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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심의 규제 바람직한가
SNS 심의 규제 바람직한가
  • 이승선 충남대·언론정보학과
  • 승인 2011.12.12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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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표현, 자율 심의 하자”

이승선 충남대·언론정보학과
SNS에 대한 법정 심의가 강화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SNS와 앱을 심의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8일부터 ‘뉴미디어 정보심의팀’이 가동됐다. 방통심의위가 민간독립기구라는 주장도 있으나 괜한 소리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은 이미 위원회가 행정기구임을 천명했다. 기존의 단순한 사적관계망과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공적인 영역이지도 않은 SNS를 감시하겠다면서 정부가 강력한 심의규제의 칼을 빼어든 셈이다.

‘나꼼수’등을 겨냥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팟 캐스트는 현행법상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성이나 공정성 심의를 할 수 없고 따라서 정치적 목적으로 SNS 심의기구를 작동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두고 볼 일이지만 SNS 심의를 위해 직제를 개편하는 과정을 보면 씨알머리 없는 말이다. 그동안 방통심의위를 ‘정치심의기구’라고 힐난해 온 특성이 고스란히 반복됐다.

방통심의위원회가 비정치적 영역의 쟁점들에 대해 내리는 의결은 통상 9명의 위원들 간에 의견차이가 크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사회적 사안에 대한 표현을 문제 삼거나 방송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 등을 따지는 의결을 할 때면 위원들은 편을 갈라 6대 3의 첨예한 진영을 구축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6대 3 심의, 자판기 심의, 청부 심의, 기계적 심의 등의 오명은 그러한 정치적·사회적 쟁점들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난 생채기였다.

이번 SNS와 앱을 심의하는 신설부서의 업무가 비정치적 영역의 사안들을 다룰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들, 야당의 추천을 받은 3명의 위원이 퇴장하는 일도, 정부 여당의 추천을 받은 나머지 위원들이 개정안을 필사적으로 강행처리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은 그런 맥락에서 그럴 듯하다.

정부는 우리 사회의 의견다양성 등을 제고하겠다며 신문업을 하던 4개의 사업자들을 방송시장에 진입시켰다. 그 새로운 방송사업자들이 개국 축하쇼를 하던 날, 정부는 SNS와 앱의 심의규제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방송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의 양을 늘려 의견의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던 정부가 더러는 소곤거리며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끼리 낮은 목소리로 옮기는 말, 혹은 그림자 밟아 동행하고 싶은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듣고 그 말을 애써 전달하는 말의 재생을 겁주고 차단하려 한다.

그 엇박자는 어디서 생겨나는가. 멀리 갈 것도 없다. 애초 정부와 여당은 종편사업자 허가의 배경이 된 신문법과 방송법을 개정할 때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비판적 표현을 강력하게 규제하려는 흑심을 노출했었다. 이른바 사이버 모욕죄 신설 안이었다. 형법상의 명예훼손죄 말고도 정보통신망법에 명예훼손죄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를 사이버 명예훼손죄라고 한다. 이 정보통신망법에다가 형법과 별개의 ‘모욕죄’를 신설해 ‘SNS의 음란물로부터어린이를 보호’하듯‘ 사이버상의 모욕으로부터 연예인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시민사회의 지혜는 그 법안신설의 꼼수를 올바로 파악했고 그 시도는 일단 잠복했다. 시민사회는 사이버 모욕죄가 정녕코 연예인의 인격권을 보호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표현물들을 ‘반의사불벌의 죄’로 다스려 위축시키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았다. 사이버 모욕죄는 견해가 다른 표현들의 생산과 유통 그 자체를 ‘처벌의 위협’으로 다스려 억제시키려는 장치라고 여겨졌다. SNS 심의규제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시민사회의 시각은 그와 다르지 않다.

SNS가 지난해와 올해 공직선거에서 발휘한 그 놀라운 저항과 의견 공유의 힘을 목도한 이상, 세상의 온갖 말들을 죄다 규제할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이 어찌 한시바삐 듣기 싫은 말들의 생산과 유통을 억제하려 나서지 않겠는가. 인기 사극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과 정기준 모두 말과 글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안다. 다만 정기준이 칼로 말을 베려는 데 비해 세종은 말로 칼을 누른다. 필자의 이 글도 세종의 은혜를 입었다. SNS의 자유로운 표현을 법적 강제장치를 동원해 처벌해 보려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퇴행적 발상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바와 같이 자율심의 영역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승선 충남대ㆍ언론정보학과
연세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언론법학회 철우언론법상, 한국언론정보학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언론과 명예훼손, 저작권 등에 대해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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