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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불붙는 생명윤리논쟁
[쟁점]불붙는 생명윤리논쟁
  • 불꺼진 연구소, 떠나는 연구원…지원늘리고 독립운영
  • 승인 2000.1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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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18 14:35:06
배아복제 전면금지 ‘시안’에 생명공학계 반발

생명복제의 허용범위를 두고 ‘생명윤리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논쟁의 진원지는 지난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생명과학기관 보건안전·윤리 확보를 위한 공청회에서 발표한 ‘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 시안.

이 시안은 생명복제 뿐만 아니라 인공수정, 유전자 검사, 세포·유전자 치료, 생명공학실험, 유전자재조합식품 생산 등 생명윤리와 인간건강 생활과 관련된 제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 것으로, 특히 생명복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엄격히 규제한 점이 특징이다. 시안에 따르면 생명복제와 인공수정의 경우 △생식세포나 체세포를 이용한 인간개체 복제 △인간과 동물의 상호융합 및 이식행위 △임신이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행위 △유전정보가 변경조작된 배아를 복제하는 행위 △피시술자의 사전동의 없는 인공수정 △상업적 목적의 인간배아, 정자, 난자, 대리모 등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현재 생명공학 연구자들이 수행중인 배아간세포 연구, 치료용 배아복제, 동물장기를 이용한 인공장기 생산 등이 모두 불법이 된다. 순수연구를 목적으로 한 생명복제와 인공수정 시술은 국가생명안전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았다.

국내 생명공학의 연구가 일정한 제동장치 없이 질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민단체와 생명윤리학계는 시안을 지지하고 있다. 당일 공청회에서 전재규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장(계명대 의학과)은 “생명과학의 연구·개발·활용에 가려 소홀히 취급돼온 생명윤리의 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해 법 제정을 미룰 수 없다”며 지지를 나타냈다.

생명과학계가 가장 문제시 하고 있는 부분은 “임신이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조항과 “임신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배아를 그 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내용 즉, ‘배아간세포 연구 금지’규정이다. 배아간세포란 인공수정란을 시험관에서 수정 14일 이전의 배아단계까지 기른 것이다. 이 경우 불치병과 난치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배아복제 연구가 사실상 금지되기 때문에 생명공학이 설자리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학계의 항변. 서정선 서울대 교수(의학과)는 공청회 당일 “생명윤리는 분명 존중돼야 하지만 치료목적의 배아복제까지 제한할 경우 생명공학의 발전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생명공학이 창출할 무한한 부가가치를 내세워 순수 연구목적의 배아복제를 허용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생명공학계의 반발이유 중 하나. 영국은 이미 지난 8월, ‘인간의 수정과 발생에 관한 법’ 제정을 통해 인간 배아복제 허용을 선언했다. 법안이 계류중이긴 하지만 미국도 지난 97년 ‘인간복제금지법안’을 만들어 ‘자궁내 착상을 목적으로 한 배아복제’만을 금지하고 기타 의학적 연구목적의 배아복제를 허용할 태세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시안은 생명복제를 둘러싼 긴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점에서 문제는 양자간의 합의점을 현명하게 도출해 내는 과정과 절차일 것으로 보인다. 인간생명을 존중하면서도 생명공학의 육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는 결국 생명체의 출발을 어디서부터로 볼 것인지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예컨대 생명의 시작을 수정 후로 볼 것인지, 수정 14일이 지난 배아단계 후부터로 볼 것인지가 앞으로 뜨거운 논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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