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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똑같아도 10년이면 ‘5천만원’ 넘게 차이 나
성과 똑같아도 10년이면 ‘5천만원’ 넘게 차이 나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10.17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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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성과연봉제 시뮬레이션 해 봤더니

“성과급적 연봉제를 하면 동료의 논문 수를 넘어서는 게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목표가 전도되는 것이다.”(마대영 경상대 교수회 의장)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이하 성과연봉제)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 가운데 총장 직선제 폐지 못지않게 논란이 되고 있다. ‘제로섬’ 방식인데다 그해 받은 성과연봉의 일부가 다음해 기본연봉에 ‘누적’된다. 사립대 가운데서도 중앙대 등 일부 대학이 누적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홍갑주 부산교대 교수가 최근 시뮬레이션 한 결과를 보면 누적 성과연봉제는 단지 ‘돈 문제’만은 아니다. 대학의 연구역량을 떨어뜨리고, 학문사회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예를 들어 S등급(상위 20%)과 B등급(하위 10%)의 성과연봉이 300만원 차이가 나고, 다음해 연봉에 반영되는 비율을 40%(성과연봉제가 적용되는 4급 이상 공무원의 누적비율을 감안한 비율)라고 하자. 정년이 20년 남은 두 교수 가운데 올해 평가에서 갑 교수는 S등급을 받고, 을 교수는 B등급을 받았다면 B등급을 받은 을 교수는 S등급을 받는 갑 교수보다 정년 때까지 총 2천700만원의 연봉을 적게 받는다. 단 한 해 평가가 정년퇴임 때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 S등급과 B등급의 성과급이 300만원 차이가 나고, 성과급의 연봉 반영율이 40%라 하자. 정년 20년 남은 교수가 올해 S등급을 받은 경우와 B등급을 받은 경우에 대한 은퇴시까지 연봉 차이 누계는?

답: 300만원 + 0.4×300만원×20 = 2700 만원.

성과연봉제의 불합리한 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갑 교수와 을 교수의 현재 연봉이 같다고 가정하고 10년 동안의 연봉을 비교해 보면 다소 황당한 결과가 나온다. 성과연봉제 시행 후 갑 교수는 5년 연속 S등급을 받다가 이후 5년 연속 C등급을 받았다. 반대로 을 교수는 처음 5년 동안 C등급을 받다가 이후 5년 동안은 계속 S등급을 받았다. 교과부가 마련한 성과연봉제 운영계획을 보면 S등급은 평균 성과연봉의 1.7배를 받게 되지만 C등급은 아예 성과연봉을 받지 못한다.

10년 동안의 연봉을 모두 합하면 얼마큼 차이가 날까. 국립대 교원 성과급 평균 300만원을 적용해 계산하면 을 교수는 갑 교수보다 10년 동안 총 5천100만원을 적게 받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두 교수 모두 10년 동안 S등급 5번과 C등급 5번을 받았다. 10년 동안의 성과는 똑같은데도, 처음에 어떤 평가를 받았느냐에 따라 총 5천만원이 넘는 연봉 차이가 나는 것이다. (아래 그림 참고)

게다가 성과연봉제는 총액이 정해져 있는 제로섬 방식이다. S등급을 받은 교수가 총 2천700만원을 더 받게 된다는 말은 이 교수가 속한 그룹 내 다른 교수들이 총 2천700만원을 적게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립대 교수들이 성과연봉제를 ‘상호 약탈적 연봉제’라 비판하는 이유다.

홍 교수는 “성과급의 일정 비율이 연봉에 추가되기 때문에 성과연봉의 누적에 의해서만 실질적인 연봉 상승을 꾀할 수 있다. 교수의 개인적 사정, 연구의 성격과 난이도, 성과물의 가치 등에 상관없이 매년마다 높은 평가를 받도록 분투를 강요하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극단적인 경우 논문 한 편이 이러한 연봉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큰 연구는 힘들어진다. 올해에 임용돼 처음으로 성과연봉제를 적용받고 있는 신임교수들을 보면 벌써 그러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성과연봉의 총액이 그룹 단위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같은 대학 안에서도 단과대학별로, 학과별로 성과연봉을 더 많이 받기 위한 ‘꼼수’가 생길 수 있고, 결국 대학의 연구역량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며 “학문이 무엇인지, 학문의 발전을 이끄는 힘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런 안을 만들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림] 누적 성과연봉제의 불합리한 사례 예시 

[예] S등급의 성과급 t가 5,100,000원(지난해 국립대 교원 평균 성과연봉 300만원의 1.7배) 이고 성과급의 연봉 가산 비율이 40%로 일정한 경우 →  u = 0.4 × t = 2,040,000원이므로 25u는 51,000,000 (원)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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