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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622호.2011.11.7)
새로나온 책(622호.2011.11.7)
  • 교수신문
  • 승인 2011.11.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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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인간, 그레이엄 클라크 지음, 정기문 옮김, 푸른길, 240쪽, 14,000원
저자 클라크는 고고학 교육을 체계화하고 인접 학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끊임없는 학문간 교류를 통해 고고학의 지평을 확장한 사람이다. 그는 평생에 걸친 자신의 고고학적 연구만이 아니라 인류학, 동물학, 지질학, 역사학, 철학, 천문학, 우주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활용해 인간이 탄생한 후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생물학에서 우주학까지, 시기로 보면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멸망까지, 공간적으로는 동서양은 물론 우주 전체까지 매우 폭넓게 다루며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인간으로서의 독특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여정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홍기빈 지음, 책세상, 404쪽, 19,000원
1930년대 스웨덴 복지국가의 설계자인 '비그포르스'를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호명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칼 폴라니의 사상을 비롯해 대안적 정치경제학의 전망을 제시해온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분 소장이 '비그포르스'의 이론과 실천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인 '잠정적 유포티아'를 중심으로 그가 일생 동안 전개한 활동과 사상을 재구성하며,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이 어떻게 형성돼 무엇을 실천했는지 살펴봄으로써 지금 여기에 필요한 대안적 담론과 복지국가의 정치경제학을 모색한다. 교조적 마르크스주의자들과 달리 현실의 객관적 상황이나 사람들이 삶 속에서 느끼는 고통과 열망이 무엇이며 이들이 꿈꾸는 세상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읽어내려 했던 비그포르스를 통해 한국사회의 대안을 사유할 수 있다.

■ 역사지리학 강의, 역사지리 연구모임 안팎너머 지음, (주)사회평론, 324쪽, 20,000원
우리는 왜 시간과 공간을 분리해서 생각하는가. 역사와 지리, 한 쪽 눈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역사지리학의 시야에서 선명하게 들어온다. 이 책은 역사와 지리가 분리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쓰인 책이다. 역사와 지리를 함께 다루는 방법에 대한 기본적인 개론서인 이 책은, 그래서 역사와 지리를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들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역사지리 연구모임 안팎너머는 교수, 고교 교사, 전문 연구원 등이 공통의 문제의식으로 모여 2006년 발족한 공부모임이다.

■ 정부를 팝니다. 폴 버카일 지음, 김영배 옮김, 시대의 창, 360쪽, 18,000원
뉴욕 예시바대 법대 학장을 지낸 저자는 최근 수십 년 사이 정부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정부 기능이 민간에 위임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데 주목했다. 국민이 정부에 위임한 기능을 정부가 다시 민간 사기업에 맡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서비스하는 영역을 민간에 넘기는 것, 곧 민영화란 정부가 전체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주권을 일부 시민에게 넘기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의 원제 '주권 아웃소싱'이라는 모순된 말이 성립된다. 공법학자답게 저자는 미국의 상황에서 역사적 맥락과 법적인 관점과 원칙, 쟁점을 검토하면서 민영화의 의미를 신랄하게 따지고 있다. 

■ 중용 인간의 맛, 도올 김용옥 지음, 통나무, 384쪽, 13,000원
논쟁적 동양고전 해석으로 아카데미 안팎의 관심을 받아온 도올이 펴낸『중용한글역주』(2011)가 '학술적 논의'와 '문헌적 전거'를 밝힌 책이라면, 이 책은 일반대중을 위해 저술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주장 가운데 독특한 부분은 '중용'이 「맹자」, 「순자」, 「장자」, 「묵자」, 「여씨춘추」등의 서적에서 논의된 주제들을 추상화해 성립한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주장이다. 「맹자」, 「순자」, 「장자」, 「묵자」, 「여씨춘추」등의 '디프 스트럭쳐'가 바로 「중용」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풍요로운 정신'을 쉽게 풀어내고자 했다.

■ 철학교과서-학문론, 요하네스 헤센 지음, 이강조 옮김, 서광사, 592쪽, 39,000원
『철학교과서』시리지의 마지막 권. 제 1권 학문론, 제 2권 가치론에 이어 제 3권 학문론이 완역됐다. 경험 속에 주어진 실재와 세계를 규명하고 있는 제 3권에서는 존재에 대해서가 아니라 '세계의 의미'를 묻고 있는 저자의 목소리가 더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 물음의 해결은 세계관의 정립을 의미하므로 세계관론이라 불린다. 요하네스 하센은 사제이자, 신학박사, 철학박사로 1921년 쾰른대 철학교수로 부임, 가톨릭의 종교적 세계관을 철학적으로 전개하면서 방대한 양의 저술을 남겼다.

■ 『호토토기스』의 변용-일본과 한국에서의 텍스트 번역, 권정희 지음, 소명출판, 444쪽, 29,000원
이 책은 도쿠토미 료카(德富蘆花)의 소설 『호토토기스(不如歸)』가 일본과 한국에서 어떻게 수용됐는지에 주목한 연구서로, 그 수용 담론의 변화와 다양한 장르의 텍스트로 번역되는 과정에 시선을 두고 있다. 1900년 간행된 『호토토기스』는 1백만 부를 돌파한 메이지 시대 초유의 베스트셀러로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시, 각본, 노래, 영화 등으로 번역됐고, 원작을 모방한 속서가 속출하기도 했다. 저자는 원작과 원작에서 파생된 통속소설간의 상호 보완적인 수용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함으로써 문단을 넘어 광범위한 대중독자로 확산된 『호토토기스』현상을 미시적으로 분석했다.

■ 6월 항쟁, 서중석 지음, 돌베개, 704쪽, 28,000원
이 책의 특징은 그동안 6월 항쟁에 대한 연구가 주로 민주화운동 쪽의 자료에 의존했던 한계에서 벗어나 전두환 정권 측의 자료들을 적극 참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6월 항쟁의 주요 기폭제가 된 4·13호헌조치가 나오게 된 요인을 분석하면서 저자는 민주화운동과 야당 쪽 시각에 머물지 않고, 전두환 측 인물들의 증언기록을 함께 참고하고 있다. 또 6·10항쟁 이후 시위가 확산되자 민주화 진영에서는 전두환 정권이 군을 출동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저자는 비상조치설의 진위논란을 당시 전두환, 노태우와 릴리 주한 미대사의 증언 등을 통해 재구성하고 있다. 6월 항쟁의 역사적 진실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저자의 의미 있는 시도가 돋보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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