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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치유력' 활용한 뵈리스호펜시의 가능성
'숲의 치유력' 활용한 뵈리스호펜시의 가능성
  • 황정국 가천의과대 겸임교수ㆍ임상미술학
  • 승인 2011.10.04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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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힐빙학회 창립 학술대회

국제힐빙학회(회장 박헌렬 중앙대 교수)가 창립됐다. 지난달 24일 중앙대에서 열린 창립 학술대회의 주제는 ‘힐빙문화에 기초한 자연치유의 실천 방향’이었다. 국제힐빙학회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독일의 자연치유 현황 분석을 통해 ‘새 농촌 발전 전략’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황은영 국립나주병원 미술치료사가 발표한 「독일의 자연치유 환경 및 현황」과, 황정국 가천의과대 겸임교수가 발표한 「바트 뵈리스호펜의 ‘자연치유’ 프로그램과 힐빙문화」가 주제를 직접적으로 소화했다. 이 가운데 황정국 가천의과대 겸임교수의 발표문을 발췌, 게재한다.

 

지난달 24일 '자연치유'의 가능성을 힐빙 개념으로 정착시킨 국제힐빙학회가 창립 학술대회를 마치고 학회로서 공식 출범했다.

일본의 지바현에서는 산림이 인체에 미치는 유익성에 관한 실험이 진행된 바 있다. 이 실험은 12명의 피험자를 6명씩 두 집단으로 분리해 도시와 산림을 번갈아 체험하게 해, 타액, 혈압, 심박동 등을 기록 분석해 쾌적감 증가, 진정 효과, 생리적 이완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녹색운동(Green Exercise)을 주장하는 영국의 에섹스대에서는 7년 동안 자연에서 행해지는 신체 활동의 시너지 효과를 조사하는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자연 경관의 감상이 인체에 주는 영향 분석을 위해 시골이나 도시의 유쾌하거나 불쾌한 사진 시리즈 100여 개를 보며 트레드밀에서 운동을 하는 실험이 실시됐다. 그 결과 피 실험자는 즐거운 농촌 장면에서 혈압 감소를 보였다. 모든 장면이 쾌적한 녹색의 자연 경관인 경우에는 향상된 기분과 자존감 증진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숲의 치유력을 실제 치유마을로 발전시킨 사례가 독일의 바트 뵈리스호펜(Bad Woerishofen) 시이다. 바트 뵈리스호펜은 독일의 동남부 국경지대에 위치한 작은 온천 도시이다. 120여 년 전만 해도 100여 명의 주민들이 목축업을 영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시골마을이었던 바트 뵈리스호펜은 신부이자 의사인 세바스찬 크나이프(F.S. Kneipp 1821~1897)가 냉수욕 등을 이용한 자연치료 요법을 선보이면서 독일 최고의 치유도시로 발전했다. 일명 ‘크나이프 요법’이라고 불리는 이 치료법은 자연 속에서 냉수욕?냉수마찰 등을 이용해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인구 1만4천여 명의 바트 뵈리스호펜에는 23곳의 크나이프 요법 치료시설이 운영되고 있고 170여개의 호텔과 펜션이 있으며, 이들의 객실 수는 6천여 개가 넘는다. 이들 호텔 대부분이 치유시설과 자연요법치유사를 확보해 치유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대부분의 호텔에는 크나이프 치유시설이 설치돼 있어 아침 식사 전 크나이프 치유프로그램을 투숙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조식 후 찾는 쿠어파크에는 풍부한 숲과 연못, 장미공원, 허브공원과 같은 치유 정원이 조성돼 있으며, 명상의 길, 예술가의 길, 나무 조각의 길 등 산책로가 있어 숲이 제공하는 피톤치드와 예술품을 감상하며 심신의 안정을 경험하게 된다. 2008년에 설치된 천연소금 치유시설은 요오드를 함유하지 않은 천연 염분의 물과 방향유를 혼합한 기체를 배출해 만성 천식, 구강염과 심혈관질환의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도심 내에 위치한 8.4km의 크나이프 숲길은 자전거나 도보뿐만 아니라 휠체어도 불편 없이 산책 가능하도록 완만한 경사로 이뤄져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는 안내자와 함께 하는 테마걷기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특별한 자연치유 프로그램

