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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하려면 ‘잘 가르쳐야’ … “연구업적 버릴 깡다구 있어야죠”
승진하려면 ‘잘 가르쳐야’ … “연구업적 버릴 깡다구 있어야죠”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1.11.28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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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대학’ 교육업적평가 고민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지원사업(이하 학부교육 선도대학)이 1년 6개월여 지났다.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한동대 등 1차 선정된 11개 대학은 이번 주부터 중간평가를 위한 학생 설문조사에 돌입한다. 교육 프로그램 예산에만 연간 약 25억원(대학별 총 4년)이 투입되고 있는 학부교육 선도대학의 중간평가, 첫 테이프를 끊었던 11개 대학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육중점체제’로 체질 개선을 하는 데 어떤 아이디어를 모색했을까. 교수업적평가를 중심으로 이들 대학의 고민을 들어봤다.

연구업적 위주로 짜여진 교수업적평가 기준이 '에이스대학'을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육영역 업적평가의 약진이 예상된다.

교육업적 부족? “승진 안 됩니다”

교수업적평가를 가장 발 빠르게 정비한 대학은 신라대다. 신라대는 교육·연구·봉사영역의 업적평가 비중이 각각 5:4:1로, 교육영역 업적평가의 비중이 연구영역보다 크다. 승진과 정년보장심사도 교육영역 업적평가만 반영한다. 전임강사부터 정교수까지 승진급수가 올라갈수록 교육영역 업적평가가 까다롭다.

최근 신라대는 정교수 승진 시 700%였던 교육영역 업적평가 기준을 750%로 상향조정했다. 전병일 신라대 교무처장(환경공학과)은 “수업개발이나 학생상담 실적이 많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점수”라고 말했다. 물론 연구영역 업적평가도 조교수·부교수·정교수 승진 시 각각 200%, 400%, 500%를 달성해야 한다.

교육영역 업적평가는 책임시수를 완수하는 등 교수가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했을 때 ‘기본점수’를 받는 항목이 많아 변별력 논란에 시달린다. 신라대는 그래서 이러닝 수업, 티칭포트폴리오, 원어수업, 팀티칭 등 ‘수업방법개발’ 항목을 추가했다. 수업방법개발은 강의평가와 함께 교육영역 업적평가의 당락을 가른다. 올해는 ‘새 교과목 개발’ 항목을 추가했다. 새 교과목은 학생 중심의 맞춤형이나 타전공과 연계된 교과목을 개발했는지 여부로 평가한다.

신라대가 교수업적평가를 조정한 건 최근의 일이다. 교육·연구·봉사의 비중을 6:3:1(교육중심), 4:5:1(연구중심), 3:3:4(봉사중심)로 나누는 일종의 트랙제를 고수해 오다 지난 2004년부터 ‘5:4:1’로 고정시켰다.

교수업적평가 비중에 변화를 주지 않는 대신 교육영역을 승진심사 기준으로 삼는 대학들도 눈에 띈다. 가톨릭대는 강의평가 점수가 학과 평균과 비교, 기준 점수에 미달되면 연구업적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승진할 수 없다. 올해는 강의평가 가중치를 전년대비 50% 더 올렸다. 내년부터는 강의영상을 해당 교수의 강의계획서에 링크시킬 계획도 세웠다. 송성욱 가톨릭대 교무부처장(국어국문학과)은 “참고자료나 핸드아웃 등 강의자료의 공개여부도 지표화할 것이다. 밀착형 학생지도를 통해 교육의 질이 매년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대 교수들도 내년부터 카메라 앞에 서게 될 전망이다. ‘승진 시 강의분석’을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올해까지는 희망자에 한해 본인의 강의영상을 컨설팅 받았는데 내년부터는 의무사항이 됐다.

학생 면담이나 교수법 개발도 교수업적평가 항목으로 추가되고 있다. 한림대와 가톨릭대는 학부교육 선도대학에 선정된 지난 1년 동안 교육영역 업적평가 항목에 학생면담을 추가했다. 특히 한림대는 교수법 연구소모임이나 학생 연구활동 지도, 교양교과목을 맡으면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사실, 연구 잘하면 별문제 없죠”

학부교육 선도대학은 그러나 여전히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교육영역 업적평가를 세분화하거나 수정·보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업적평가에서 교육영역을 연구영역보다 ‘실질적으로’ 강화시킬 수 없다는 데 한계가 있다.

예컨대 교육영역 업적평가 비중이 높은 신라대도 들여다보면 사정은 마찬가지다. 교수업적평가 총점제를 채택하고 있는 신라대는 단독논문의 경우 연간 최대 600만~800만원의 인센티브를 준다. 교육업적이 뛰어나 교수업적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을 경우 인센티브는 500만원에 불과하다. 우수한 연구업적만으로 100만~300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연구 잘하면 승진에 문제없다. 우수한 연구논문을 내면 다 올라간다. 근본적으로 바꾸긴 힘들다.” 학부교육 선도대학의 한 교무처장은 교수업적평가를 실제로 ‘반전’시키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학은 책임강의시수가 15시간이다. 통상적으로, 책임강의시수가 연구중심대학이 10학점, 교육중심대학이 18학점인 것을 감안해 그 중간을 택했다. 연구와 교육의 균형이라는 논리다. 여기까지다. 교수업적평가 비중을 교육영역을 연구영역보다 높이기에는 대학의 부담이 크다는 것.

이 교무처장은 여전히 연구중심으로 맞춰져 있는 대학평가를 지적했다. “정부, 언론사 등 각종 대학평가가 연구중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연구중심대학이 유리하다. (교육)특성화가 말처럼 쉽지 않다. 교육 특성화를 이루려면 ‘연구’를 버리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다음달 22일 ‘제1회 학부교육 선진화를 위한 교육역량강화사업 컨퍼런스’가 한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학부교육 선도대학에 선정된 22개 대학이 중지를 모으는 행사다. 이들 대학 외에도 전국에서 대략 80개 대학이 참가하기로 했다. 학부교육 선도대학이 '교육중심'의 교수업적평가 논의에 불을 지필지 주목된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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