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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경기대 정상화 서둘러선 안 된다
기고_ 경기대 정상화 서둘러선 안 된다
  • 김기언 경기대·행정학
  • 승인 2011.11.0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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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이름 아래‘정치’적 결정 일삼는 사분위

김기언 경기대·행정학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학 가운데 정상화 과정을 밟아야 할 규모가 큰 대학으로 경기대가 남았다. 그런 가운데 지난 9월 8일 경기대 정상화 안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에 갑자기 상정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파견한 임시이사는 물론 교수, 학생 등 경기대 구성원들은 현 시점에서 정상화는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 임시이사 파견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교과부에 제출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구재단이 정상화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교과부는 사분위 회의에 임박해 정상화 안을 상정했다. 경기대 교수와 학생은 이날 예기치 않은 사분위 상정에 분노했다. 이제까지 정상화 과정을 밟은 다른 대학의 정상화 안은 어느 일방의 요구가 아니라 구성원과 구재단 등 이해관계자의 정상화 방안을 함께 받아서 상정했기 때문이다.

절차적 합리성을 잃은 이와 같은 사분위 상정에 대해 이런 저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그러면 우리는 대학이 정상화 된다는 데 왜 반대를 하는가. 사분위는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학에 대해 그 원인이 ‘비리’인가 아니면 ‘법인 운영 부실’인가를 구분하지 않고, 정상화라는 이름 아래 예외 없이 구재단을 복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분위는 2009년 8월 31일 ‘정상화 대원칙’이라는 것을 정했다. 여기서 “…종전이사의 비리 정도나 능력이 현저해 도저히 당해 사학의 운명을 맡길 수 없을 정도로…를 제외하고는 종전이사에게 이사 추천권의 과반수를 줘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기준이 교육의 공공성을 무시한 것이며, 내용이 사립학교법의 법 취지를 넘고, 애매하다는 비판이 거세지자‘비리 정도가 현저하다’는 것은 살인, 강도, 강간 등 흉악범을 말하는 것이라 했다. 이에 따르면 웬만한 비리나 범법자는 사학의 운영주체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면 학생 등록금을 자기 개인주머니 돈 쓰듯 해도 된다는 말인가.

이러한 기준은 학교에 대해 더욱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회의 통념과 상반되는 것이다. 기업도 잘못을 하고 부도가 나거나 망하면 그 다음에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하물며 공공성이 강조되는 학교의 경우는 어떠하겠는가. 사분위는 ‘법’적이라는 이름 아래 ‘정치’적으로 정상화를 결정하고 있다. 이것은 정의의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니 사분위 결정기준은 달라져야 한다.

현 시점에서 사분위가 경기대 정상화 안을 심의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구재단은 법을 위반해 대학에서 물러났다. 그럼에도 반성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초기에 출연했던 재산을 그 후에 도로 가져가 경제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으면서 대학을 지배하며 독단적으로 운영했다. 또한 대학 발전을 위해 필요한 비전과 소요 재원의 조달에 관해 실질적 계획이 없다. 오늘과 같이 엄청난 대학 간 경쟁시대에 구재단으로 복귀하는 정상화의 결과가 어떤 것인가는 분명하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상화를 바랄 뿐이다. 정상화를 위한 정상화에 반대하는 것이며, 대책 없이 구재단이 다시 복귀해 지배하는 형태로의 정상화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 의지가 분명하고 이를 실현할 재정 능력이 있는 반듯한 법인이 대학을 지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은 안정되지 않고 대학 발전은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너무 무리한 기대인가. 현재 사분위의 결정 기준이나 행태를 보면 한국 사학에서는 이러한 상식적인 일조차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다. 경기대의 정상화, 이것은 급하게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대학 교육의 미래를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

김기언 경기대ㆍ행정학
연세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지방공기업학회장, 경기대 행정대학원장ㆍ기획처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3월부터 교수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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