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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 중심으로 인문학 특성화…교수도 글로벌 감각 갖춰야 ”
“불교학 중심으로 인문학 특성화…교수도 글로벌 감각 갖춰야 ”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11.22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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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개교 10주년 앞둔 정병조 금강대 총장

충남 논산시 상월면에 위치한 금강대는 개교한 지 10년도 안 된 ‘작은 대학’이다. 재학생 수가 400여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대학 교육역량강화 사업에 4년 연속 선정된‘강한 대학’이다. 정병조 금강대 총장은 “‘소수정예교육’으로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이 금강대를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12~13일에는 학계를 놀라게 했다. 대승불교연구의 권위자인 폴 해리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세계적인 비교종교학자 레너드 스위들러 미국 템플대 교수, 불교윤리학의 대가인 데미안 키온 영국 런던대 교수, 불교정치학자인 이안 해리스 영국 런던예술대 교수 등 내로라하는 해외학자 15명이 금강대를 찾았다. ‘미래세계와 불교’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국내 대표적 불교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정 총장은 “우리 대학이 살려면 특성화밖에 없다”라며 “불교학을 중심으로 하는 인문학을 특성화 분야로 잡고 교수ㆍ학생들을 위한 투자를 계속 하겠다”라고 밝혔다. 응용불교학과와 회계학과를 신설하는 학제 개편을 단행한 것은 그 첫 걸음이었다. “특성화, 글로벌이 평소 소신”이라는 정 총장은 “금강대를 통해 한국불교가 세계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 일시 : 2011년 11월 14일 오후 2시
● 장소 : 금강대 총장실
● 대담 : 최익현 편집국장
● 정리ㆍ사진 :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 평생 학자로 살아오다 총장이 됐는데 부담은 없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부만 잘 하면 됐는데, 우선 경영이라는 스트레스가 있다. 평소 소신이 특성화다. 특성화 전략을 추진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니 자금 압박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 했으면 하는 방향성이 어느 정도 정립됐기 때문에 꾸준히 밀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 취임 9개월이 지났는데, 앞으로 역점을 두고 싶은 일이 있다면.
“대학의 본질은 특성화다. 대학이 살려면 특성화밖에 방법이 없다. 금강대는 무엇을 특성화해야 하느냐. 결국은 불교학을 중심으로 하는 인문학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특성화할 것이냐. 글로벌한 감각을 갖는 것이 첫 번째다. 교수나 학자들이 먼저 글로벌한 감각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학생들도 외국어를 몰라선 안 된다. 외국인 유학생과 2인1실로 기숙사를 함께 쓰고, 학과 수업,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면서 자연스레 외국어를 습득하고 있다. 이런 파트너십 프로그램이 음으로 양으로 전공 공부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 본다. 해외 대학원 진학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금강대를 통해 한국불교가 세계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년부터 가칭 ‘한국불교문화총서’를 영어로 108권 정도 출판할 생각이다.”

△ 응용불교학과를 신설했는데 학제 개편의 의미는.
“일본의 다이쇼대는 3년 전부터 불교학부가 아니라 ‘인간학부’로 학생을 모집한다. 인간성의 본질과 그 알파, 오메가를 다룬다는 뜻이다. 중국의 난징대도 불교학과라 안 하고 ‘생사학과’라고 부른다. 나고 죽음을 연구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대학 나닐 때나 지금이나 학과 이름도, 배우는 교과목도 똑같다. 불교의 외연을 넓히려면 다른 것 없다. 현대적 기반을 갖고 있는 모든 학술적 영역에 불교를 접목시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교경제학, 불교심리학, 불교문학…. 현대학문 속에서 불교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모색해 나가다 보면 우리 불교의 지평이 좀 넓어질 것이다.”

△ 전원 기숙사와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어 정원을 늘리면 재원 마련이 숙제일 텐데.
“지금은 일반대학원밖에 없는데 평생교육 차원에서 특수대학원을 만들려고 한다. 실버 지식인들에게 지적인 만족을 채워줄 수 있는, 아주 고급의 문화강좌를 개설할 계획이다. 우리는 글로벌인재학부가 강점이다. 다른 대학과 달리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가 아니라 통번역학과다. 일반인 대상으로 강좌를 열면 상당히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발전기금 모금활동도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한다. 최선을 다해서 학교가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10년 안에 자립하는 것이 목표다.”

△ 4년 연속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됐다. 이런 저력은 어디서 나온다고 보나.
“우선 학생들이 우수하다. 수능 2등급 안에 들어오는 학생만 선발한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환경 자체가 공부밖에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특화된 교수법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미나식 교육이다. 중간ㆍ기사고사만 보는 것이 아니다. 발표도 많이 시키고, 순간순간 쪽지시험 보고, 리포터를 받으면 반드시 피드백을 주게 하고 있다.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갖다 붓는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해마다 100억원 정도를 지원하면서도 특별히 요구하는 것이 없다.”

