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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외국 사전 능가… '디지털콘텐츠화' 국가 사회 지원 필요
기존 외국 사전 능가… '디지털콘텐츠화' 국가 사회 지원 필요
  • 김영 한국한문학회장/인하대·한문학
  • 승인 2011.11.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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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한 초석 단국대『漢韓大辭典』

칼 야스퍼스가 대학의 역할을 연구, 교육, 봉사로 나눠 설명했지만, 대학의 사명은 한 마디로 동서고금의 문화유산을 학문적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탐구하여 인류 의 지혜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 와서 대학이 교양주의문화 보다 테크놀로지문화에 편중돼 자유롭고 독립적인 시민의 양성보다 전문적 인 기능인의 양성에 경사되고 있지만, 이는 유구한 대학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대학은 그 사회나 국가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 보편적인 학문연구와 고등교육을 실시해 인류에게 진리의 빛을 비춰주는 그야말로 ‘큰 학문을 하는 곳〔大學〕’이기 때문이다.

올해 <교수신문>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대학 본연의 사명인 인류의 지혜를 계승 발전시키는 일을 얼마나 충실히 해왔는지를 점검하는 2011특별기획 '대학의 유산, 한국의 미래다' 의 일환으로, 한국의 대학들이 산생한 무형 유형의 유산을 점검해 1차로 13편을 선정했다. 그 가운데 단국대 동양학연구소가 편찬한 『漢 韓大辭典』16권은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그 학문적 성과와 문화사적 의의를 인정하는 문화유산으로 평가됐다.『漢韓大辭典』은 어떠한 사전이길래 이러한 압 도적인 고평을 받는 것인가.

전통문화 유산을 미래로 이어주는 지적 교두보

그 동안 한국의 대학들은 재래의 전통학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기보다는 서양의 근대학문을 부지런히 수용해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앞당기고, 서구의 민주주의와 합리주의 문화를 받아들여 사회를 민주화하는데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사회는 빠른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압축적으로 이룩한 나라로 어 느 정도 인정을 받게 되고, 각 분야에서 세계수준에 근접하게 이르게 됐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입과 모방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우리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세계보편적인 논리와 언어로 풀어내지 않고, 지금처럼 서구학문의 수입만으로는 독창적인 문명의 창달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의 전통은 한글문명과 한자문명이 어우러진 것이다. 한글문명이 우리문화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한글로 쓰여진 것만을 우리의 유산으로 고집하는 것 은 너무나 협애한 관견으로, 동양의 무궁무진한 한자문명 유산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문화를 풍부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동서양의 문화유 산을 모두 포용해야하듯이,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한글문화에 대한 탐구는 말할 것도 없고, 동양 고래의 풍부한 지적 문화유산인 漢文을 연 구하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되살리는 일이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자문화유산은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베트남이 공유해온 동양의 보편적인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도 한자의 음과 뜻을 알려주는 字典이나 단행본 漢字辭典은 나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한문유산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은 일본의 모로하시 데쓰 지의 『大漢和辭典』(1955)이나, 대만에서 나온『中文大辭典』(1973), 중국에서 나온 『漢語韓大詞典』(1993) 등을 참고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국의 한문사전들은 매우 유용한 工具書이긴 하지만 각각 그 나라의 문화 탐구와 학문적 요구에 의해 간행된 것이어서 우리나라의 한문유산을 공부하는 데 는 많은 한계와 불편함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에서 31년 동안의 집념어린 작업 끝에 『韓國漢字語辭典』4권(1996)을 간행한데 이어, 2008년에 『漢韓大辭典』16권을 완간한 것은 우리 문화사상 획기적인 업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 최대의 의미를 만든 대장정

1996년에 먼저 나온 4권의『한국한자어사전』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자와 어휘를 채록해 5천여 자의 한자와 9만여 어휘로 이뤄진 최초의 한국한자어를 모은 사전 이며, 『한한대사전』은 전 16권 분량으로 5만5천여 자의 한자와 45만여 어휘를 집대성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한자사전이다. 『한한대사전』의 편찬사업은 동양사 를 전공해 이 사전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한 당시 장충식 총장의 숭고한 결단과 원대한 계획하에 1978년 6월에 추진돼 2008년 10월에 마무리되는 31년간의 大長征 이었다.

그 결과 『한한대사전』은 본권 2만464면, 표제자 5만3천667 자, 어휘 약 45만여 단어로 이뤄진 지금까지 간행된 한자 사전 가운데 가장 방대한 저작물 이라는 문화사적 성과를 이루게 됐다. 이러한 편찬사업은 사실 한 사립대학의 연구소가 감당하기에는 힘들 정도의 대형 프로젝트로, 연인원 20만 명에 달하는 연 구원과 총 310억 원의 비용이 투입돼 작성된 원고만 총 212만 매에 달하는 엄청난 문화사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한대사전』과 『한국한자어사전』은 규모의 방대함이나 학술적 가치에 있어서 기존의 일본, 대만, 중국의 사전을 능가하는 뛰어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에서 이 두 사전을 완간함으로써 한자사전 분야에 거의 불모지에 가까웠던 우리나라는 동아시아 한자문화를 수준 높게 연구할 수 있게 됐고, 이를 계기로 한국학을 비롯한 전통학문을 세계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반이 마련됐다. 이 사전의 출간 덕분에 우리나라의 국학 연구자들이 소규모의 한문사전이 나 중국과 일본의 한문 사전에 의존해 오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었으며, 동양학 관련 모든 분야에서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과제와 사회적 관심

그런데 이제 시대는 인쇄매체시대로부터 모든 정보가 인터넷을 통하여 전달되는 디지털문명시대로 진입하고 있고, 수십 권에 달하는 방대한 한자사전을 개인이 비치해두기에는 부담스럽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한한대사전』과 『한국한자어사전』의 성과도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인터넷 환경에 맞추는 디지털화가 필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단국대에서는 이러한 두 사전의 성과를 더욱 발전시키고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향후 5년 동안 ‘디지털 한한대사전’을 기획하고 있다.

‘디지털 한한대사전’ 사업은 이미 간행된 『한국한자어사전』과 『한한대사전』을 통합·증보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 여 웹 사전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한한대사전’은 우리나라의 앞선 IT기술과 인터넷을 통한 웹 사전 분야를 선도하여 동아시아 한자문화 권에서 지식정보 강국으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확보함과 동시에, 세계 최대의 한자사전 콘텐츠의 구축으로 이미 간행된 『한한대사전』의 편찬에 버금가는 소중한 국가적 문화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이러한 디지털화 사업의 중요성과 디지털한자사전의 문화적 파급력을 감안하면 정부나 대기업의 각별한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김영 한국한문학회장/인하대·한문학

필자는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북경대와 런던대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민족문학사연구소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한문학회 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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