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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를 찾아서 : 우리말글학회
학회를 찾아서 : 우리말글학회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07.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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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6 12:00:47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금관가야의 문화와 토박이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리말글학회(회장 정호완 대구대 교수, 국어교육학과) 사람들이다. 우리말글학회는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학회로 토박이말과 문학을 연구한다. 표준어로 쓰인 문학작품에만 익숙한 이들에게는 토박이말로 쓰인 문학이 조금은 낯설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말글학회는 1982년 대구대의 국문학과와 국어교육학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발족했다. 다른 국문학회와 마찬가지로 국문학과 국어학을 연구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지역언어와 지역문화의 특성을 연구한다는 것. 정호완 회장은 “토박이말을 살펴보면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며 토박이말의 문학적 가치를 평가했다.
토박이말처럼 정겨운 느낌을 주고 싶어 학회이름도 한글이름으로 지었다. 현재는 정호완 회장을 중심으로 박종수 용인대 교수, 이동근 대구대 교수, 김은수 광주대 교수, 이창식 세명대 교수 등을 비롯한 5백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말글학회는 지역학회로 출발했지만 어느새 전국규모의 학회로 성장했다. 학회의 구성원이 점차 지역과 관계없이 확장될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토박이말에도 관심을 넓혀가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 열린 학술대회는 ‘지방화 시대의 언어와 문화’라는 제목으로 영남권 뿐 아니라 호남권, 충청권의 토박이말까지 주제로 다뤘다. 학회 등의 학술 활동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흔한 경우지만, 우리말글학회는 이와는 반대로 지방에서 점차 그 영역을 전국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매년 3회씩 학회지를 발간하고 또 학술대회도 개최하지만, 우리말글학회의 진가는 매달 열리는 월례 발표회에서 나타난다. 어느새 2백회를 바로 눈앞에 둔 월례 발표회는 작은 규모로 열리지만 꾸준한 참여와 뜨거운 연구 열기로 진행되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는 기반이 됐다. 그 작은 걸음걸음이 어느새 20여 년의 먼길을 가고 있었던 것이다.
정 회장은 “연변이나 로스앤젤레스 등과 같이 우리 교포가 많은 지역의 언어 변화도 연구해 보고 싶다”는 의향을 비쳤다. 그 포부 속에서 ‘지방’에서 뿌리를 내렸지만 무성한 가지를 ‘전국’으로, 다시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이 학회의 단단한 의지가 엿보인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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