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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을 넘어 ‘기초교육’ 강화로
교양을 넘어 ‘기초교육’ 강화로
  • 김경수 서강대 기초교육원장
  • 승인 2011.11.14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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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교육, 어디로 가나 (16) 서강대 기초교육원

1960년 개교와 더불어 한국 대학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어온 서강대의 저력은, 엄격한 학사관리와 그것을 뒷받침한 다양한 교양교육에 있었다. 여기에는 원어민과 일대일 대화를 통한 글로벌 의사소통 능력의 함양과 독후감으로 대표되는 글쓰기 능력 배양이 있었다. 그리하여 교양학부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교양강좌의 개설은 수월성 있는 시민양성이라는 우리 대학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일조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서강대는 사회의 요구와 학생들의 새로운 수요를 반영해야 하는 필요성에 따라, 교양학부 소속 전임교수들을 각 학부로 소속변경하고, 각 단과대학에 속한 다양한 전공에서 교양과목을 개발·운영하는 방안으로 교양학부의 역할을 축소했다. 올해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교양학부를 폐지하고 그것을 대체할 전인교육원을 설립했다. 그 산하의 기초교육원에서 새로운 교양교육을 책임지도록 체제를 바꿨다.

새시대에 맞는 융복합 과목 개발

‘교양교육’에서 ‘기초교육’으로의 변화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서서, 서강대가 제공하겠다는 교양 개념의 혁신적 변화를 의미한다. 그것을 한마디로 규정하라면 아마도 그것은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강조했지만 근대화 과정에서 폐기됐던 ‘수양’의 의미를 되살리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정립의 문제가 더불어 사는 삶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는 전통적인 ‘수양’ 개념의 부활을 통해, 서강의 기초교육은 이전 교육과정에서 소홀히 됐던 봉사의 정신을 기초교육의 근저에 설정코자 하며, 이는 인성교육을 중시한 학교의 창립이념에도 그대로 부합하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서강대의 기초교육은 전대의 교양의 정신을 되살리되, 그것을 좁은 분과학문을 탐구하기 위한 선행교육의 맥락을 과감하게 떨쳐버리고자 한다. 현재 여느 대학의 교양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서강대의 교양과정 또한 우리말과 영어학습의 토대 위에 <인간과 신앙의 탐구>, <문명과 역사의 탐구>, <사회와 인간의 탐구>, <과학과 기술의 탐구>, <국제사회 언어와 문화의 탐구> 범주를 중핵필수 범주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분과학문의 경계가 무너지고 통합적 사고가 요구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범주의 선택적 수강으로는 수월성 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없기에, 서강대는 향후 기초교육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교양과목과 융복합과목을 개발해 종합적 사고를 길러주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하나의 예를 들자면, <정보사회의이해>, <이주(디아스포라)의 역사>, <전쟁과 세계> 등의 교과목을 개발해 운영할 예정인데, 이들 과목이 특정 전공의 기초단계가 아니라 포괄적인 세계이해를 겨냥하면서 나름대로 세밀한 접근의 채널이 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 텍스트 읽기 확대

‘에이스 사업’이 본격화돼 이런 융복합과목 개발의 가이드라인이 정착되면, 이런 작업은 전교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또한 서강대는 학교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글쓰기센터를 출범시켜, 기초글쓰기의 확립과 더불어 ‘전공 글쓰기’라는 개념을 마련해, 다양한 전공교육과 글쓰기 연습을 접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하고 있다.

대학생의 다수가 이른바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현실에서, 아날로그적 텍스트와의 괴리가 철학과 윤리학, 종교학 등의 전통적인 인문교육을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 아래, 서강대 기초교육은 고전 읽기 능력의 함양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이미 서강대는 2004년부터 5년간 수도권 대학 특성화 지원사업으로 인문학 텍스트를 중점적으로 읽는 <인문세미나> 강좌를 문학부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서강대는 이런 강좌 체계를 다른 단과대학 차원에서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 작업 또한 글쓰기 수업과 연동시켜 필요한 경우에는 학점수를 추가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다른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오늘날 대학은 여러 학생들이 각기 다른 단과대학에 속했다는 것만으로도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공통의 문제해결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서강대 기초교육의 방향은 이런 무의미한 장벽을 허물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는 고전 텍스트를 무리 없이 읽어내고 자신을 표현하는 일급의 ‘보통독자’층을 형성하는 하나의 계기로 삼을 작정이다.

김경수 서강대 기초교육원장
현대소설과 비평을 전공으로 서강대에서 박사를 했다. 『염상섭과 현대소설의 형성』 , 『공공의 상상력』 등의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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