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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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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11.10.2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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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619호, 10.17)

■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양식에 대하여, 질베르 시몽동 지음, 김재희 옮김, 그린비, 400쪽, 27,000원

소셜네트워크와 스마트 기기의 확산으로 인간 각각이 거대한 네트워크에 항시적으로 접속해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 기술적 대상 없이는 삶이 가능하지 않은 기술 의존의 시대에, '기술의 존재가치'와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던져주고 있는 기술철학의 고전이다. 저자는 기술적 대상들을 단지 이용가치만 갖는 '물질의 조립물'로 보는 관점, 반대로 기술적 진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을 갖는 테크노크라시적 관점, 그리고 인간을 적대하는 위협적인 '자동로봇'으로 인식하는 관점을 모두 비판하면서 인간과 기술적 대상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자 한다.

■ 단테 신곡 연구, 박상진 지음, 아카넷, 544쪽, 32,000원

'고전의 보편성과 타자의 감수성'이라는 책의 부제가 흥미롭다. 이 부제에 녹아 있는 문제의식은 '우리'의 맥락에서 서양 고전을 새롭게 해석해보고자 하는 시도로 나타난다. 국내에서도 『신곡』이 번역되고 읽혀왔지만, 진정으로 비서구적인, 혹은 더 정확히 말해 타자의 맥락에서 신곡을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던 경우는 드물었다. 저자는 '문학과정'을 개념화한다. 작가로부터 텍스트를 통해 독자에게 이르는 끊임없는 소통과 대화, 그리고 재창조의 과정을 말한다. 이러한 문학과정의 역동성과 변용 가능성에 주목한 저자는 '해석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탈중심화된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 되찾은 조선의 보물, 의궤, 혜문 지음, 동국대출판부, 276쪽, 12,000원

한일협정 체결 이후 두 나라 정부는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서 반출된 문화재 반환 문재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었다. 이러한 장벽을 깨고 반출 문화재를 되찾아오기까지에는 우리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을 전개한 민간단체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이에 관한 대국민 최종보고서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1922년 조선총독부가 오대산 사고 등에서 강탈해 일본으로 반출한 『조선왕실의궤』를 비롯, 우리 기록문화재 1천205점이 되돌아온 과정을 엿볼 수 있다. 4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전개해 온 환수운동의 역정과 성과에 대한 보고 기록이다.

■ 맹신자들-대중운동의 본질에 관한 125가지 단상, 에릭 호퍼 지음, 이민아 옮김, 궁리, 256쪽, 13,000원

이 책은 여러 대중운동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을 다룬다. 저자는 모든 유형의 헌신과 신념, 권력 의지, 단결과 자기 희생에는 어떤 획일적인 속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광신적 기독교 신자, 이슬람 신자, 민족주의자, 공산주의자, 나치가 서로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광신'이라는 점에서 한 부류로 취급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중운동'은 반체제 저항운동뿐만 아니라 인간이 집단을 만들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운동을 아우른다.

■ 번역과 번안의 시대, 박진영 지음, 소명출판, 548쪽, 36,000원

근대는 낯선 이야기의 세계이며 새로운 상상력의 시대다. 한국의 근대 소설은 번역과 번안을 통해 근대 한국인의 시대정신과 일상의 감각을 근대 한국어로 표현하고 향유하기 시작했다. 근대 초창기이자 식민지 시기 초입인 20세기 초반에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번역하고 번악했는가. 이 책은 '근대소설'이라는 관념의 탄생을 둘러싸고 벌어진 복합적인 국면을 번역?번안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 출판 및 언론 매체의 기술력, 소설 언어에서 일어난 치열한 경합과 역사적 단련의 경과로 바라보면서 추적한다.

■ 식품정치, 매리언 네슬 지음, 김정희 옮김, 고려대출판부, 634쪽, 29,000원

이 책은 식품회사가 자사의 제품 판매를 위해 정부나 전문가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어떤 방식으로 정치의 메커니즘-거의 관행적이며 합법적인-을 이용하는지 잘 보여준다. 저자의 집필 목적은 첫째, 식품회사들이 우리의 식생활을 어느 정도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는가를 밝히고 둘째, 식품회사들의 마케팅 방법과 정치 시스템을 이용하는 관행에 대해 보다 폭넓은 비판적 논의를 이끌어 내려는 데 있다. 미국 출판인 협회 전문/학술출판 최우수상을 수상한 책이다.

■ 아트 파탈, 이연식 지음, 휴머니스트, 216쪽, 15,000원

미술은 애초부터 음란했고, 음란하기 위해 존재했다. 음란함을 매개하는 것이 미술의 중요한 구성이었다는, 조금은 도발적인 전제가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계기다. 저자는 미술사라는 학문이 음탕하고 저속한 취향을 만족시켜 왔던 미술의 역사를 가능한 한 배제하고, 음란함이 미술의 본류가 아닌 소소한 일탈의 지류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말한다. 미술의 음란함을 고찰하기는 하되 세미나, 심포지엄, 학술 논문 등의 고압적인 형식으로 포장하곤 했다는 것이다.

■ 주자학, 조선, 한국, 김우현 지음, 한울, 360쪽, 22,000원

조선의 '주자학'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사회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았고, 결국 조선이 일본을 비롯한 제국주의 열강에 침탈당하게 되는 원인이 됐다. 조선을 통해 주자학을 받아들인 이웃 나라 일본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자학을 해석했고, 주자학의 원조인 중국에서조차 양명학 등의 새로운 학문이 대세를 이루고 있던 상황에서, 왜 조선은 주자학 원리주의를 고집했을까. 이 책은 주자학이 과거의 조선과 지금의 한국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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