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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환경문제 아닌 인류 존망의 문제”
“핵은 환경문제 아닌 인류 존망의 문제”
  • 김지혜 기자
  • 승인 2011.11.18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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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에너지교수모임 출범… 교수 120여명 참여

지난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이 출범식을 열었다. (사진제공=탈핵에너지교수모임) 
“지난 50년 동안 스리마엘, 체르노빌, 그리고 후쿠시마까지 총 3개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닌 확률 게임이란 뜻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지금과 같은 확률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인류는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자력 ‘탈핵’을 주장하는 교수들의 모임이 결성됐다. ‘원자력’이 아닌 ‘탈핵’을 모임의 이름에 명기했다. 이유가 있다. “원자력은 일본에서 만든 용어다. 핵의 위험성을 줄여서 대중에게 안전한 것처럼 어필할 수 있도록 만든 용어다. 서양에서는 Nuclear라고 쓴다. 정확한 용어는 ‘핵’이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이 지난 11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사고가 난 지 정확히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은 노진철 경북대 교수(환경사회학), 백도명 서울대 교수(의학), 서곤 전남대 교수(화학공학),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정책학), 최무영 서울대 교수(물리학) 등 6명이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교수들이 핵 문제가 통상적인 환경의 문제가 아닌 인류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핵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의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원영 수원대 교수(도시계획)는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했다. 문제의식을 공유한 교수들은 원전 포기를 선언한 독일에 지난 6월 말 다녀왔다. 지난 8월 국회에서 국민보고회도 가졌다.

“보고회를 준비하면서 핵 문제를 시민단체에만 맡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모임의 결성을 추진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출범식 때까지 참여한 교수는 90명. 앞으로 1천명까지 회원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 교수는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의 출범이 알려진 지난 금요일 이후 일주일도 안 돼 30여명의 교수가 추가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교수모임에 참여한 교수들의 전공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물리학, 환경공학 등 자연·공학계열부터 역사학, 사회학 등 인문·사회분야까지 포괄한다. “대안 문명까지 제시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원전 폐기뿐만 아니라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삶의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교수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지금은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핵’과 직결된 원자력 전공 교수들의 참여도 독려할 계획이다.
“원자력을 전공한 교수들은 우리 모임의 참여를 껄끄러워할 가능성이 많다. 다수가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을 전공한 교수들이 어떤 가치관을 갖는지가 중요하다. 원자력 발전이라는 학문적 지식과 사회적인 기여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알리는 방향으로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은 ‘교수모임’에 걸맞게 강연회, 대중 서적 출판 등 학술 활동을 중심으로 ‘탈핵’에 대한 공감대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학술적인 가치를 외부에 알려 공감을 확산할 것이다. 학제 간 담론과 통섭을 통해 탈핵 시대의 대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또 핵 발전은 사회, 경제를 떠나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에 종교계와도 긴밀하게 협력해나갈 계획이다.”

김지혜 기자 har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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