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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새 계몽시대와 뉴휴머니즘
21세기의 새 계몽시대와 뉴휴머니즘
  • 이정모 성균관대 명예교수·인지심리학
  • 승인 2011.11.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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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_ 이정모 성균관대 명예교수(인지심리학)

이정모 성균관대 명예교수·인지심리학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21세기가 인지시대(The Cognitive Age), 뉴휴머니즘 시대에 진입했음을 선언한 바 있다. 이 변화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인지과학이 자리하고 있다.”


21세기의 인류 사회가 이전과는 크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됨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21세기가 새로운 깨달음(계몽) 시대(the 21st Century Enlightenment)로 접어들고 있음과 21세기적 새 뉴휴머니즘(new New Humanism)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이 거론되고 있다. 저명한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넓은 학식을 배경으로 인류 사회에 대한 종합적 조망을 계속 제시하고 있다. 그는 21세기가 인지시대(The Cognitive Age)임을, 그리고 뉴휴머니즘 시대에 진입했음을 선언한 바 있다.

이 변화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인지과학이 자리 잡고 있다. 1950년대에 인지과학은 인간(마음)과 기계(지능)가 정보처리 원리에 의해 작동되는 동류의 시스템이라는 관점을 제시하면서 탄생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디지털 문화, 소프트 IT 테크놀로지,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엽에 프린스턴대의 인지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 교수 연구팀은 인간 이성이 합리적이라고 하기보다는 탈합리적 특성이 강하다는 실험 증거를 제시해 그동안 ‘이성의 합리성’을 근간으로 삼아온 사회과학과 인류 문화에 큰 변혁을 일으켰다. 그 공로로 카네만 교수는 200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고, 경제학에서는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가 탄생했다.

1980년대 중반에 미래 과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30년경에 인간(마음)과 기계(지능)의 경계가 무너지는 특이점(변곡점)이 온다고 천명했다. 17세기와 18세기의 계몽주의는 신 중심을 떠나 인간 중심의 관점으로의 전환을 주창했고, 19세기와 20세기의 휴머니즘은 인류 문화가 기계와 테크놀로지의 폐해를 넘어선 인간 중심으로 가야함을 주장했다.

21세기인 지금은 과거에 의인화했던 신의 개념을 넘어서며, 인지과학기술까지 포함돼 이뤄지는 미래 융합과학기술이 인간 삶을 향상시키고, 인간과 기계와의 경계가 무너지는 존재로 인간을 재개념화해야 되는 제2의 깨달음(계몽) 시대, 신 뉴휴머니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나 앱 등에 의해 우리의 삶, 정치, 경제, 교육 등이 크게 좌우되고 있는 것이 일상적 현실이다.

인지과학은 이에 더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또 다른 문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는 인간 이성과 감성을 별개의 것으로 나눠 생각하는 데에 길들여져 왔다. 지, 정, 의!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온 마음의 세 요소다. 그런데 인지과학은 그 중에서 ‘의’를 메타인지로써 개념화해 왔고, 인지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이성적 의사결정과 판단이 ‘정’(감정)을 그 바탕으로 해 이뤄짐을 뇌 실험결과로 입증했고, 인지심리학적 연구들은 ‘지’에서 무의식적이고 암묵적인 인지가 의식적이고 명시적 인지보다 인간에게 더 일차적이고 근원적임을 계속 실험적으로 보여주며 프로이트적 무의식의 개념을 넘어서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인지과학은 일부 환원주의적 신경과학자들의 생각처럼 ‘마음은 뇌의 신경적 과정 이상이 아니다’는 주장을 넘어서는 입장을 마틴 하이데거, 모리스 메를로퐁티 등의 현상학 개념을 연결해 전개하고 있다. 마음을 ‘뇌-몸-환경’이 상호 괴리되지 않고 총체적으로 이뤄내는 행위 현상으로 개념화해, ‘체화된 인지’, ‘확장된 마음’ 개념 틀을 전개하고 있다. 인지과학을 매개로 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이 연결, 융합되고 있다. 이 관점은 소프트웨어 개발 틀에서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를 시사하고 있다.

서구의 인지과학이 출발한 지 이미 60여년이 경과했고 위의 새 깨달음, 새 뉴휴머니즘이 전개되는 이 시점, 인지과학이 인문학(인지문학, 인지신학 등), 사회과학(인지정치학, 인지경제학, 인지법학 등)을 전반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는 이 시점, 인지과학 전공이 없는 대학은 아이비리그 대학 축에도 못 끼는 이 시점에서, 아직도 학부에 인지과학 전공이 없는 한국 대학, 인지과학의 학문적, 실용적 시사를 이해 못하는 학부모, 기업, 정부기관, 그런 문화 속에서 교육받고도 인지과학을 잘 아는 외국인들과 국제적 경쟁을 해야 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 인지과학을 계속 공부해야 하는 나. 모두에 대한 연민이 생긴다.

 

이정모 성균관대 명예교수ㆍ인지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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