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破邪顯正, 2012년 정의를 꿈꾸다
破邪顯正, 2012년 정의를 꿈꾸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01.01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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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교수들이 뽑은 희망의 사자성어

 

김교빈 호서대 교수가 2012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파사현정’을 조선 영조 때 국가에서 발행한 『四書』(내각판)에서 집자했다. 내각판 『사서』는 세종 때 만들어진 ‘갑인자’를 본으로 삼아 영조 즉위 원년에 다시 15만자를 만들어낸 ‘정유자’로 인쇄한 책이다.

2012년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교수들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破邪顯正’을 선택했다. <교수신문>이 지난해 12월 7일부터 16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281명 가운데 32.4%가 ‘파사현정’에 2012년 한국사회에 대한 바람을 담았다.

파사현정은 원래 불교에서 나온 용어다.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이다. 불교에서만 쓰인 것은 아니다. 유학에서도 척사위정이나 벽사위정을 말한다. 2012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을 추천한 김교빈 호서대 교수(동양철학)는 “파사현정에는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강한 실천이 담겨 있다”라며 “내년 한 해, 특히 총선이 온갖 사악한 무리들을 몰아내고 옳고 바른 것을 바로세우는 희망을 담았다”라고 밝혔다.

파사현정이 선정된 배경은 2011년 올해의 사자성어와 겹쳐 읽을 때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다. 2011년의 사자성어로 ‘如狼牧羊’을 선택한 교수 가운데 41.2%가 파사현정을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한 격이란 뜻의 ‘여랑목양’은 탐욕스럽고 포악한 관리에게 백성을 맡겨 백성이 잔혹하게 착취당하는 일을 비유한다. 2011년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掩耳盜鐘을 선택한 교수 가운데는 35.8%가 파사현정을 골랐다.

정요근 덕성여대 교수는 “지난 4년간의 정책이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닌, 대통령과 가진 자들의 사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공익을 실현하고 사회 정의를 구현하도록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라며 파사현정을 선택했다. 심재상 관동대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회적 정의’를 되찾아 복원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법’ ‘꼼수’는 가고 ‘정의’가 바로 섰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총선과 대선도 파사현정을 2012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정하게 된 배경이다. 배상식 대구교대 교수는 “정의로움이 없는 정치는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없음을 정치꾼들이 알아야 한다”라며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정치꾼은 없애고 진정한 정치가만 남기를 기원한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살맛나는 세상’을 향한 교수들의 바람도 컸다. 파사현정 다음으로 교수들이 많이 선택한 사자성어는 ‘生生之樂’(27.0%)이었다. ‘생생지락’은 『書經』에 나오는 말로, 중국 고대왕조인  상나라의 군주 반경이 ‘너희 만민들로 하여금 생업에 종사하며 즐겁게 살아가게 만들지 않으면 내가 죽어서 꾸짖음을 들을 것이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다.

생생지락을 추천한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생생지락은 조선의 국왕 세종이 추구했던 좋은 나라의 조건이었다. 2012년에는 청년 실업 등 우리 사회를 우울하게 만드는 직장 문제가 잘 풀려서 모두가 살아가기를 즐거워하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박준언 숭실대 교수는 “빈부격차가 심화돼 사회적 갈등이 증폭됐는데 2012년에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상생하며 사는 즐거움을 누리기를 희망한다”며 생생지락을 골랐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 정치는 정치인을 위한 정치로 전락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選賢與能’(20.6%)과 ‘人存政擧’(10.3%)는 보다 직접적으로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사자성어다. 전호근 경희대 교수는 “도덕적으로도 훌륭하고 능력 또한 뛰어난 지도자를 뽑는다면 한국사회도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대동세상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라며 선현여능을 추천했다. 인존정거를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는 “최소한의 상식과 도의를 갖춘 사람, 제발 눈꼽만큼이라도 양식과 예의를 갖춘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돼 병들고 피폐해진 이 땅의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주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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