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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의 ‘블루오션’ 전략은 무엇입니까?
한국 대학의 ‘블루오션’ 전략은 무엇입니까?
  • 박지관 뉴질랜드 통신원
  • 승인 2011.12.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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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대와 새로운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인터넷을 통해 뉴질랜드로 들려오는 한국 대학의 현실은 사면초가인 것처럼 보인다. 대학교의 중요한 수입원 중의 하나인 등록금은 그 인상폭이 현재의 청년실업 현실과 맞물려 그 정당성을 잃어 가고 있으며, 최근 대학에 대한 국정감사 결과로 문을 닫는 대학들이 발표가 되는 것을 보면 많은 대학이 어쩌면 ‘레드오션’에서 서로 피를 튀기며 제살 깎는 경쟁을 하고 있지 않는가 싶다.

필자는 외국인 교환교수 자격으로 한국의 한 지역 명문 사립대(편의상 K 대학교라고 칭하겠다)에 근무한 적이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뉴질랜드 빅토리아대와의 협력관계는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대학이 어려운 시기에 같이 공존ㆍ공생하며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을 만들려는 노력이었다. 이제 두 대학교는 협약을 위한 양해각서(MOU)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 K대학과 빅토리아대가 추진하는 MOU

대학을 졸업하고도 제대로 취직하기 힘든 현실에서 대학생들의 취업전략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국의 K대학교는 빅토리아대와 오랜 논의와 조정을 해왔다. K대학교에 처음 입학한 후 일 년 반 동안 일정한 과목을 수료 한 뒤, 영어점수를 획득해 조건을 갖추면 다른 절차 없이 빅토리아대 2학년으로 편입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국의 대학과는 달리 뉴질랜드 대학교는 3년제라서 계획을 잘 짜면 3년 반 만에 빅토리아대의 학위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한국의 K대학교에서도 학위를 받게 된다. 빅토리아대는 학생들을 위해 특별 전담직원을 둬서 학생들이 외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겪게 될 여러 상황에 대해 도울 예정이다. 또한 매학기 말에 학생 한 명씩 직접 면담을 한 보고서를 한국의 K대학교로 보내게 된다.

이 협약으로 빅토리아대로 오게 되는 K대학교 학생들은 학비의 일정 부분을 빅토리아대로부터 장학금으로 받게 되며, 학기 중에도 합법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스로의 생활비를 벌수 있다. 무엇보다 직접 영어를 써야 하는 생활 환경에서 일하게 됨으로써 학생들의 영어회화 능력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방학 중에는 법적으로 풀타임 아르바이트가 가능해 학생 스스로가 긴 방학 동안 직접 돈을 벌어 그 돈으로 뉴질랜드 구석구석을 여행 할 수 있다.

빅토리아대도 학비 지원…학기 중 아르바이트도 가능

빅토리아대에서 학위를 마치면 학과에 따라 합법적으로 일 년간 뉴질랜드에 머물면서 직장을 구할 수가 있으며, 만일 풀타임 직장을 구하게 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일 년간의 직장 경험과 외국 대학의 학위를 가지고 외국에서 취업을 하거나 혹은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취업전선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들의 영어 실력과 외국 대학에서의 학위 습득, 그리고 재학 중의 아르바이트 경험은 물론 졸업 후의 직장 경력은 그들의 취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학생들의 선전으로 K대학교는 졸업생의 취업난을 한층 개선하게 될 것이며 후배들에게 동기 유발 효과도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K대학교 진학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등록금이 만만치 않은 사립대는 학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아 제공하면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지위를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블루오션’에서는 더더욱 우수한 학생과 교수가 몰리는 행복한 상황을 즐기게 될 것이다.

빅토리아대도 K대학과의 협약으로 한국의 우수한 대학생을 유치해 공부하는 동안 좋은 성적은 물론 앞으로의 좋은 취업 결과를 만들어 더 많은 학생들이 이 협약에 관심을 갖고 빅토리아대로 진학을 하게 만드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다. 즉 학생들 개개인의 성공 여부에 최대한 지원을 제공하게 할 수밖에 없으니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가 알아서 외국의 대학교로 유학을 가는 경우와는 확연히 틀리다. 

강제 조항·경비 지출 없는 ‘윈윈’전략

이번 K대학과의 협약은 한국에서 많이 진행됐던 복수학위제와는 다르다. 복수학위제는 오고 가는 학생수 몇 명을 맞추어야 하는 강제조항과 한국의 대학교에 외국 대학의 교수가 가서 영어로 강의를 해야 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등의 제반 경비 지출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협약은 학생수 몇 명을 빅토리아대로 보내야 한다는 규정도 없으며 한국에서 정해진 과목을 파견된 교수로부터 영어로 강의를 들어야 할 필요도 없다.

또한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학생 비자로는 학기 중이나 방학 중에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비싼 생활비를 부모의 도움에 의존을 해야 하는 것이 이번 협약이 제공하는 장점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혹자는 일을 하지 않으면 그 시간에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유학생들과 많이 접촉을 해본 필자의 경험으로 보건데 그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 오히려 영어로 일을 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배운 영어는 쉽게 잊히지 않으며 학생 스스로에게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준다. 또한 바쁜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시간 관리도 더 잘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시장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를 파악해 스스로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만이 현실의 무한 경쟁 사회에서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K대학교의 과감하고도 끈기 있는 노력의 결산인 이번 협약이 공식적으로 체결되는 내년 3월을 기대해 본다. 한국 대학들과 비슷하게 외국의 대학들도 최근의 경제위기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서로가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으로 대학생들에게 어려운 현실을헤쳐나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한국의 대학도 살고 우리의 미래인 대학생도 사는 공생의 방법이 아닐까.

박지관 뉴질랜드 통신원ㆍ빅토리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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