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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해 띠 풀이_ ‘昇天’은 민족의 포부·희망 표상
용의해 띠 풀이_ ‘昇天’은 민족의 포부·희망 표상
  •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 승인 2012.01.0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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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용의 해는?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용은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문화적 동물이다. 용은 인간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동물이지만, ‘안 본 용은 그려도 본 뱀을 못 그린다’는 속담까지 생겨날 정도로 오랜 옛날부터 정형화된 뚜렷한 형상을 지니고 있다.

“머리는 낙타 같고 뿔은 사슴 같고, 눈은 토끼 같고, 귀는 소와 같으며, 목은 뱀과 같고, 배는 신과 같고, 비늘은 잉어와 같고, 발톱은 매와 같으며 발바닥은 범과 같다. 그리고 등에는 81개의 비늘이 있어 9ㆍ9의 양수를 갖췄으며…”라고 『본초강목』에서 용을 설명한다.

여러 동물이 가진 최대의 강점들만을 모았으니 이만하면 최고의 존재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용은 예부터 임금을 상징하며, 나라를 보호하고 불법을 수호하는 護國神이자, 護法神이었지만, 민속에서 용은 물의 신이자, 풍농의 신으로 신앙돼 왔다.

용은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자유자재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숨기기도 한다. 용은 뭇 동물이 가진 최상의 무기를 갖추고 있으며, 구름과 비를 만들고, 땅과 하늘에서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믿어져 왔다. 작아지고자 하면 번데기처럼 작아지고, 커지고자 하면 천하를 덮을 수 있을 만큼 커질 수 있으며, 높이 오르고자 하면 구름 위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믿었다. 용은 대체로, 짙은 안개와 비를 동반하면서 구름에 쌓여 움직인다.

天候를 다스림이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농경 문화권에서 군왕과 용은 자연스럽게 결합된다. 용이 가진 장엄하고 화려한 성격 때문에 왕권이나 왕위가 용으로 상징된다. 임금의 얼굴을 龍顔. 임금의 덕을 龍德, 그 지위를 龍位라 했고, 임금이 앉는 자리를 龍床, 龍座, 임금이 입는 의복을 龍依, 龍袍, 임금이 타는 수레를 龍駕, 龍車, 임금이 타는 배를 龍駕라 했으며, 심지어 임금이 흘리는 눈물을 龍淚라 했다.

신라 문무왕은 죽은 후에 호국룡이 돼 불교와 국가를 수호하겠으니, 시신을 동해 중의 큰 바위에 장사지낼 것을 유언했다. 용은 수호신으로서 호법신 또는 호국신이다.

한국인은 꿈에 용을 타거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면, 고위관직에 올라 만인을 호령하게 되고, 자신이 용이 되면 성공을 암시하는 길몽으로 여겼다. ‘용꿈을 꾸고 자식을 얻으면 훌륭하게 된다’는 말처럼 장차 크게 이름을 떨칠 자식을 낳게 될 꿈이 바로 용꿈이다. ‘용을 타고 하늘을 날면 입신출세한다, 용을 타고 하늘을 날면 승진하고 벼슬에 오른다’는 속담처럼 용은 훌륭한 사람에 비유되며 용이 올라간다는 것은 입신출세 곧 등용의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미꾸라지도 오래 되면 용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꾸준히 노력하면 출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용은 물에 살며, 물을 지키며, 비를 관장한다. 또한 바다의 왕이다. 용은 민간신앙에서 비를 가져오는 雨師이고, 물을 관장하는 水神이며, 사귀를 물리치고, 복을 가져다주는 벽사의 착한 신이다. 농경민족인 우리에게 물은 생명처럼 소중하므로, 가뭄이 심할 때에는 용에게 기우제를 지내고, 어로를 생업으로 삼는 어촌에서는 용왕굿이나 용왕제를 지내며 배의 무사와 풍어, 마을의 평안 등을 기원한다.

2012년 임진년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다. 60갑자에서 용띠해가 다섯 번 찾아오는데, 갑진(청룡), 병진(적룡), 무진(황룡), 경진(백룡), 임진(흑룡) 등이다. ‘임(壬)’은 오행으로 수(水), 오방색으로는 검은 색이다. 그러니 임진년은 흑룡띠 해다.

그런데 띠 동물을 색깔 별로 나누고, 그 색깔에 따라 인간이 길흉화복을 예점하는 민속학적 자료와 근거는 없다, 이것은 최근 상술과 결합된 일시적 속설일 뿐이다. 용은 인류문화와 문명의 전 시대와 영역을 관통하고 있다. 전통 농경시대는 물의 신으로 농사신이었고, 정보화 시대는 9종의 동물을 모아 자신을 형상화한 융ㆍ복합의 화신이고, 용의 다양한 모습과 능력은 미래사회의 상상력의 원천이다.

용이 갈구하는 최후의 목표와 희망은 구름을 박차고 승천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우리 민족이 상상해 온 용의 승천은 곧 민족의 포부요 희망으로 표상되고 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ㆍ민속학
중앙대에서 「한국 띠동물의 상징성 연구」로 박사를 했다. 주요 저서로는 『운명을 읽는 코드 열두 동물』,  『한국 동물 민속론』, 『한국 말(馬) 민속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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