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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대회 참관기] 제6회 환태평양 한국학 국제학술대회를 보고
[학술 대회 참관기] 제6회 환태평양 한국학 국제학술대회를 보고
  • 박태균 서울대
  • 승인 2002.07.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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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6 12:05:53
박태균 / 서울대 국제지역원 초빙교수

지난 달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사흘간에 걸쳐 진행된 제6회 환태평양 한국학 국제학술대회에는 환태평양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 및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지역의 한국학 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대회는 몇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학회의 내용과 구성에서 이전의 한국학 대회와는 다른 특징을 보였다. 종래에는 역사와 철학, 그리고 문학과 언어 등 인문학 중심의 분과학문이 한국학 관련 국제학술대회의 중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학술대회에는 인문학 중심의 분과학문만을 중심으로 한 패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전체 21개 패널 중에서 분과학문으로서의 한국사 패널이 ‘문화사’와 ‘한국생활사’로 둘, 한국철학 패널은 ‘조선시대의 철학’, 한국문학은 ‘한국문학과 근대성’으로 각각 하나씩이었다. 그리고 언어학 패널이 ‘한국 언어학’과 ‘한국어 문자체계’로 전체 중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그 대신 대부분의 패널들이 사회과학과 학제간 연구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것은 한국학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학 연구에서도 나타나는 최근의 연구경향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도 지역학 연구의 중심은 역사와 언어가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주목받는 연구성과들은 인문학에서부터 사회과학, 그리고 응용학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과학문을 넘나들고 있다. 지역학에서 분과학문의 벽은 이미 사라지고 있으며, 일본학과 중국학에 비해 출발이 늦었던 한국학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구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장 학자들의 참여가 늘었다는 점 역시 주목된다. 이들은 대체로 최근 국내외에서 ‘유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논의들을 학회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근대 한국의 개발론’과 ‘경제사’에서는 개발국가와 개발담론의 문제가, ‘무속과 여성’, ‘한반도의 안과 밖에서 본 현대 한국인의 정체성과 젠더’, ‘탈식민주의와 여성주의’에서는 여성주의와 성이 중심 화두로 떠올랐다. 또 ‘타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한국과 세계에 관한 담론들’에서는 정체성과 타자, 그리고 이산(diaspora)의 문제가, ‘근대, 근대성 고찰’에서는 근대성의 문제가 소장학자들이 중심이 된 패널과 발표에서 중요한 논의대상이 됐다. 이러한 패널들은 가장 많은 청중들을 끌어 모았다. 이전의 한국학 연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용어들이 한국학 국제학술대회에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 것이다. 주최측에서는 이러한 패널의 사회와 발표에 돈 베이커, 이현희, 심재룡, 이상억, 허남진, 조동성, 한영우, 김필동, 진덕규 등의 국내외 중진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어 시각의 균형을 잡고자 했다.

이러한 새로운 경향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미국의 한국학 연구가 세대교체의 시점에 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대회에 참여한 새로운 세대의 연구자들의 발표는 앞으로 구미의 한국학 연구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린형구 교수는 식민지 시기 총독부를 해방 이후 한국의 개발국가의 기원으로 보려는 경향에 대하여 비판했고, 청중으로 참석한 인디애나 대학의 마이클 로빈슨 교수와 격론을 벌였다.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최혜월 교수와 바싸 대학의 문승숙 교수는 ‘한국과 세계에 대한 담론들’이란 제목의 패널에서 20세기 초반 미국의 선교사들의 한국사회 인식, 그리고 최근 한국에서 상영된 일본영화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을 중심으로 ‘타자화’의 경향을 분석했다. 코넬 대학 김택균 교수의 비교사적 관점에서의 연구, 다양한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한국에서의 여성주의를 연구한 위튼 대학 김현숙 교수의 연구, 그리고 코넬 대학 서재정 교수의 최근 한미군사동맹의 균열과 정체성 문제에 대한 발표 역시 많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둘째로 국내의 소장학자들이 발표자로 함께 참여했다는 점이다. 필자를 포함해 정연식 서울여대 교수(사학), 김영훈 이화여대 교수(한국학), 이철우 성균관대 교수(법학), 최연식 서울대 강사(사학), 양현아 서울대 강사(사회학), 이준식 정신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사회학) 등이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장학자들의 패널에 함께 참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의 참여는 정체돼 있는 국내외 한국학 연구의 교류가 가까운 장래에 활성화될 것을 예고한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해외 한국학의 중심지인 일본과 중국에서 다양한 성향의 학자들이 참여하지 못한 점과 한달간격으로 한국에서 두 차례의 한국학 국제대회가 열리게 된 점 등은 국내외에서 참여한 연구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그러나 한국과 구미 이외의 국가에서는 한국어 교육을 중심으로 한 기초적인 한국학 관련 동향을 중심으로 발표가 이뤄져 세계무대에서 한국학의 위상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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