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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외국인 교수들, 어떻게 살고 있나
인터뷰 : 외국인 교수들, 어떻게 살고 있나
  • 박나영 기자
  • 승인 2002.06.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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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재 서강대 교수
인문관 109호, 채 노크를 할 겨를도 없이 “잠시만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달려가던 한 외국인 교수, 안선재 교수(60)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안 교수를 ‘외국인 교수님’이라 지칭한 것을 그가 보게 되면 필경 섭섭해할 것이다. 그의 연구실 중앙에 놓인 것은 ‘다구’였기 때문이며, 그와 대화를 나누며 단 한 마디의 영어도 필요없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그 스스로가 ‘외국인 교수로서…’라는 말에 정색하며 단호히 ‘나는 한국인 교수입니다’라 정정했기 때문.
영국 태생의 안 교수는 1980년 한국에 와 선교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서강대에서 영문학 강의를 시작했다.
영문학을 가르치면서도, 소설 ‘화엄경’의 ‘선재동자’에서 이름을 따왔을만큼 한국문학에 심취해 있다. 천상병, 고은, 서정주 등의 한국문학을 영역해낸 것으로 각종 번역상을 받았을 정도다.
여행도 많이 다녔냐는 질문에 “아마 안 가본 곳이 없을 겁니다”는 대답. 하지만 봄이 되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효당 스님이 계신 지리산이다. 끓인 물을 붓고 찻잎을 넣으며 “이것이 효당 스님께서 직접 재배하신 ‘반야로’라는 귀한 차입니다”라 설명한다. 그래도 불편한 점은 있다. 바로 ‘도서관 문제’. 그는 “외국인 교수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읽지 못합니다”라며, 외국인 교수의 비율을 늘리려는 것도 좋지만, 도서관부터 정비해야 할 것이라 꼬집는다.
한국인들이 외국인에게 높이 쌓은 벽도 문제. 그는 한국어를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 가능한데도 그 벽을 넘기가 힘들다. 이에 대해 그는 ‘언어가 아니라 사상 문제’라는 생각이다. 한국 교수들은 ‘외국 교수는 우리와 다른 존재’라 못박고, 그 선입견 속에서 사람을 바라본다는 것.
천상병 시집 ‘귀천’의 영역본을 선물하며 “참 좋은 시인입니다”고 말하던 안 교수. 그래서인지 그의 기억에는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는 천상병의 시구가 묻어난다.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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