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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2011년 12월5일자)
새로 나온 책(2011년 12월5일자)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12.07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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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2011년 12월 5일자)

근대를 만난 동아시아 회화, 한정희·이주현 외 지음, (주)사회평론, 328쪽, 25,000원 
부제 '동아시아 회화 연구를 위한 새로운 모색'이 더 눈길을 끄는 책. 한·중·일의 회화를 하나의 주제로 비교분석한 연구 결과물이기도 하다. 각국의 회화사에 대한 개별적 연구는 많았지만, 이를 동시에 비교분석해 하나의 책으로 묶어낸 사례는 드물다. '동아시아회화연구회'가 주축이 돼 동아시아에 미친 서양의 영향, 동아시아의 미술과 여성이라는 두 측면에서 논의를 구성했다. 전자는 동아시아 전통화법에 접목된 서양의 원근법, 명암법과 그 결과 빚어진 특징 등을 살폈고, 후자는 중국 청대의 미인도부터 근대 한국 부인초상화까지, 회화 속 동아시아 여성들의 모습을 읽어냈다. 

배드 사이언스, 벤 골드에이커 지음, 강미경 옮김, 공존, 448쪽, 18,000원
옥스퍼드 의대 출신의 영국 국립의료원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유명한 과학저술가 겸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과학'을 악용한 거짓 주장과 엉터리 제품을 철저히 해부해서 신랄하게 비판한다. 덕분에 이 책은 영국 아마존 논픽션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돌팔이 의료인과 사이비 의약품, 제약회사의 부조리한 횡포와 언론의 엉터리 과학보도를 마치 사립 탐정처럼 집요하게 파헤쳐냈다. 쉽고, 웃기고, 직설적이고, 실용적이고, 양방향적인 글쓰기도 특징.

세계사 최대의 전투-모스크바 공방전, 앤드루 나고르스키 지음, 차병직 옮김, 까치, 420쪽, 20,000원
현대사에 가장 근접해 있고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 규모인 전쟁은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는 그 최대의 전쟁 가운데서도 최대의 전투로, 양군을 합쳐서 700만 명이 동원되고 250만 명이 희생된 모스크바 공방전을 꼽는다. 저자는 내무인민위원부 기록보관소에서 새롭게 기밀이 해제된 문서들을 비롯, 모스크바 전투와 관련된 56명과의 인터뷰, 핵심 인물들의 일기, 편지, 회고록 등을 참조해 마치 실제 모스크바 공방전의 전투 현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전달해준다.

인민의 탄생-공론장의 구조 변동, 송호근 지음, 민음사, 436쪽, 25,000원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한국사회를 재단해 온 '서양산 사회과학'을 과감히 벗어 버리고, 근대 이후 오늘날까지 격동하는 한국사회를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해 한국 사회의 기원을 찾아 개화기 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1970년대 사회과학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쏟아져 들어온 외국산 이론의 홍수 속에서 한국은 부정되고 극복의 대상으로 개념화됐으며, "역사의 갈피에 접힌 필연적 이유를 묻기 전에 서양산 사회과학으로 한국사회를 분해"했음을 고백한다. 미시적 연구와 목적론적 연구를 추구하는 기존 학계의 경향을 벗어나 '거시 구조 전환'에 주목하며 조선사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한글의 사용과 함께 비로소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새로운 인민'은 조선의 통치 축인 지식, 종교, 정치 분야에서 '평민 공론장'의 출현을 촉발했으며, 이것에 의한 '시민으로 전환한 인민의 탄생'에 개회가 근대의 요체가 숨어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자본주의와 그 적들-좌파 사상가 17인이 말하는 오늘의 자본주의, 사샤 릴리가 묻고 하비?촘스키 등이 답하다, 한상연 옮김, 돌베개, 484쪽, 20,000원
데이비드 하비, 노엄 촘스키, 마이크 데이비스 등 대표적인 좌파 사상가들과 함께 오늘날 자본주의가 처한 위기의 본질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한 책이다. 현재의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 관점을 모아놓는 일에 초점을 맞췄지만, 동시에 좌파의 영광스러운 청사진을 의욕적으로 담기보다는 좌파운동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가감 없이 분석하고 좌파의 과거 실패와 한계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좌우를 막론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칸트-경계의 철학, 철학의 경계, 김혜숙 지음, 이화여대출판부, 364쪽, 25,000원
이 책은 칸트에 와서 본격화된 문제인 철학적 반성의 성격과 선험철학적 방법론을 '경계의 철학'이라는 이름 하에서 탐구하고 있는 연구서다. 기존 연구서들이 대부분이 칸트 철학의 내용을 탐구하고 기술하는 데 치중했다면, 저자는 칸트의 '철학방법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초점화가 중요한 것은, 철학방법론이 칸트 이후 서양철학의 전개와 분화에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의 선험철학은 앎이나 도덕과 관련해서 궁극적 반성과 토대를 제시한다. 세계에 관한 인간의 앎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가를 묻고 있는 철학적 반성의 지점은 앎과 앎을 넘어서 있는 것을 구획 짓는 좁은 경계에 위치해 있고, 이 좁은 경계가 바로 칸트가 전통 형이상학을 파괴하고 새롭게 구축하고 있는 형이상학의 영역이자 방법론인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철학적 함축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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