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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학 선정 문제는 없나
부실대학 선정 문제는 없나
  • 박정원 상지대
  • 승인 2011.12.10 0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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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립대학 구조조정, 공공성 강화해야 / 박정원 상지대

박정원 상지대 교수
보수언론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부실대학 퇴출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 내용이 부실해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대학을 개혁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부실대학 선정에 문제가 많고, 그 진행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정책 방향이 불명확하고 부실대학 처리 방법에 대해 교육계의 의견을 수렴한 바도 없다. 형식적인 공청회 한두 번이 전부다. 과연 이 정부는 언제나 소통은 없고 일방통행이다. 더구나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산하 자문기구에 불과한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이하 구조개혁위)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지방대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평가

대학이 너무 많으니까 몇 개 없애야 한다는 식이 아니라, 한국 고등교육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대학교육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교과부와 구조개혁위가 퇴출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사립대학은 경영부실대학과 중대 부정ㆍ비리대학 등 두 가지 유형이다.

그런데 경영부실대학 선정에 있어 ‘재학생 충원율’을 평가지표에 포함시키고 가장 비중을 높게 하는 등 편파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지방대학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방식이다. 이러니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안 나올 수 없다. 게다가 부정비리 재단은 퇴출이 아니라 오히려 귀한 몸(?)으로 모시고 있다. 엄청난 물의를 빚고 물러났던 舊재단들을 종전이사로 예우하면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속속 대학 운영에 복귀시키고 있다. 이 정부의 누군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

부정비리 사학은 국공립화…경영부실 대학은 정부의존대학으로

필자는 사립대학 구조개혁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중대 부정비리대학은 국ㆍ공립화 한다. 학교법인이 국가의 고등교육 공급 업무를 위임받아 운영하는 교육기관이 사학이다. 위임받은 일을 제대로 못해 국민들에 피해를 주면 국가가 다시 회수해야 하며, 그것이 국ㆍ공립화다.

다음, 경영부실사학은 ‘정부 의존(지원) 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현재의 대학운영자가 물적 보상을 원한다면 합당한 보상을 해준 후 운영권을 완전히 인수하는 방안도 있다. 영국의 대학들은 거의 대부분 정부의존대학이다. 의회에서 등록금을 결정하며, 정부의 공적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어 준국립대다. 경영부실대학은 이런 형태로 전환해 지역사회에 계속 기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해당 대학에 재학(직) 중인 학생ㆍ교직원뿐만 아니라 대학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수도권 대학에 유리한 현행의 방식대로 평가가 시행된다면 지방대학은 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이며 수도권 집중은 한층 심화될 것이다. 아울러 퇴출 대상 대학의 교직원과 학생에 대한 신분보장이 너무 미흡하다. 이들이 그간 교육에 기여한 공을 인정해 신분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할 것이다.

정부 지원 사립대학의 지배구조는

공적자원을 지원받게 되는 부실사학들은 공공성이 강화된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미국 대학들과 같은 방식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면 좋겠다. 미국 대학의 이사진은 본교와 타교의 교수들, 학생 대표와 직원 대표, 지역의 고용주들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들은 4-5년 정도 일하다 퇴임하기 때문에, 종전이사라고 주장하면서 권리 분쟁을 일으키는 일이 없다.

부실사학을 정부 지원 사립대학으로 전환할 경우 운영자를 배려하면서도 공영(공립)화가 가능한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다. 기존의 이사회를 심의기구로 인정하면서 총장, 교수 대표, 학생 대표, 이사회 대표, 공익위원 등으로 구성된 대학운영위원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되는 미국 러트거스(Rutgers) 대학의 지배구조가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학 설립자, 교수, 재학생, 학부모, 동문, 직원, 지역사회 모두가 동의하는 공영화가 가능할 것이다.

교과부 주도의 일방적 구조조정은 대학의 생명인 자율과 자치, 그리고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사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에 포함된 국립대학이 결국 총장 직선제를 포기한다며 무릎을 꿇는 일은 얼마나 비참한 굴욕인가! 교과부가 추진 중인 일방통행식 구조조정은 사립대학과 국ㆍ공립대학 모두에 심각한 위협이며, 전체 대학사회 앞에 가로 놓인 장애물이다. 대학의 위기 타개를 위해 고등교육계 전체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광범위한 규모의 논의와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원 상지대ㆍ경제학
강원대에서 「시장 지향적 고등교육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의 신자유주의 대학 정책에 관한 연구」, 『한국 사학의 빛과 그림자』 등의 논문과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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