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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13~25% 덜 걷을 수 있어”
“등록금 13~25% 덜 걷을 수 있어”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11.06 2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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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등록금 감사’ 결과 발표 … “구조적 문제까지 대학에 책임 전가”

대학들이 지출은 많이 잡고 수입은 적게 잡는 방식으로 해마다 평균 187억 원을 쓰지 않고 남긴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교비로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데 교비로 지급하는 비용 등을 포함하면 최소 13%에서 최대 25%까지 등록금을 덜 걷어도 된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대학은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까지 대학에만 책임을 전가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 ‘자의적’ 예산편성 도마에= 감사원은 113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대학 재정 운용실태’ 감사결과를 지난 3일 중간 발표했다. 4년제 사립대 29곳과 국립대 6곳을 표본으로 뽑아 최근 5년간 예ㆍ결산을 분석했다. 모든 대학에서 지출 과다ㆍ수입 과소 계상이 발견됐다. 실제 쓴 돈보다 연평균 4천904억원(대학당 140억원)을 지출예산에서 더 잡았다. 등록금 이외의 수입에서는 연평균 1천648억원(대학당 47억원)을 실제보다 적게 계상했다.

이렇게 해서 매년 평균 6천552억원(대학당 187억원)의 예ㆍ결산 차액이 발생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35개 대학이 지난해 거둔 등록금 수입 총액은 5조1536억원이다. 예산 편성만 정확하게 해도 대학마다 평균 12.7% 정도 등록금을 덜 걷어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감사원은 “통상 교비회계 세입 부족액(지출-수입)을 등록금으로 채우는 구조에서 지출은 늘려 잡고 등록금 이외의 수입은 줄여 잡게 되면 등록금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의 한 대학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설계용역 등 구체적 계획도 없이 본관과 공과대학을 신ㆍ증축한다고 매년 227억원의 예산을 반영했지만 결국 집행하지 않았다. 이 대학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전년도 예산에서 남은 돈이 94억원에서 345억원(연평균 188억원)에 달하는데도 이를 수입 예산에 단 한 차례도 넣지 않았다.

4개 대학은 매년 등록학생 수가 증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다음 해 학생 수를 최소 3%에서 최대 14%까지 적게 잡아 총 394억원(2010~2011년)의 등록금 예상 수입을 줄여서 잡기도 했다.

■ 줄 건 안 주고, 법인이 낼 건 교비로= 시설비ㆍ교육비ㆍ장학금 등의 용도로 받은 기부금이나 학교시설 사용료 등 교비로 넣어야 하는데도 법인 수입으로 처리하거나, 교비에서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교비로 충당하는 관행도 등록금 인상을 부추기는 ‘누수 요인’으로 지적됐다.

서울의 한 사립대는 제2캠퍼스 부지를 취득하고 교비회계로 전출한다는 조건으로 교육용 토지를 총 657억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매각 대금을 법인에서 수입으로 처리해 관리했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역시 대학 시설자금으로 쓰겠다며 교육용 토지를 240억원에 매각해 놓고 법인 수익사업체 운영경비로 사용했다.

심지어 5개 대학은 학교발전기금이나 학교시설 사용료 등의 수입을 회계장부상에 없는 별도계좌에 넣고 마음대로 쓴 사실이 적발됐다.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교직원이 나눠 갖거나 직원 회식비로 사용했다. 이렇게 쓰고 남은 잔액만 총 272억원이었다.

법인이 부담해야 할 경비를 교비에서 부담하는 관행도 지적됐다. 14개 사립대는 최근 5년간 대학별로 연평균 167억원을 건설비를 썼지만 법인이 부담한 건설비는 1%도 안 됐다. 25개 대학은 사학연금 등 최근 5년간 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법정 부담금 4천808억원 가운데 2천301억원을 교비에서 지급했다.

특히 충남지역의 한 사립대는 법인 적립금이 최대 537억원에 달할 정도로 여유자금이 있는데도 법정부담금을 교비로 냈다. 서울의 한 사립대는 2006년 이후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총 52억원의 수익이 발생했는데도 22억원만 교비로 넣었다.

■ ’현실 무시한 압박’ 대학 반발= 자의적 편성으로 예산 부풀리기 외에 감사원이 지적한 이러한 ‘누수’ 현상까지 단순 합산하면 그 금액은 1조2천920억원에 달한다(표 참고). 35개 대학이 지난해 거둔 등록금 수입 총액의 25.1%에 해당한다. 하지만 감사원은 “단순 합산할 경우 법정부담금은 일부 중복될 수 있다”라며 “각 대학의 ‘적정 등록금 수준’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라고 밝혔다.

전광춘 감사원 교육감사단 제2과장은 “대학 입장에선 기부금이나 법인 전입금은 불확실성이 높아 수입은 ‘보수적’으로 잡고, 투자를 위해 어느 정도 예비비를 가질 수밖에 없다”라며 “학교마다 재정 여건이 다르고 미래 투자계획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적정한 등록금 규모를 일률적으로 산정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현실을 무시한 압박’이라며 대학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 1일 감사원 감사가 위헌적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7일 긴급 임시총회를 열어 대학들 의견을 모은다. 황대준 대교협 사무총장은 “대학이 정말 대오각성하면서 고쳐야 할 부분도 있지만 예산 편성이나 건설비, 기성회비의 인건비 전용 문제는 구조적으로 별 뾰족한 대안이 없는데도 대학에만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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