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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교수들의 죽음
잇따르는 교수들의 죽음
  • 설유정 기자
  • 승인 2002.06.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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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9 17:50:22
월드컵 열기가 최고조에 달해 사회가 술렁이는 가운데 교수들의 사망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공적자금 비리와 관련,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아온 정신문화연구원 정 아무개 교수는 지난 3일 분당의 사택에서 목을 매고 자살했다. 정 교수가 남긴 유서에는 ‘참으로 억울하다. 돈을 받은 적도, 전달한 적도 없는데 어쩌다 검찰에서 어리석게 진술하게 됐는지…가족, 연구원과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라고 씌어 있었다. 죽음으로 자신의 무죄를 호소한 정 교수는 자살 당시 부인과 딸, 2개월 된 아들이 미국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에는 우리 사회의 인명경시 풍조가 또 한 교수의 인생을 앗아갔다.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하다 실종된 중부대 윤 아무개 교수가 이튿날 아침 숨진 채 발견된 것. 신용카드와 휴대폰, 시계 등이 없어진 것으로 미루어 경찰은 아리랑치기 등이 금품을 빼앗은 뒤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카드빚 때문에 5명의 여성을 죽인 엽기적 택시강도가 충격을 준지 한 달만에 일어난 일이다.

최악의 사건은 월드컵 한·미전에 대한 기대로 전국이 술렁이던 10일 새벽에 일어났다. 평소 교수인 아버지의 독선과 권위의식에 반감을 가져온 아들이 이날 새벽 아버지와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반인륜적인 범행을 저지른 아들은 경찰에서 “명문대를 졸업한 아버지의 권위적인 엘리트 의식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었고 오래 전부터 죽이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세인을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다.

ㅅ대를 졸업하고 미 스탠퍼드 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경희대에 재직한 아버지와 명문여대를 졸업한 어머니, 유치원 원장인 할머니 등 전형적인 엘리트 집안에서 자라난 아들은 명문대를 가지 못해 아버지로부터 늘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아버지의 ‘엘리트 의식’에 대해 반감을 가져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설유정 기자 sy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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