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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대회] ‘과학기술 정책의 성찰과 전망’ 심포지엄
[학술 대회] ‘과학기술 정책의 성찰과 전망’ 심포지엄
  • 김병수 객원기자
  • 승인 2002.07.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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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6 12:03:53
지난 2000년 겨울 학제간 연구를 표방하며 출범한 ‘한국과학기술학연구회’가 지난 22일 두번째 학술대회를 가졌다. ‘과학기술정책의 성찰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한국과학기술 정책의 이념이나 특성에 관한 글들이 주로 발표됐다. 특히 우리 나라 과학기술정책의 이념을 비판적으로 살펴본 조현석 서울산업대 교수(행정학), 혁신정책의 변화를 추적해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송위진 박사, 과학기술정책을 대통령별 리더쉽으로 분석한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윤진효 박사의 글들은 참신한 주제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다양한 전문가, 시민참여 유도해야

조현석 교수는 정책이념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우리 나라 과학기술정책의 이념에는 ‘경쟁력’이라는 개념이 확고부동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사고는 “정부의 법령, 관료, 기업체 간부들, 과학기술자들의 인식 속에 깊게 녹아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대의 과학기술정책은 ‘과학기술과 사회’ 간의 복합적 관계에 대처하기엔 적절치 못하므로 정책이념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안적 이념으로 ‘삶의 질 향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쟁력만을 고려하는 정책 기조에서 탈피하려는 변화의 흐름은 이미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조 교수는 “새로운 방향의 과학기술정책이 가능하기 위해선 시민사회가 과학기술의 정책 과정에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혁신정책의 기조변화를 기술혁신이론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발표한 송위진 박사는 기술혁신체제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 박사는 전후 기술혁신정책의 기조가 임무 지향적 정책에서 경제, 사회 지향적 정책으로 기술공급 정책에서 혁신능력향상 정책으로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변화와 궤를 같이 해서 기술혁신이론 자체도 변했는데, 기술혁신 주체들간의 위계와 일방향적인 흐름을 강조했던 ‘선형모형’에서 수평적 관계를 설정하고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상호작용 모형’으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또한 송 박사는 “혁신체제론에선 상호작용적 학습과 혁신능력이 중요하게 고려되는데 이런 상호작용적 학습은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합의회의, 과학상점과 같은 참여 모형들을 통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진효 박사는 한국의 기술능력 발전을 대통령별 리더십을 통해 분석한 흥미로운 글을 발표했다. 윤 박사가 정리한 틀에 따르면 권위주의 체제인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의 리더쉽은 정부가 과학기술의 발전에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한 ‘정책주도자형 기술발전’ 리더쉽이며 권위주의 쇠퇴 과정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의 리더쉽은 연구개발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책 조정자형 기술발전’ 리더쉽이다. 또한 윤 박사는 “향후 효율적인 국가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선 종합조정 기능이 제도화되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보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고대승 박사는 국가과학기술기획과 여기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역할을 강조하는 글을 기술영향평가와 연결해 발표했다. 고 박사는 “과거 한국의 과학기술기획 과정은 특정 분야 중심의 전문가 참여, 기획과정에서의 부처간 협의 기능 미비, 일반 시민들의 참여 제한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거시적 차원에 국한된 분석 아쉬워

또한 이런 상황의 근저에는 우리 사회에 깊게 깔려있는 ‘엘리트론’이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 박사는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미 서구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기술영향평가를 제시했다. 덧붙여 “과학기술의 파급력이 큰 현대사회에서 열린 과학기술기획을 추진하기 위해선 일반 국민들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자들의 구성방식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조만간 기술영향평가가 도입될 예정인 현 시점에서 과학기술기획에서 참여자의 구성과 역할을 짚어본 것은 주목할만 하다.

송성수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도 한국과학기술정책의 발전단계와 특징들을 분석해 발표했다. 송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정책의 발전 단계를 형성기, 성장기, 전화기로 구분해 정리했다. 또한 송 박사는 한국의 정책체제상의 특징으로 산업발전을 중시하는 정책목표, 외형적 투입을 증가시키는 정책수단, 관료중심의 정책 문화를 꼽았다. 끝으로 그는 “과학기술정책의 목표가 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과거의 계획과 지시에 의한 국가개입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방식과 사회제도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김유신 부산대 교수(과학철학)는 과학철학과 과학정책과의 관계를 형이상학과 인식론적 측면에서 고찰한 글을 발표했고, 원자력연구소 홍정진 박사는 기술과 정치의 상호작용을 한국 원자력 정책을 대상으로 분석해 발표했다. 특히 홍 박사는 한국의 원자력 정책의 시행과정도 자원동원, 투입, 배분과 같은 일련의 정치적 결정의 연속임을 설명하면서 정책연구에 있어 기술뿐만 아니라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 예산은 선진국들과 엇비슷한 수준에 올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의 흐름을 성찰해 본 이번 학술대회는 보기 드문 자리였다. 하지만 논의 수준이 거시적인 차원에만 국한돼, 구체적인 대안들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다. 또한 기술혁신이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정책의 효과성을 위해서라도 생태위기, 전문가 권력과 같은 문제들과 사회적 측면들의 연구가 포함돼야 할 것이다.

김병수 객원기자 bsk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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