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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 신호탄, ‘중대비리’ ‘경영부실’대학 압박
대학 구조조정 신호탄, ‘중대비리’ ‘경영부실’대학 압박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11.14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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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신대ㆍ성화대학 퇴출, 의미와 전망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가 지난 7일 전남 순천의 4년제 사립대인 명신대와 전남 강진의 전문대학인 성화대학에 대해 학교폐쇄를 확정했다. 국내에서 대학 퇴출은 광주예술대(2000년)와 아시아대(200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이들 두 대학은 허위 재산 출연 등 설립 과정의 비리 때문에 문을 닫았다.

명신대와 성화대학은 대학 운영과정의 부실과 비리로 문을 닫는 첫 사례여서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주호 장관은 “중대한 부정과 비리가 감사에서 적발된 대학 중 시정요구를 이해하지 않은 명신대와 성화대학에 대해 학교폐쇄 방침을 확정했다”라며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에 대해서는 이런 조치를 상시적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다음 퇴출 후보는?= 교과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지난 7월 본격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에 나선 이후 처음으로 퇴출대학이 나오면서 다음 퇴출 대상이 어딘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교과부는 그 동안 대학 구조조정을 두 가지 트랙으로 추진해 왔다. 명신대나 성화대학과 같이 중대한 비리가 발생한 대학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하위 15% 대학’ 가운데 경영부실 대학을 지정하는 트랙이다. 교과부는 지난 9월 전국 대학을 평가해 하위 15% 대학을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17개 대학은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으로 지정했다.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을 대상으로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해 다음 달 경영부실 대학을 선정한다.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가운데서도 2년 연속 대출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7개 대학(4년제 대학 3곳, 전문대학 4곳)이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특히 건동대와 벽성대학, 부산예술대학 등 지난 2010년 경영부실 대학으로 지정된 3개 대학이 다음 퇴출 후보로 거론된다. 이번에 퇴출이 확정된 명신대도 2010년에 경영부실 대학으로 판정받은 바 있다. 이들 3개 대학은 올해까지 입학정원 감축, 학과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

■ 감사원 감사 결과가 변수= 2010년에 경영부실 대학으로 지정된 이들 대학이 올해까지 구조조정을 마치지 않았다고 당장 학교폐쇄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고등교육법 62조에는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경우 학교를 폐쇄할 수 있다고 나와 있지만 경영부실 대학으로 선정됐다고 해서 퇴출할 수 있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명신대나 성화대학처럼 학교의 장이나 설립자ㆍ경영자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고등교육법을 위반한 경우나 교육 관련 법령에 따른 교과부 장관의 명령을 여러 번 위반한 경우에만 퇴출할 수 있다. 경영부실 대학이면서 동시에 심각한 비리가 드러나야 퇴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교과부가 국회 계류 중인 사립대 구조개선 촉진법의 통과를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감사원의 ‘대학재정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건동대와 벽성대학, 부산예술대학은 감사원 감사에서 수업시간을 단축하거나 허위로 운영해 학점을 주고, 학위까지 수여한 사실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벽성대학과 부산예술대학은 교과부의 구조조정 과제를 이행하지 않고도 정상적으로 이행한 것처럼 허위로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교비 횡령도 일부 적발된 대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 경영부실 대학 선정, 어떻게?= 새로 경영부실 대학으로 판정받는 대학도 잠재적으로 ‘퇴출 후보’로 거론된다. 교과부와 대학구조개혁위는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17개 대학 가운데 12개 대학을 대상으로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미 2010년에 경영부실 대학으로 선정된 4개 대학과 종합감사 결과 중대 비리 사실이 밝혀졌던 성화대학은 실태조사에서 제외했다.

경영부실 대학은 교육지표 3개와 재무지표 2개, 법인지표 2개 등 10개 지표로 평가한다. 하위 50% 정도를 1차 후보군으로 추리고, 여기에 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종합해 최종 판정할 계획이다. 2010년에는 22개 대학이 실태조사를 받아 8개 대학이 경영부실 대학으로 최종 지정됐다. 새로 추가된 법인지표는 10%를 반영하고, 교육지표와 재무지표는 거의 비슷한 비율로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학구조개혁위원은 “지표만으로 이 대학이 정말 제대로 교육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밑에서부터 자르거나 절대점수로 경영부실 대학을 결정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라며 “그 대학이 정말 구조개혁 의지가 있는지, 구조개혁이 타당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경영부실 대학을 최종 지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구조개혁위원은 “정성평가를 반영한다는 것까지만 결정하고 구체적으로 얼마나 반영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라며 “정성평가 반영비율을 정하게 되면 정량지표로만 평가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 이주호 장관 부실대학 양산 책임론= 하지만 퇴출이 확정된 명신대와 성화대학을 비롯해 대출제한 대학에 포함된 건동대, 루터대, 선교청대(성민대), 부산예술대학은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 설립된 대학들이어서 이주호 교과부 장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대학설립 준칙주의는 1995년 발표된 ‘5ㆍ31 교육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소규모, 특성화 대학의 설립을 유도한다는 취지와 달리 사실상 대학 설립의 고삐를 풀어 부실대학을 양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장관은  ‘5ㆍ31 교육개혁 방안’ 수립 당시 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대학설립준칙 제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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