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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텐탄츠가 주는 지독한 메시지,‘ 메멘토 모리’
토텐탄츠가 주는 지독한 메시지,‘ 메멘토 모리’
  • 서장원 고려대·독문학
  • 승인 2011.11.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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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또는 죽음과 춤

죽음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테마다. 그 가운데 인간의 죽음을 춤과 함께 그리며, 인간과 죽음의 관계를 설명한 작품이 있다. 서장원 고려대 교수가(독문학) 지난 1일 고려대 동아시아미술문화연구소(소장 방병선 고고미술사학과)가 주최한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해 보내왔다.

 

'죽음과 소녀' (1517년, 유화, 14.7x30.3cm, 바젤 미술관 소장)
소녀가 죽음의 춤을 춘다. 그 소녀는 검은 옷을 입었다. 그 소녀는 바로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 그녀는 2009년 쇼트 프로그램으로‘죽음의 무도’를 선보였다. 사람들은 그녀의 춤을 매혹적이라고 말했다. 소녀와 죽음, 춤은 어찌보면 기묘한 조합이지만, 시대를 거슬러 내려온 모티브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쓰인‘죽음의 무도’는 프랑스 낭만파 음악의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1835-1921)의 작품이다. 한편 죽음과 소녀를 엮은 현악4중주곡‘죽음과 소녀’의 작곡가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다. 이 곡들은 중세의 한 예술장르와 깊은 관계가 있다. 생상스‘죽음의 무도’의 원제는‘당스 마카브르(Danse Macabre)’로, 중세말기 유럽전역에 다양하게 나타난 회화의 한 형태이다. 그리고 슈베르트의‘죽음과 소녀(Der Tod unddas Madchen)’는 중세 독일의 화가 한스 발둥(1484-1530)의 작품 제목과 동일하다. 대체‘죽음의 춤’혹은‘춤추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과 소녀’의 낭만주의는 물론 왜 지금까지도 우리의 뇌리를 맴돌고 있을까.

죽음과 산자가 대면하는 순간

‘죽음의 춤’은‘죽음’과‘산자’가 대면하는 상황을 그림으로 서술해 놓은 것이다. 이때‘죽음’은 하나의 관념이 아니라 의인화 된 것으로, 춤을 추며 산자들을 삶의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바도 모리’라는 4구절 시와 함께 실린‘죽음의 춤’연작은 1425년 파리에서 최초로 그려졌다. 사람들은 이것을‘당스 마카브르’라고 불렀다.

당스 마카브르와 함께 실린‘바도 모리(vado mori)’는 라틴어로“나는 죽음에 발을 들여놓다”, “죽음으로 변형된다”등이란 뜻의 詩다. ‘바도 모리’라는 문 장을 앞세운 이 시는 13세기부터 유럽에 널리 알려진 라틴어 산문 텍스트로 다음과 같다.

바도 모리 / 죽음은 확실하다 / 죽음보다 더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시간은 불확실 하다 / 시간은 얼마나 더 지속될 지 불확실하다 / 바도 모리

‘당스 마카브르’연작들에서 죽음은 인간들에게 죽을 준비가 돼있는지 아닌지 묻지도 않은 채 갑자기 생명을 거두어 가는 예측할 수 없는 형체로 서술된다. 당스 마카브르 형식은 그 후 유럽전역에 전파됐다. 독일어권에서는 이를‘토텐탄츠’라고 한다. ‘토텐탄츠(Totentanz)’란 독일어로‘죽음의 춤’이라는 뜻이다.

독일어권인 스위스 바젤의 토텐탄츠는 1439년에 만들어졌다. 이 예술장르가 발생한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갑자기 죽음으로 몰고 간 가공할 만한 흑사병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14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부터 창궐하기 시작한 흑사병은 당시 유럽 전 인구의 3분의 1을 목숨을 앗아갔다. 이를 배경으로
죽음의 춤은 목판화, 유화, 동판화 등 다양한 형태로 출현했다.

