳 이상의 공간/장소가 추천돼 다른 시기보다 추천지가 10여 곳 이상 많았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한국전쟁,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숨 막히도록 혼란한 시대상이 반영된 결과다.

이 시기 가장 많이 언급된 장소는 단연 판문점 및 휴전선이다. 이상록 국사편찬위원회 전임연구원은 “휴전선은 끝나지 않은 전쟁과 평화와 연관 있다”라고 이 공간을 설명했다.

두 번째로 많은 추천을 받은 장소는 제주다. 4·3사건과 관련해 관덕정,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등이 언급됐다. 제주도 관덕정을 추천한 김동전 제주대 교수는 “관덕정은 제주 4·3사건의 도화선인 1947년 3·1시위 사건, 이덕구 처형 등 제주지역 해방 공간 역사적 현장”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4·19혁명과 관련한 장소들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김행선 고려대 교수는“4·19는 이승만 독재정권에 저항해 우리 역사상 최초로 민중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한 민주화 운동으로 이후 독재군사정권에 맞서 저항한 민주화 운동의 전통이 됐다. 4·19기념관은 헌법에도 명시된 공간”이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1970년대 이후로는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장소들이 주요 장소로 꼽혔다. 특히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인 광주(금남로, 전남도청)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6·10항쟁부터 최근의 촛불시위까지 대중들의 힘이 저항적으로 표출된 현장인 세종로, 태평로, 서울시청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김동노 연세대 교수는 서울시청 앞 광장, 광화문, 서울역 광장 등을 추천하면서 이들을“한국 민주화 운동의 터전”이라고 말했다.

이 시기에는 노동 운동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청계천(버들다리/전태일다리)과 평화시장은 1970년대 이후 추천지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추천을 받았다. 최종 40곳 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방직 공장과 영등포산업선교회 등도 언급됐다.

포항제철도 청계천·평화시장과 함께 1970년대 이후 역사적 공간 3위에 올랐다. 1970년대 이후 본격화된 산업화의 표상으로 포항제철과 함께 울산 현대조선, 자동차 등도 거론됐다.

역사학자들이 추천한 장소 가운데 몇 군데를 제외한 대다수는 근현대사 전체에 걸쳐 역사적 의미를 부여받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울대다.

최갑수 서울대 교수는 일제시기 경성제대, 서울 동숭동의 옛 서울대 문리대, 현재 서울대 관악캠퍼스로의 변화를 언급하며, 서울대의 역사를 종적으로 해석했다. “현재의 서울대는 너무도 특권적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서와도 너무 괴리돼 있다. 하지만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어서 1970년을 전후한 시기의 서울대는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적도 있었다. 이런 서울대의 야누스적인 면모가 근대 지식체계가 우리 사회와 전통에 갖는 이중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남산 역시 근현대 한국의 격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터다. 일제강점기 남산에 위치해 있던 조선 신궁은 해방 이후 남산식물원과 안중근기념관, 김구 동상으로 재편됐다. 이후 남산공원 및 신축 안중근기념관이 들어섰다. 윤해동 한양대 교수는 이러한 남산의 변화를“(해방 이후)일본 제국주의 국가 신도의 본산을 헐고, 한국민족주의의 상징적 인물을 기념하는 건조물을 건축했다”라고 설명했다.

최종 선정된‘역사학자가 뽑은 근현대 한국을 만든 40곳’가운데 서울 지역은 총 20 곳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경제 발전과 관련된 지역은 울산, 포항, 부산 등 영남 지역과 서울에 포진해 있다. 시기 구분을 초월해 4·3항쟁,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10항쟁 등 시민들이 저항적으로 의사를 표출한 장소들에 대한 추천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울산공단, 각 지역 항구 등 경제와 관련된 공간·장소가 다수를 차지했다. 경복궁(조선총독부), 청와대, 이화장, 경교장 등 정치와 관련된 추천도 많았다.

근현대 한국을 만든 공간·장소는 역사학자들의 추천을 받아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역사학자들은 적게는 1곳에서 많게는 10곳 이상의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장소를 추천했다.

김지혜 기자 haro@kyosu.net

<역사학자들이 뽑은 근현대 한국을 만든 40곳 어떻게 선정했나>

2012년 신년 특별 기획 ‘역사학자가 뽑은 근현대 한국을 만든 40곳’은 근현대 한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와 주요 <교수신문> 필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근현대 한국사를‘일제강점기’, ‘해방이후부터 1960년대까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세 시기로 구분해 각 시기 별로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화적 시공간으로서 특정한 기억과 의미를 내포한‘공간·장소’를 추천받았다(복수 응답). 비판지정학적 의미의 기획이며, 동시에 최근 역사연구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토포롤로지적 접근이다.

역사학자들의 추천 작업은 지난해 말부터 진행됐다. 특히 <교수신문>은 지역 대학 재직 교수들과 지역사 전공 교수들의 설문 참여를 독려했다. 한국 근현대를 만든 역사적 공간이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교수들의 추천을 통해 총 150여 곳의 공간·장소를 1차적으로 정리했다. 이 가운데 추천 이유가 동일하고, 거리상으로 인접한 장소 및 공간들은 한 곳으로 압축했다. 시청광장과 태평로, 판문점 및 휴전선, 청계천 및 전태일다리(버들다리)와 평화시장, 광주와 금남로·전남도청 등이 하나의 장소·공간으로 요약해 총 120곳으로 구성된 목록을 완성했다. 최종적으로 이들 120곳 중 각 시기별 또는 시기 구분을 초월해 중복 추천된 40여 곳을 추려 ‘근현대 한국을 만든 40곳’으로 선정했다.

근현대 한국을 만든 40곳’을 추천해 주신 분들

고영진 광주대(조선시대사상사), 김광식 동국대(한국근대사), 김동노 연세대(역사사회학), 김동전 제주대(제주도사,한국사), 김명섭 연세대(정치외교학), 김백영 광운대(역사사회학), 김열규 (사)민족미학연구소(민속학), 김영나 서울대(미술사), 김정인 춘천교대(한국근대사), 김행선 고려대(한국현대사), 류시현 전남대(한국현대사), 박노자 오슬로대(한국현대사), 박명림 연세대(한국정치), 박상익 우석대(서양사상사), 박성순 단국대(한국근대사), 박윤재 연세대(한국근대사), 박찬승 한양대(한국근대사), 송규진 고려대(한국근대사), 신복룡 건국대(한국정치사상), 신주백 서울대(한국현대사), 안병욱 가톨릭대(한국현대사), 양동숙 한서대(한국현대사), 양진석 서울대(국사학), 윤해동 한양대(한국근대사), 이민원 원광대(한국근대사), 이상록 국사편찬위원회(한국현대사), 이상의 연세대(한국근대사), 이계형 국민대(한국근대사), 임계순 한양대(중국사),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한국근대사), 정근식 서울대(역사사회학), 정봉우리 경상대(역사학), 정요근 덕성여대(고려시대사), 정차근 창원대(동양정치사상), 조명래 단국대(지역정치), 조성훈 군사편찬연구소(한국현대사), 차철욱 부산대(한국현대사), 채웅석 가톨릭대(고려시대사), 최갑수 서울대(프랑스사), 최성환 목포대(한국근대사), 최종민 전북대(정치경제학), 최혜주 한양대(한국근대사), 한용진 고려대(교육사학)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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