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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식 나눔의 현실…작은 실행의 보람을 맛보시라
한국 지식 나눔의 현실…작은 실행의 보람을 맛보시라
  • 김기혜 충남대 박사과정
  • 승인 2011.10.1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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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김기혜 충남대 박사과정

김기혜 충남대 박사과정
나눔의 힘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작은 실행에서 시작돼 뜨거운 실제적인 에너지로 나타나는 구체적인 것임을 ‘찾아가는 과학실험실’의 봉사도우미로 참여하며 새로이 알 수 있었다. ‘찾아가는 과학실험실’은 한국연구재단이 지식 기부 활성화를 위해 기존의 강연형식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킨 프로그램이다. 지리적ㆍ경제적 어려움으로 강연과 과학실험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초ㆍ중ㆍ고교를 직접 방문해 우수한 과학자들의 강연과 과학실험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학습기회를 제공하고자 함이라 한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뜻 깊은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영광으로 생각하며, 지식 기부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본 취지에서 말해주듯 소외된 열악한 지역을 직접 찾아가 지식 나눔의 실천을 통해 우수 연구성과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고, 특히 직접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자라나는 새싹들에게는 생명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 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미래의 과학자 꿈나무로 성장하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처음으로 직접 찾아가는 지식 나눔 봉사를 경험하면서 함께 나눈다는 행복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게 됐었다. 그리고 함께 경험한 어린이들 중에서 단 한 명이라도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이 있다면 이것이 바로 나눔 행복의 보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함께 한 흥왕초등학교 학생들의 눈빛에서 밝은 희망을 봐 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충남대 의대 MRC 센터장 조은경 교수 이하 대학원생 3인)가 처음으로 찾아간 흥왕초등학교는, 전북 익산시 용동면 흥왕리 코스모스 길을 따라 가다보면 교문에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라는 명패가 말해주듯 교정이 매우 아름다운 학교로, 전교생이 50명인 아담한 학교다. 잠시 이 학교 내부를 견학하면서 영어나 컴퓨터 관련 교육시설은 도시의 여느 학교 못지않게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었으나, 과학 실습에 대한 교육시설이 많이 열악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다행이도 최근에 과학 실습 시설이 마련돼 마무리 공사 중이라고 한다.

이 과학실습실에서 조은경 MRC 센터장의 ‘결핵균을 이기는 몸 속 면역의 힘!’이란 강연을 통해서 어린이들에게 결핵이라는 질병과 결핵 예방 및 퇴치에 대한 연구성과를 쉽고 재미있게 알릴 수 있었다. 이 강연이 더욱 의미가 있었던 점은 이 학교의 학생 중에 한 명이 결핵에 감염된 적이 있어 교사들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도 결핵이라는 질병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임하는 자세들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또한 충남대 MRC에서 지역 내 저소득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의과학 캠프’에 참여한 경험에 비춰 볼 때도 기회가 많은 도시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흥왕초 전교생들은 강연뿐만 아니라 실습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으며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을 보면서 무더위도 잊을 만큼 뿌듯하고 보람이 있었다. 특히 ‘비병원성 결핵균에 옷을 입혀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실습시간에는 전교생 모두가 처음 접하는 현미경을 만져보고 직접 염색한 균을 관찰할 수 있어 마냥 신기해했다. 그리고 어린 저학년 어린이들도 직접 실험해 보겠다고 나서는 광경을 보면서 함께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학생들을 보면서 그동안 이 어린이들이 이런 살아있는 체험 학습이 얼마나 굶주려 있었는지, 그리고 이와 같은 학생들이 전국에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니 마음 이 무거웠다. 그리고 한국연구재단 측에서 이 사업에 동참해 줄 것을 20여명의 연구자들에게 요청했더니 단 3명의 연구자만 흔쾌히 응해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것이 우리나라 지식 나눔의 현실인가 싶어 마음 한 구석이 씁쓸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이 어린이들의 눈빛에서 희망을 봤듯이 뜻이 있으면 길이 있으리라 믿는다. 오늘 우리가 함께 한 것처럼 또 다른 우리들, 특히 신진 연구자들이 많은 관심과 소명을 갖고 실행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 작은 불씨가 큰 에너지가 돼 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것을…. 


김기혜 충남대 박사과정
충남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에서 석ㆍ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으며, ‘결핵에 대한 숙주세포 선천면역 방어기전’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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