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6:35 (금)
“너의 이야기를 써보렴” … 내로라하는 글쟁이들 전면 배치
“너의 이야기를 써보렴” … 내로라하는 글쟁이들 전면 배치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1.12.05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성찰과 치유’의 글쓰기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국어클리닉에서 글쓰기 교육을 맡고 있는 고인환 경희대 교수(국어국문학과)의 연구실에는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용무는 상담이다. 학생들은 원고뭉치 대신 고민꺼리를 싸짊어지고 왔다.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기대치와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았어요.” 고 교수는 학생들에게 ‘부모와의 갈등’을 글로 써보라고 과제를 냈다. 과제물 평가는 부모들 손으로 넘겨졌다. “글로 생각을 표현하고 자기를 돌아보는 일, 글쓰기로 인해 실생활에서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모습에 오히려 학생들이 신기해하고 고마워하기도 해요.” 고 교수는 신입생을 위한 글쓰기 교육은 내면의 성찰에 초점을 맞춘 인문적 글쓰기(휴머니티 라이팅)가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경희대 교양대학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글쓰기 교육과정은 ‘치유와 성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쓰기 방법론보다 고민상담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기도 하지만 경희대 측은 “글쓰기의 기초를 다지는 데 내면적 성찰을 우선시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후마니타스 글쓰기의 날에 작문을 하던 한 학생이 자신의 원고를 고치고 있다.

올해 초, 학부대학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출범한 경희대의 글쓰기 교육은 색깔이 뚜렷하다. 치유와 성찰의 글쓰기다. 성찰과 치유에 목표를 두다보니, 글쓰기 방법론보다 고민 상담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일쑤다. 발표시간이 울음바다를 이루기도 한다.

경희대는 교양 글쓰기 교육으로 ‘글쓰기1’과 ‘글쓰기2’를 운영하고 있다. 각각 1, 2학년 필수과목이다. 올초 교양교육이 ‘후마니타스 칼리지’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글쓰기 교육에 실험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글쓰기1’은 주목할 만하다. 교재 제목부터 ‘나를 위한 글쓰기’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 나를 슬프게 하는 것, 20년 삶을 돌아보면서 대학생활 그리고 그 후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다. 신입생들은 한 학기 내내 글과 씨름하기보다 자기 안의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A4 2매 정도 분량의 짧은 글을 10편 내외로 쓴다. 동료학생들의 평가와 교수첨삭을 받으면 수정 원고를 제출해야 하니 사실상 20편에 달한다. 학생들은 글쓰기 수업만으로 자기성찰을 매주하는 셈이다.

글쓰기1이 ‘나’를 주목하고 있다면 글쓰기2의 시선은 세상으로 향한다. 비판적 글쓰기다. 학술논문, 신문 칼럼 등을 중심 교재로, ‘세계를 향한 글쓰기’를 시작한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어떤 학문적 성취를 이룰지를 고민케 한다. A4용지 5매 분량의 긴 호흡으로 전문적인 주제를 다루는 글쓰기다. 글쓰기2는 내년부터 시작한다. 

글쓰기 교육의 관건은 첨삭에 있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 경희대는 수강인원을 20명으로 제한했다. 글쓰기1은 서울캠퍼스에만 82개 반이 개설됐다. 두 학기면 160개 반이다. 내년에 글쓰기2까지 가동되면 글쓰기에만 연간 320개 강좌가 개설되는 셈이다.

글쓰기 전임교수 4명이 2개 강좌씩 맡고 나머지는 강사들이 진행한다. 비판적 글쓰기에 초점이 맞춰진 글쓰기2는 기자, 유명 저자, 작가, 문학평론가 등 내로라하는 현직 ‘글쟁이들’에게 강의를 맡길 계획이다. 

또 하나의 주안점은 학생들끼리 글을 평가하는 데 있다. 학생들은 이를 ‘합평’이라고 부른다. 5~6명이 한 조를 이뤄 맞춤법, 논지전개 등을 세세하게 평가한다. 이 때문에 성적은 절대평가다. 남 앞에서 선뜻 꺼내기 힘든 자기 고백적인 주제가 많아 경쟁보다는 협동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럼 대체 글쓰기 실력은 언제 늘까. 고 교수는 글쓰기 향상의 지름길은 ‘고쳐쓰기’에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 앞에서 직접 발표하고, 서로 문법과 내용을 지적해준다. 교수도 발표내용을 첨삭하면서 강의가 유기적으로 진행된다. 한 학기 수업으로 실제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기엔 한계가 있지만, 10편의 글을 첨삭받으니 글쓰기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