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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거부 대구가톨릭대 교수 43명, “총장·보직교수 사퇴”촉구
성과연봉제 거부 대구가톨릭대 교수 43명, “총장·보직교수 사퇴”촉구
  • 김지혜 기자
  • 승인 2011.10.17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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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따라 춤추는 평가등급 … 2천만원 넘게 삭감도”

대구가톨릭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개인의 능력보다 소속 학과의 성격에 따라 개별 교수의 등급이 매겨지고, 진정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교수들이 불법 감봉을 당하고 있다”라며“총장과 보직교수들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제공=대구가톨릭대 교수협의회
대구가톨릭대 교수 43명이 성과연봉제 시행을 반대하며 연봉 계약을 또 거부했다. 지난 5월부터 집단 소송을 벌이고 있는 교수들은 지난 12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총장과 보직 교수 사퇴’를 주장했다. 교수협의회는 기자회견에서“성과연봉제의 도입으로 개인의 능력과 노력 여부보다 시운과 소속 전공 학과의 성격에 따라 개별 교수의 등급이 매겨지고, 진정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교수들이 불법 감봉을 당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라며“각종 편법을 동원해서까지 무조건 취업률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등 성과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다”라고 비판했다.

대구가톨릭대는 성과연봉제 대상에 체력단련비와 상여금, 명절휴가비 등의 항목까지 포함하는 규정을 지난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성과 평과는 일반 학과의 경우 연구와 취업, 교육, 봉사업적, 학과 평가 등을 반영해 이뤄진다. 이 기준에 따라 교수들의 최근 3년간 업적이 평가되고, 전체교수를 상대 평가해 9등급으로 나눈다. 상대적 지급비율이 100%인 B1 등급을 기준으로 상·하위에 각각 4개 등급(S~C2)이 있다(의대 제외). 교수협의회는 이러한 성과연봉제 규정을 폐지하고 전면 재수정을 요구하며, 집단적으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소청과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교수신문 3월28일자, 7월4일자 참고)

성과연봉제가 적용되면서 일부 교수는 적게는 5백만원에서 많게는 2천2백만원까지 연봉이 삭감됐다. 문제는 중간 등급인 B1보다 상위(지급비율 100% 초과) 등급으로 평가받은 교수들이 한 명도 없는 학과들이 주로 인문계와 자연계에 쏠려 있다는 사실이다. 국어국문과, 영어영문과, 중어중문과, 러시아어과 등 문과대학과 사회학과, 행정학과 등 사회과학대학 교수들이 주로 낮은 등급을 받았다. 이과 계열에서는 자연대학의 생명화학과, 의생명과학과, 플라워디자인과 교수들이 B1 미만의 등급에 쏠렸다.

문제는 또 있다. 이상복 대구가톨릭대 교수협의회장(교양교육원)은“지난 2월부터 현재 10월까지 벌써 네 번이나계약서를 수정했다. 얼마나 준비 없이 추진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들이 소청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자 학교 측은 교수들에게 찬반 의견을 물었다. 성한기 대구가톨릭대 교무처장은“교수들의 의견을 수용해 성과연봉제를 다소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달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논의됐다. 하지만 이 회장은“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 개정안에 찬성한 교수가 전체의 62%(약 160여명)라며 통과시켰다. 이 중 과반은 처음 계약할 때부터 연봉제를 적용받은 신임 교수다. 기존 교수 가운데 찬성한 교수는 8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43명은 연봉계약서 서명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어“학교 재정이 튼튼한데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높지 않은 수준의 연봉을 삭감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대구가톨릭대의 교비회계 누적 적립금은 2010년 기준으로 약 938억원에 달한다. 수입총액 대비 법인 전입금 비율은 0.3%에 그친다(2011년 안민석 민주당 의원 국정감사 자료). 반면, 대구가톨릭대의 2011년 정교수 평균 연봉은 189개 4년제 대학 가운데 79위다. 정교수 평균연봉은 지난해에 비해 350만원 가량 줄었다(2010·2011년 박보환 한나라당 의원 국정감사 자료).

성 교무처장은 교협의 반발에 대해“규정이 4번 바뀐 것이 아니다. 원안과 이번 개정안, 한 번 바뀌었다. 교수들의 의견을 존중해 개정안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도 안 된다고만 한다”라고 말했다. 성 교무처장은 또“의대 교수들은 다른 학과 교수들과 하는 일이 다르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를 적용한다는 원칙은 동일하다. 그에 맞는 지표를 현재 만드는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har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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