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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공학 76%, 기악 14% … 출발선부터 다른 취업률
해양공학 76%, 기악 14% … 출발선부터 다른 취업률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12.26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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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 대학에만 책임 떠넘길 일인가

정부 대학평가에서 취업률은 재학생 충원율과 함께 가장 중요한 지표다. 교육역량강화사업처럼 대학에 돈을 나눠줄 때만이 아니다. 학자금 대출제한이나 재정지원 제한 등 부실대학을 판단할 때에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지역적 여건이나 남녀, 전공에 따라 취업률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9월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발표하자 일부 대학이 강하게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집계하는 계열별 취업률을 보면 대학의 반발이 단순히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힌 억하심정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반 4년제 대학의 계열별 취업률을 보자. 2011년의 경우 건강보험DB와 연계한 취업률이 의약계열은 76.7%, 공학계열은 66.9%인데 반해 예체능계열은 37.8%에 그친다. 사회계열(53.5%), 자연계열(51.3%), 인문계열(46.3%), 교육계열(43.5%)의 취업률도 일반 4년제 대학 전체 평균 54.5%보다 낮다. 사범대학이나 예체능계열 학생 수가 많은 대학은 출발부터 불리하다는 말이다.

계열별 차이는 전공 분류를 잘게 쪼갤수록 더 현저하다. 중계열별 취업률에서도 의약ㆍ공학계열이 상위 순위를 휩쓰는 반면 취업률이 낮은 1위부터 3위까지가 예체능계열이다. 학과ㆍ전공 단위(소계열)까지 내려가면 취업률이 낮은 하위 1위부터 10위를 모두 예체능계열 전공이 차지한다. 의약계열을 제외하면 취업률이 가장 높은 전공은 해양공학으로 75.9%다. 반면 예체능계열의 기악 전공은 취업률이 14.2%에 불과하다. 작곡(19.2%)도 20%가 안 된다.

취업률이 높은 공학 계열 안에서도 세부 전공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해양공학뿐 아니라 기계공학(75.9%), 재료공학(72.8%), 광학공학(72.0%), 자동차공학(71.2%), 전자공학(70.5%)은 취업률이 70%가 넘지만 도시공학(54.4%)은 4년제 일반대학 전체 평균을 밑돈다. 인문계열 안에서도 문헌정보는 56.5%의 취업률을 보인 반면 철학ㆍ윤리학(38.0%), 국어ㆍ국문학(39.3%)은 40%를 못 넘었다.

남녀 차이도 무시할 수준을 넘었다. 서울소재 대학의 예체능계열 취업률만 따로 떼 내서 보자. 남학생 41.9%, 여학생 29.2%로 예체능계열 안에서도 남녀 차이가 크다. 경기ㆍ인천지역 대학의 전체 취업률(53.3%)이 지방대학 전체 취업률(53.8%)보다 낮은데, 이는 여학생 취업률(46.7%)이 지방대학(50.4%)보다 한참 낮았기 때문이다. 서울소재 대학의 남학생 취업률은 64.4%로 여학생 취업률 50.5%보다 15%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지역별로도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 대학의 취업률은 55.6%로, 지방대 53.8%보다 2%포인트 정도 높았다.

취업률을 놓고 논란이 계속 되자 교과부는 내년부터 산출방식을 일부 바꾸기로 했다. 남녀 차이를 반영하고, 1인 창업자나 프리랜서도 취업률에 포함할 계획이다. 예체능계열도 구체적 반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여인권 숙명여대 교수는 “경제적 상황이나 취업시장에서의 인력  수급에 취업이 많이 결정되기 때문에 대학이 노력만으로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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