바트 뵈리스호펜의 쿠어센터는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4월부터 10월말까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안내자가 함께 하는 자전거 하이킹 프로그램이 있고, 뮌헨대 기후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Terrainkurweg’이라는 지형을 이용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따라 치유의 길 7개소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도심 외곽 숲에는 전체 길이가 200km에 달하는 다양한 종류의 노르딕워킹코스가 운영되고 있으며, 의사가 난이도를 고려해 코스를 구분해놓고 있어 젊은이들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바트 뵈리스호펜 치유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쿠어하우스는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도 함께 제공한다. 1일 평균 7회, 연간 2천500회의 공연이 펼쳐진다. 120년 역사의 쿠어극장에서는 매일 오전과 오후 음악회가 개최되고 있고, 실내극장에서는 연간 600회 정도의 오케스트라 공연이 펼쳐진다. 또한 도심 중심가인 크나이프 거리에서는 각종 예술작품 전시회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바트 뵈리스호펜시에 따르면 1일 3천~4천 명, 연간 90만 명 이상의 내외국인이 치료와 요양을 위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이중 하루 이상 숙박을 하는 사람이 11만 명 이상으로 과거에는 방문자의 80% 가량이 독일인이었지만, 현재에는 유럽 전역에서 휴양과 치유를 위해서 이곳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이들 방문객들의 하루 평균 지출액은 약 150 유로(약 23만원)로 추정된다.

현재 바트 뵈리스호펜시 거주 주민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치유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치유시설과 숙박시설에 근무하는 인원만 4천여 명에 달하고 연관 산업에 종사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이곳 주민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전부가 치유산업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이 도시의 치유시설은 상당부분 정부 소유지만 주민들 또한 주식공모를 통해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치유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곧 주민들의 수입과 직결되고 있다.

바트 뵈리스호펜시는 방문객은 물론, 직간접적으로 치유업무와 관련 있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징수하는 연간 250만 유로(약 39억원)에 달하는 휴양세를 치유시설의 확충 및 관리에 활용하고 있으며, 시에 위치한 크나이프 학교에서는 약 300여 명의 학생들이 ‘자연요법 치유사’가 되고자 수학하고 있다.

21세기형 농촌의 새로운 패러다임

10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점차적으로 치유와 휴양도시로서 면모를 갖춰 전 세계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 독일의 바트 뵈리스호펜시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60~7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해 향상된 농업 생산성과 자연 녹화사업이 한국 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처럼 가난과 기근의 극복을 위한 노력이 20세기형 농촌 개발 사업이었다면, 근래에 대두되고 있는 녹색성장과 힐빙시대의 도래에 따른 인류와 상생하는 자연의 활용이라는 화두는 21세기형 농촌 개발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시대의 요구에 따라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전근대적인 식량 생산기지로서의 농촌 개념에서 탈피한 대자연의 치유력이 내재된 인류의 안식처로서의 농촌을 의미한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새 농촌 건설 모델은 친환경적인 농촌을 기반으로 실행되며, 이것은 정서적으로 피폐해진 산업사회의 인류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여기에 농촌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 이것은 자연과 상생하는 인류의 모습이라는 새로운 미래사회를 의미하며, 그것의 중심에 농촌이 위치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힐빙 개념을 토대로 ‘탈인간중심의 사고’와 함께 인류는 좀 더 겸손하게 자연의 일부로서 역할을 하며, 자연 속의 모든 생명과 더불어 건강한 지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황정국 가천의과대 겸임교수ㆍ임상미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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