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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알선’ 졸업생 1명당 100만원 … “알선 자체가 사회정의에 어긋나”
‘취업알선’ 졸업생 1명당 100만원 … “알선 자체가 사회정의에 어긋나”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1.12.26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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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전선에 내몰리는 교수들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된 지역의 한 사립대는 교수들에게 취업지원금을 나눠주면서 취업 알선을 종용하고 있다. 취업지원금은 보통 교수 1인당 100만원 수준인데 학생들 취업지도 외에도 기업체 인사담당자를 만나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데 소요되는 활동비다. 1회 만남에 2만원으로 제한을 둔다. 100만원을 다 쓰려면 50차례는 만나야 한다. 

교수가 취업을 성사시키면 학생 1인당 약 100만원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취업확인서를 받아가든지 식비 영수증처럼 해당 업체 관계자를 만났다는 증거물을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이 대학의 한 학과를 예로 들면, 전임교수 6명에 졸업생이 40명일 경우 교수 1인당 졸업생 6~7명이 할당된다. 취업률 평균을 감안해 이들 중 절반인 3~4명이 스스로 취업했다고 하면 남은 2~3명이 교수 몫이 된다. 이들 졸업생을 대상으로 교수는 말 그대로 일자리를 ‘알선’해야 한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제자가 일자리를 얻는 것이 교수로서는 보람이지만, 교수 ‘안면’으로 일자리를 따내는 것은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취업 알선 인센티브제는 당장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31일이면 취업률을 산정하는 ‘취업기준일’이 돌아온다. 직장건강보험 자격(?) 취득 마지노선이었던 지난달까지 교수들은 졸업생을 한 명이라도 더 취업 시키려고 전쟁을 치렀다. 취업률에 울고 웃는 건 더 이상 졸업생만이 아니다. 대학은 올해 각종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비롯해 대학 퇴출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한 ‘취업률’의 위엄을 체감했다.

취업기준일이 다가오자, 대학은 교수들에게 ‘취업 할당’을 부여하면서 기업체에 일자리를 알선하도록 하는 등 반교육적인 방식을 거리낌 없이 시행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어 취업률을 올리고 인센티브를 챙기기도 한다. 

교내취업으로 말썽을 빚은 경상대는 졸업생 279명을 3~4개월짜리 재학생 학습지도 멘토로 등록해 ‘부실대학’의 위기를 모면했다. 대략 취업생 5명 중 1명 꼴이다.

경상대는 다른 대학과 비교해 취업률이 떨어지지 않도록 교수들에게 당부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왕성한 대외활동으로 ‘이름난’ 경상대의 한 60대 정교수는 인턴십 자리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회단체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력 충원 여력이 없는 사회단체에서는 국고지원비와 대학 부담금으로 학생 인건비를 충당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처음엔 노동인력을 갖다 쓰면서 국고와 대학지원금으로 학생들을 쓰고 말려는 업체도 이해가 안됐다”면서도 “졸업생들의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교수가 나서는 건 회사에서도 우스워 보이지 않겠느냐”라며 쓴웃음 지었다. 

이밖에도 교수가 창업한 기업에 직원으로 등록시키고 대학이 월급과 건강보험료를 지급하거나 교수 지인의 회사에 위장취업 시키는 사례 등은 잘 알려져 있다.

교수들이 편법을 써가면서 취업률 조작을 하는 이면에는 대학가의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서류를 조작해서 자기가 취업시킨 것처럼 꾸미는 일은 교수사회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동료교수들도 다 알지만 눈감아준다. 교수업적평가에 학과평가가 들어가니까, 모른 척 지나가면 동료교수의 덕을 보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도 지표 올리고, 청년실업으로 골치 썩는 정부도 다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것 아니겠나.”

지역 사립대의 한 교수는 “이렇게라도 안 하면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혀서 하루 아침에 퇴출당할 위기에 처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들에게 취업알선을 종용하는 대학이나 대리 구직활동으로 업적평가를 받아야 하는 교수들이나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교육내실화사업에 써야 할 예산의 많은 부분을 ‘취업률 유지’에 쏟아 부어야 하는 ‘에이스 대학’도 수치경쟁에 몰입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모양새다. 내년에는 취업 알선 현장에 더 많은 교수들이 투입될 전망이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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