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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 학부제 수정 요구 높아지는 대학가
쟁점 : 학부제 수정 요구 높아지는 대학가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6.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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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26 13:18:42
“학부제 부작용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며, 학계와 관련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의 논의는 국립대학이 일시에 학부제를 도입한 이후 수년동안 경험한 부작용을 더 이상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의견이 집약된 것으로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학부제 도입을 강제한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대학이 파행적으로 운영된다”

전국 국·공립대 총장 26명은 지난 14일 협의회를 열고 ‘현행 학부제에 관한 건의문’을 채택했다. 총장들은 건의문에서 “학부제 이후 기초학문을 중심으로 한 비인기 분야는 심각하게 위축되고, 인기학과는 인적·물적 자원이 모자라 부실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총장들은 이의 해소를 위해 현행 학부제의 재편성을 허용하고, 학부제 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대학에 위임해 달라고 요구했다.

건의문에서 총장들은 “도입단계에서 행정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행·재정지원과 연계해 의무적 도입을 유도함으로써 그 절차가 비민주적이었다”며 교육부의 자율화 정책의 허구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총장들이 결의문을 채택하기에 앞서 ‘학부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전남대는 “학부제의 부작용들은 학부제와 모집단위에 대한 혼동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고 지적해 정책을 도입한 교육부와 교육현장의 괴리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줬다.

대학총장들 뿐만 아니라 교육관련 연구자들도 학부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국교육행정학회는 지난 19일 ‘한국 교육정책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우리 교육정책이 안고 있는 뜨거운 쟁점사안에 대한 함의점을 찾고자”했다는 학회가 대학교육분야에서 찾은 ‘쟁점’ 역시 학부제였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김남순 조선대 교수(특수교육과)의 연구에 따르면, 지방에 소재하고 있는 한 대학은 학부제 실시 초기인 1997년 외국어대학의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아랍어를 묶어 ‘외국학학부’로 고쳤으나 학문영역의 불일치로 동양학부와 서양학부로 분리했고, 또 다시 각각의 전공어로 완전히 분리돼 현재는 학부제 이전과 같은 7개 학과로 분리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신분에 대한 불만, 교수들과 학생들과의 갈등, 대학당국과 학과 그리고 학생들간의 갈등과 시간·경제적 손실은 대단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학들이 특성화를 실현하는데 발목을 잡는 획일적인 평가제도의 적용과 그에 따른 재정지원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학부제 여부도 대학의 여건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학부제로 인한 부작용이 점점 커지자 대통령자문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위원장 배무기 울산대 총장)도 이를 논의과제로 삼았다. 지난 5일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가지면서 절반을 ‘대학 학사 운영의 자율화 방향’에 할애했다.

교육부와 대학이 낳은 사생아

주제발표를 한 박찬석 경북대 총장은 ‘대학학사운영의 자율화 방안’을 발표하며, 학부제를 화두로 삼았다.

박 총장은 경북대가 실시하고 있는 자율전공제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며, “학부제 도입이후 학과운영을 위해 학생을 강제로 비인기 학과에 배분하게 되고, 비인기 학과에 속해 있던 학생들은 휴학을 하는 경우가 생기고, 학과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게 됐다”며 학부제로 겪은 악순환을 지적했다. 박 총장은 “대학의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은 결국 대학의 운영을 파행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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