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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이것만은 버리고 갑시다-⑤ 늘어나는 ‘비전임제도’
대학, 이것만은 버리고 갑시다-⑤ 늘어나는 ‘비전임제도’
  • 교수신문
  • 승인 2002.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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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교수…‘이름’불구 내실은 미지수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비전임교수의 수는 1999년 8만5천58명에서 2000년 9만5백81명, 2001년 9만5천7백1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시간강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99년 86.04%, 2000년 84.09%, 2001년 82.3%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은 겸임교수, 연구교수, 강의교수, 객원교수, 대우교수, 초빙교수 등의 몫이다.

과거 ‘시간강사’로 통칭되던 비전임교수가 최근 다양한 이름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1년에서 많게는 3년의 계약기간을 갖고 임용되는, ‘분명히 전임교수가 아닌 사람들’이다.

서울의 ㄱ대학은 올 상반기 13명의 전임교수를 채용하면서 총 76명의 비전임교수를 뽑았다. 연구조교수가 1명, 연구전임강사 2명, 강의조교수 2명, 강의전임강사 13명, 객원교수 18명, 객원조교수 1명, 겸임교수 12명, 겸임부교수 9명, 겸임조교수 9명, 겸임전임강사 5명, 명예교수 4명. 그러나 이처럼 길고 복잡한 명칭에도 불구하고 76명 대부분의 계약기간은 시간강사처럼 짧다. 연구교수 및 강의교수가 2년, 객원교수 및 겸임교수가 1년에 지나지 않는다.

2001년 ‘겸임교수 및 기타’로 분류된 인원은 1만6천9백35명. 이들에게 뚜렷한 명칭이 없는 까닭은 1998년도 고등교육법에서 ‘전임교원 및 명예교수, 시간강사’와 달리 ‘초빙교수, 겸임교수’등은 학교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칭할 수 있도록 허가됐기 때문이다.

일부 강사들에게는 이 제도가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실제로 ㅅ대학의 한 강의전담교수는 “구두계약으로 3년이 약속됐을 뿐이지만 그래도 2인 1실의 연구실과 매달 30만원씩의 기본급을 지급받는다”고 밝혔다. ㄱ대의 한 강의전임강사 역시 “연구실이 지급되고 전임과 같은 월급을 받는다”며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통화한 강의전담교수는 “3년은 구두계약이기 때문에 신분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다”며 불안해했고 “이 분야의 친구들 중 자신이 어떤 자리인지를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후자인 강의전임강사 또한 “2년 계약을 맺었다”고 말한다. 취재과정에서 전화통화를 한 다른 겸임교수들 역시 “1~2년의 신분밖에 보장되지 않는다”며 “계약기간도 짧고, 학교행정에 관여하지 못해 소속감도 부족하지만 그나마 시간강사보다는 나은 대우를 받는데 만족한다”는 의견들을 보였다.

전국강사노조 임성윤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시간강사제도의 열악성을 역이용하는 제도”라고 비난한다. 강사 처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회피한 채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에게만 파이를 약간씩 떼어주는 미봉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기존 강사들의 입지는 더욱 흔들리고, 외부에서 와 ‘손님처럼’ 강의만 하고 가는 사람들로 인해 비전임교수들간 연대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미봉책이란 너무도 얄팍해 언제 바스러질지 모른다.

현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1인 시위를 하는 김동애씨는 1992년 2월 한성대의 ‘대우전임 교원’으로 임용됐으나 1년 뒤 신분은 ‘대우교수’로 낮아졌고 그마저 1999년부터는 ‘시간강사’로 바뀌었다. 2000년 2학기부터는 아예 강의배정을 받지 못했다. 퇴직금은 물론 없다. 말은 ‘교수’였지만 학교로부터의 대우는 불안정한 ‘시간강사’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제도의 취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당초 다양한 외부인사들의 경험을 강단에 도입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들 각종 비전임교수제도가 1~2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ㅈ대의 한 강사는 이와 관련, “비전임교수들의 활동이 늘어나는 만큼, 각 대학이나 관련단체들이 나서 이 제도의 건강성을 재평가하도록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기존의 ‘시간강사제도’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고, 교육부 또한 이 사안을 거듭 강조하면서 대학들은 무언가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지만 재정난을 이유로 전임교원수 늘리기는 또다시 뒷전이며 교육부도 이를 묵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비전임교수 늘리기 편법으로 저렴하게 ‘강의’를 때우려고만 한다면 지속적인 ‘연구’는 누가 보장할 것인가.

결국 수년이 지난 뒤의 결과는 강의의 질이 떨어지거나, 활용가치가 다한 비전임교수를 내보내고 다른 비전임교수들과 계약하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설유정 기자 sy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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