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3:15 (목)
도서관은 미래다
도서관은 미래다
  • 곽동철 청주대·문헌정보학
  • 승인 2011.11.08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學而思_ 곽동철 청주대·문헌정보학

곽동철 청주대 교수(문헌정보학)
지난 4월 1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외규장각 의궤는 4월 14일부터 5월 27일까지 4차례에 걸쳐 297권 전체가 돌아오게 되며, 145년 만에 돌아오는 이 의궤는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이관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됐다가 돌아오는 외규장각 도서가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규장각의 수장고가 아닌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로 이관되는지 의문이 생겼다.

이 의문에 대해 “이는 임대형식인만큼 여전히 소유권을 갖고 있는 프랑스 정부와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국내 관련 기관들을 조사·분석한 후 결정한 사항”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 순간 도서관경영을 전공하는 문헌정보학자로서 말할 수 없는 비애감을 느꼈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가며,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라는 이야기가 있다. 과거나 박물관도 분명 중요하지만,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도서관에 대한 투자도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여겨진다. 요즈음도 가끔씩 “문헌정보학과에서는 무얼 가르치나요?”, “도서관에서 그러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요?” 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용자인 국민 역시 주인의식을 갖고 도서관이 정치·사회·종교적으로 어느 한편에 치우치거나 흔들리지 않으면서 다음과 같은 5가지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지한다. 

첫째 도서관은 ‘도서관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공공의 편익을 목적으로 문화유산의 보전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하나의 공익기관이다. 도서관은 지속적인 사회교육을 수행하거나 이바지하기 위해 지식정보를 효율적으로 다루어 나가야 한다. 즉, 도서관법에서도 ‘도서관’은 ‘도서관 자료를 수집·정리·분석·보존·축적해 공중 및 특정인의 이용에 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조사·연구·학습·교양 등 문화발전 및 평생교육에 이바지하는 시설’로 정의하고 있다.   

둘째 도서관은 편협하지 않는 자료의 수집으로 역사의 왜곡화를 방지하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보루여야 한다. 이는 도서관이 역사적으로도 민주사회를 지켜주는 제도적 장치의 하나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유라고 하겠다. 더욱이 도서관은 사회의 모든 지적 표현물의 교류 광장으로서, 지식정보자원의 나눔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만약 도서관에 정치색을 입혀나가면, 그 도서관은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고, 일제치하에서 도서관이 정권홍보 또는 사상선도기관으로 운영되었던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도서관은 이용자인 시민의 정보격차 및 불평등을 해소하는 사회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지식정보사회는 지식과 정보가 부의 원천이 되는 사회이므로 정보화의 불평등에 따른 빈부격차는 더욱 크게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득수준이 낮은 시민일수록 정보화에 늦고, 결국에는 생존능력이 뒤쳐지는 빈곤의 악순환이 되풀이 돼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정적 측면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장치로서 도서관에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은 지식정보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하겠다.   

넷째 도서관은 단순한 책 창고가 아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정보의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도서관은 시민에게 데이터나 정보 그 자체인 밀이나 밀가루보다는 이를 가공해 생산하는 지식정보라고 하는 빵이나 수제비 및 칼국수를 제공해야 한다. 선진국에서와 같이 우리나라도 눈앞의 이익을 탈피하고 이용자인 국민을 위해 이러한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이 수행될 수 있도록 전문 인력과 예산 등을 꾸준히 지원해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다섯째 도서관은 학교교육을 지원하고 평생교육을 선도하는 중복적·매개적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학교교육과 평생교육은 의미상 어느 정도 구분해 사용되고 있지만, 그 경계선은 뚜렷하지 않으며, 중첩되는 부분도 존재하고 있다. 도서관은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의 하류 지역인 하구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 곳에는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가 함께 살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존재가치는 민물고기가 강에서, 바닷물고기가 바다에서 더욱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도서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교육을 제도적으로 시행할 때가 됐다. 지금까지는 우리 교육제도에서 도서관에 대한 교육은 도서관의 사전적 정의만을 이야기했을 뿐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서관’에 대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버드대 총장이었던 엘리어트는 “대학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다”라고 했으며, 빌 게이츠도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공공도서관 수는 미국 전역의 햄버거 가게 수보다 많을 정도로 미국을 도서관 선진국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카네기도 “도서관은 이유 없이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돕는다”라는 글귀를 되새기며 공교육에서 도서관 교육의 시행과 정착을 기대한다.  

곽동철 청주대·문헌정보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