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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은 시진핑을 추월할 수 있을까?
리커창은 시진핑을 추월할 수 있을까?
  • 양갑용 국민대 HK연구교수·중국정치
  • 승인 2011.11.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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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양갑용 국민대·중국정치
지난 10월말 중국 국무원 상무부총리 리커창은 이례적으로 북한과 남한을 연이어 방문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6자회담과 관련해 리커창이 모종의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리커창의 남북한 동시 방문에 더욱 큰 기대를 갖게 했다.

지난 2008년 6월 국가 부주석에 오른 시진핑 역시 첫 해외 순방지로 북한을 선택한 바 있다. 리커창과 시진핑은 현재 중국의 차기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중국의 차기 권력이 한반도를 차례로 방문하면서 중국의 두 지도자에 대한 한국과 한국인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2012년은 한국과 미국, 러시아 등에서 정치권력 교체를 위한 선거가 있는 해다. 중국도 내년 10월경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예정돼 있다. 중국은 지난 2002년 제16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서 권력을 장쩌민에서 후진타오로 평화적으로 이양했다. 그러나 당시 이루어진 후진타오로의 권력 승계는 이미 1992년 제14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덩샤오핑 등 이른바 원로들의 합의에 의해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 즉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후계 문제를 염려한 당시 덩샤오핑 등 원로들은 차기 권력으로 장쩌민, 차차기 권력으로 후진타오를 미리 내정했다는 점에서 2002년의 권력 승계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 아닌 원로들의 합작품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치가 점차 제도화되고 원로 자원이 거의 소진돼 가는 상황에서 2012년 차기 권력을 둘러싼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실 2007년 제17차 당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리커창은 후진타오와 공산주의청년단(이하 공청단) 세력의 지원으로 시진핑을 앞서 차기 권력 1위로 부상 중이었다. 그러나 독자세력을 구축하고 있던 상해방이 태자당과 힘을 합치면서 시진핑이 리커창을 추월했다. 시진핑은 국가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중앙당교 교장 등을 차지하면서 차기 권력 1순위에 근접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1년여 동안 시진핑은 계속 선두를 유지하고 리커창은 전세를 뒤집을 수는 없을까. 중국 정치의 흥미로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선거를 통한 권력 교체가 아니라 이른바 합의가 권력 교체의 핵심적인 동력이 되는 중국 정치현실에서 후계구도는 간혹 뒤집혀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마오쩌둥은 린뱌오와 화궈펑을 후계자로 내세웠으나 실패했으며, 덩샤오핑은 후야오방과 자오즈양에게 권력을 이양하지 못했다. 지난 2007년 당 대회를 계기로 현실화된 차기 권력 합의가 어떤 것이든 분명한 것은 시진핑이 차기 권력 1순위라고 공식화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지도부 충원이나 승진은 성과나 업적 등 여러 지표를 바탕으로 중앙 조직부의 엄격한 평가와 지도부 간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에 의한 선출이 아니라 합의에 의한 선발이기 때문에 후보자 간에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과정은 고위 지도자뿐만 아니라 중하위 지도자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이른바 집단지도체제의 핵심성원들인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원, 중앙위원 선발에도 원용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 정치지도자 선발은 폭로하고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성과와 업적을 쌓아야만 하는 덧셈의 정치다.

성과와 업적이 지도부 충원의 주요 기제로 작동하는 중국에서 리커창이 시진핑을 앞서 나가려면 시진핑과 비교해 높은 성과와 훌륭한 업적을 쌓아야 한다. 물론 지도부 충원과 선발이 성과와 업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후진타오의 성장이 송핑의 천거와 지원에 기반하고, 장쩌민의 성장이 왕따오한의 지원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후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며 세력의 지원 또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성과와 업적이 1차 요소이고 후견은 2차 요소가 돼 가고 있다.

장쩌민은 노쇠해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반면에 후진타오는 건재하다. 후진타오는 공청단 중앙 제1서기를 역임했고, 리커창 역시 공청단 중앙 제1서기 출신이다. 문제는 성과와 업적이다. 대세를 공고히 하거나 뒤집을 수 있는 성과와 업적을 선보이는 자가 권력에 한층 더 근접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양갑용 국민대 HK연구교수ㆍ중국정치
중국 푸단대에서 중국 정부와 정치로 박사를 했다.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있으면서 중국 지식ㆍ지식인의 지형과 네트워크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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