토텐탄츠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단지‘죽음’만이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죽음은 인간의 앞에 승리자로 등장한다.‘산자’들은 죽음이 나타나면 그의 앞에서 빳빳이 굳은 채로 서있기가 일쑤이고, 가끔은 다른 방향으로 몸통과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산자들은 그들의 몸자세나 말의 표현을 통해 죽음과 동행하는 것에 대해 잠자코 있거나, 아니면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토텐탄츠는 산자로 하여금 죽을 준비도 돼있지 않은데 죽음이 부르는 것에 대해 죽음과 논쟁을 벌이도록 자극을 하고 있다. 죽음은 모든 산자들에게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똑같고, 반드시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토텐탄츠는 또 사회 구성원들의 위계질서에 따라 신분이 가장 높은 사람부터 가장 낮은 순서로 배열돼 있고, 모든 목판화가 바도 모리 시를 상단과 하단에 배치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1443년~1447년 사이 독일 남부에 위치한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제작된 마가레테 폰 사보이엔 목판화 필사본을 예로 보면, 교황, 황제·황제부인, 왕, 총대주교, 대주교, 추기경, 주교, 공작, 백작, 기사, 수도원장, 법률가, 典禮長, 의사, 귀족, 귀부인, 상인, 약사, 수녀, 요리사, 농부, 거지, 엄마, 아이의 순으로 연작이 이뤄져있다. 중세는 제1신분 성직자, 제2신분 귀족, 제3신분 농민으로 구분되는 철저한 신분 사회였는데 목판화에도 이러한 위계질서가 그대로 나타난다. 특이한 점은 상인, 요리사, 농부, 거지 등이 등장하는데, 이는 인간 모두는 죽음 앞에서 예외가 없다는 사실 이외에도 서서히 인간중심의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리고 있다.

죽음
교황님, 그대는 나의 팀파니 소리를 듣고 계시지요.
그대는 그것에 따라 정말 멋지게 여기에서 껑충 뛸 것입니다.
그대는 결코 면죄가 필요 없고,
죽음은 그대에게 춤곡을 연주하려 합니다.

교황
나는 한 성스러운 교황이라 호칭됐고,
나의 살아생전은 두려움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네.
그런데 지금 내가 무례하게 죽음으로 끌려가게 된다니.
나는 모든 격렬함으로 방어할 것이네.

교황의 죽음을 그린 그림을 보자. 위의 시는 교황의 죽음을 그린 토텐탄츠의 상하단에 쓰인 글이다. 중세 시대에 가장 성스럽고 최고의 위치에 있던, 더구나 이 지상에서 신의 역할까지 담당하며 종교와 권력위에 군림하던 교황 앞에 죽음은 나타나 인간 개인이 맞아 들여야 하는 죽음의 시간을 알린다. 죽음의 말투는 공손하거나 억압적이 아니라 빈정거림이다. 빈정거림은 목판화에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죽음은 팀파니를 두드리며 이를 드러내고 미소를 지으며 교황을 향해 얼굴을 약간 돌려 쳐다보며 교황의 손을 잡아 이끌고 있다. 게다가 죽음 앞에서는 교황이라고‘결코 면죄가 될 수 없다’는 사실까지를 부언까지 한다.

죽음 앞에선 교황은 평소에 신의 뜻을 전달하고 인간을 천국으로 인도한다던 일상적인 직업적인 태도와는 달리 세상 사람들에 의해‘성스러운 교황이라 호칭됐다’든가‘살아생전 두려움이 없었다’등의 현세적인 말을 쏟아내고 있다.

 

중세에서 시작된 모티브의 생명력

더 나아가 죽는다는 사실에 대해‘격렬히 방어’할 것이고 지상에 존재하는 가장 일반인다운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목판화에서 교황은 교황 전유의 관과 옷을 걸치고 얼굴은 반쯤 틀어 내키지 않는 듯 죽음을 향해 눈길만 조금 보내고 있다. 죽음에 붙잡힌 오른손은 바닥이 약간 앞으로 들려있고 아직 자유로운 왼손은 바닥이 밑을 보며 움직이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죽음이 목을 길게 뻗어 위풍당당한 자세인 것에 반해 교황은 목을 움츠리고 완전히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왜 중세에‘죽음의 춤’이 만연했고, 지금도 우리의 영혼을 어지럽게 뒤흔들고 있을까.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삶이 무상하기 때문이다. 죽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죽음은 저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 속에 있는 자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곧 또 다른‘나’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들은 세상과 인간에 대한 욕망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춤은 어떤 특별한 계획에 따른 에너지, 움직임, 형상의 상징이다. 삶 역시 율동, 움직임, 진동이고 에너지를 잃지 않는 것이다. 춤은 집중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형태이다. 인간은 춤에 빨려 들어가고 리듬을 타고 새로운 형태 속에 합류해서 동화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토텐탄츠 모티브는 오늘날 까지 계속해서 매력적인 예술의 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서장원 고려대·독문학
독일 마인츠 구텐베르크대에서 박사학위를했다.『 역사적 현실과 문학』등 다수의 논저와 평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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