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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교육 종결자
오만한 교육 종결자
  • 김영태 전남대 명예교수·윤리학
  • 승인 2011.12.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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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전남대 명예교수·윤리학
필자는 정년퇴임한지 겨우 2년 반 된 원로 초년병이기 때문에 ‘원로칼럼’ 논자의 대열에 들어서기가 매우 겸연쩍었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졌으므로 용기를 내 최근 느끼고 있는 몇 가지 소회를 피력해보고자 한다.

우선 정년퇴임 직후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퇴임하기 1~2년 전, <교수신문>으로부터 정년퇴임 후의 생활 계획에 대한 물음을 받고, 다음과 같은 당찬 포부와 신념을 제시한 바 있다.

첫째, 그동안 해오던 일을 갑자기 중단하면 심신에 어떤 해를 당할지 모르니까 가능하면 한 과목의 강의라도 지속하고 싶다고 했다. 둘째, 대학교 캠퍼스 밖에 개인 연구실을 마련해 소장하고 있던 책과 사물을 그곳으로 옮겨 거기에서 공부(연구)도 하고, 함께 공부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학문적 담론과 담소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셋째, 혹 나를 필요로 하는 사회단체나 기관이 있다면 자문역 같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된다. 넷째,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심신의 건강이니만큼 격에 맞는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며 살겠노라고 말하기도 했다. 필자는 지금 이 계획들이 그대로 이뤄진 생활을 즐기고 있다.

필자는 재직했던 대학교 정문에서 3~4백 미터 떨어진 가까운 곳에 개인 연구실을 두고 있기는 해도 지금은 직접적인 대학 구성원은 아니기 때문에 대학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안목이 생겼다. 이 안목에 비춰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취하고 있는 교육정책에 대해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느끼는 것은, 현 정부(교과부)는 그 어느 정부 때 보다도 대학의 일에 너무 많이 간섭을 하면서 대학을 길들이려고 하는 것 같다. 대학뿐만 아니라 유ㆍ초ㆍ중등교육까지 망라해서 구조와 내용을 확 바꾸려는 강압적 태도로 임하는 듯하다. 최근 말썽 많은 교과과정의 졸속 개편, 역사ㆍㆍ윤리ㆍ예체능ㆍ기술 교육을 경시하는 반면 도구과목인 영어ㆍ수학ㆍ국어는 매우 중시하고, 사회와 과학은 그저 그런 선택과목 정도로 취급하는 등 학과목 차별 정책을 노골적으로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평준화 시책에서 많이 빗나간 각종 명칭의 고등학교들을 만들어 교묘하게 서열화해 편중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4년부터는 성적을 상대평가제에서 절대평가제로 바꾼다고 하는데 이것은 학생들과 학부형을 편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의 고통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것이 상식이고 진리에 가까운 통념인데 현 정부는 그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뜯어고치겠다는 오만한 종결자의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민망하다. 한 마디로 현 교과부는 지나치게 교만하다. 어디 그뿐인가.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된 교육 재정을 미끼로 해 대학을 줄 세우고 있다.

한 예로 교육대학의 경우 총장 직선제를 끝까지 강행하려던 부산교대와 광주교대를 재정 지원 배제라는 명목으로 옥죄어 차례로 굴복시킨 사례를 들 수 있다. 그 밖에 대학의 통폐합, 학과의 통폐합,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해 대학 본연의 아카데미즘을 약화시키는 사례 등 온통 국민 세금으로 형성된 국가교육재정을 마치 자신들의 재정인 것처럼 당근과 채찍으로 악용해 대학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강압적 교육정책은 지금까지 국민의 정서에 깊이 스며있는 교육이념과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민교협 의장이 교과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교과부)는 ‘掩耳盜鐘’의 자세를 묵묵히 견지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김영태 전남대 명예교수ㆍ서양윤리학 및 종교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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