△ 좋은 학생들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교수가 중요한데 어떤 교수를 뽑고 싶나.
“소신 자체가 글로벌이라 가급적이면 교수 지원자들이 외국 유학이나 수학의 경험이 있었으면 한다. 꼭 외국에서 학위를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에서 수학했다는 것 자체가 시야를 넓힐 수 있다. 자기 전공분야에 글로벌한 감각이 있을 것, 교수 임용의 제1의 조건이다. 두 번째는, 학문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현장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교수 업적평가는 어떻게 하고 있나.
“정량평가의 기준을 조금 더 세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번역도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번역은 아예 인정을 안 해 주거나 저술도 50%나 30%만 인정해 주기도 하는데 우리는 100대 80 정도로 논문과 거의 같이 인정해 주려고 한다. 정성적인 면에서는, 교수 개개인의 논문을 외부에 두 편, 내부에 한 편 보내서 한 편이라도 F가 나오면 승진이나 재임용이 안 된다. 앞으로도 이런 부분은 강화하려고 한다. 내가 있는 한 ‘철밥통’으로 그냥 앉아서 올라간다는 것은 꿈도 못 꾸는 일이다. 공부 안 하면 도태시켜 버리겠다고 교수들한테 이야기했다(웃음).”

△ 학생들 강의평가도 업적평가에 반영하나.
“워낙 조그만 학교라 아직은 평가만 하고 인사고과에는 반영을 안 하고 있다. 대신 강의평가 문항은 다음 학기부터 실질적인 내용으로 바꿀 계획이다. 예를 들어 ‘정병조 교수가 10분 늦게 들어와서 15분 빨리 나간 적이 몇 번 있습니까, 75분 강의 중에 학과와 관련된 내용을 60% 이상 했습니까, 아니면 다른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때웠습니까’하는 식이다. 아주 구체적으로 20문항 정도를 물을 생각이다. 이걸 들고선 ‘교수법 개선하시오’ 요구해야죠.”

△ 내년이 개교 10주년인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지역사회를 위해 이바지하는 계기를 마련해 보려 한다. 논산지역에도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다문화 가정이 많다. 우리 학교에 사회복지학과가 있는데 1~2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국내외 저명학자들 불러서 국제학술대회도 크게 한 번 열 계획이다. 아직 확정은 안 됐는데, 파키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지역으로 발굴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둘 다 실크로드 지역에 있는 간다라 유적지인데 특히 우즈베키스탄에서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유적은 파키스탄에 많은데 국내 정치가 불안해서 고민하고 있다.”

△ 금강대는 관계가 없겠지만, 최근 들어 정부가 대학구조조정을 굉장히 밀어붙이고 있다.
“사립대 구조조정하고 부실한 대학은 퇴출시킨다, 그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그 기준에 있어서는 대학인들의 의견을 존중해 줬으면 한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취업률인데, 예체능 계열 이야기를 들어보면 좀 가혹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는 대학을 특성화한 계열로 평가했으면 싶다. 중국은 학문분야를 120개 영역으로 나눠 분야별로 순위를 정해서 지원한다. 우리도 얼마든지 특성화 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대학이 취업 양성소는 아니지 않느냐. 취업만을 생각한다면 전문대학이 있다. 앞서 말한 특성화와 관련시켜서 대학을 좀 더 대학답게 만드는 일에 정부가 도와줬으면 한다.”

△ 그렇다 해도 취업률 문제는 모든 대학이 고민하는 문제다.
“지역대학 출신들을 한 번이라도 써 보고 (수도권 대학 출신에 비해) 진짜 현저히 떨어진다고 하면 승복하겠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조차 안 해 보는 게 현실이다. 기회도 안 준다. 그건 잘못이다. 대기업 같은 데서 사람을 뽑을 때 지역대학에 일정 비율을 안배해서 우리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했으면 싶다. 우리 같은 소규모 지역대학과 ‘SKY’를 같이 붙여 놓으면 사회적 인지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 때문에 조금 안타깝다.”

☞ 정병조 금강대 총장은…  1947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다니다 우연히 박종홍 교수의‘철학특강’을 듣고는 동국대 인도철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동국대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동국대 윤리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교무처장·부총장 등을 지냈다.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사)한국불교연구원 이사장 겸 원장을 지냈고, 2007년부터는 불교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번역서를 포함해 30여권의 저서를 낼 정도로 불교학자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특히 불교의 현대화, 대중화, 세계화에 관심이 많다. 정년퇴임을 앞둔 지난 2월 18일 금강대 제4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 금강대는…  대한불교 천태종이 2002년 설립했다. ‘소수정예교육’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수능 1~2등급 학생만 선발한다. 재학생 전원이 2인1실의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신입생 전원에게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2학년부터도 일정 성적만 되면 인원 제한 없이 장학금을 지급한다. 해외 대학원에 진학하는 졸업생에게도 2년 동안 학비를 지원한다. 불교학부, 사회과학부, 경영학부, 글로벌인재학부 등 4개 학부에 9개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입학정원은 165명, 전임교원 수는 26명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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