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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길을 완강하게 걸어나가시길"
"자신의 길을 완강하게 걸어나가시길"
  • 김지혜 기자
  • 승인 2011.09.1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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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한 김인환 고려대 교수(국문학)

김인환 고려대 교수(국문학)
지난 8월말 정년퇴임한 김인환 고려대 교수(국문학, 사진). 김 교수는 "강의는 되도록 하지 않고 예전에 읽은 고전을 천천히 다시 읽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정년퇴임을 맞은 소회가 궁금합니다.
“숙제와 의무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문학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합니다. 평생 공부해 왔어도 문학은 저에게 여전히 알 수 없는 비밀이고 암호입니다.”

△ 퇴임 이후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가요.
“예전에 읽은 고전들을 천천히 다시 읽어보면서 일하지 않고 잘 지내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강의는 되도록 하지 않겠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다 마치지 못한 것이 있어서 5∼6년은 공부를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그 이후에는 글도 많이 쓰고 싶지 않습니다. 저 같은 퇴역자의 글이 젊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 앞으로 저술계획도 궁금합니다.
“2007년에 낸 『한국고대시가론』의 속편, 『고려시가론』을 쓰고 있습니다. 이 책이 다 되면 『북벌과 동학』이란 제목의 조선시대 사상사론을 쓰려고 합니다. 『비평의 저변』이란 제목으로 평론집도 한 권 계획하고 있습니다.”

△ 고려대 교수로 지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나 제자가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1990년 학생처장 시절에 결론을 내고 학교에 통고하는 식으로 행동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결론에 이르기 위한 여백을 항상 남겨두라는 충고를 대자보로 써서 붙인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지시나 훈계보다 대화 자체를 더 중시합니다. 대화가 곧 교육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삶이 그런 것처럼 교육에도 결론이 있을 수는 없겠지요. 대학원 제자로는 원광대 정은경 교수의 연구가 언어학과 문학의 융합이라는 제 방법을 저보다 더 잘 응용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고 학부 제자로는 총학생회장 시절 “정치가 아니라 교사가 꿈”이라며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생실습을 나가던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잊히지 않습니다. 결국 교생실습을 마치지는 못했지만 그의 말을 저는 1980년대의 명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저·역서를 하나만 꼽아주세요.
“제가 1999년에 쓴 『언어학과 문학』은 학문융합을 실천한 한국 최초의 저서일 것입니다. 저는 항상 국어학과 국문학이 공동 작업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비판해 왔습니다. 학문의 세분화가 심화돼 심지어는 음운론 연구자와 통사론 연구자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마는 이러한 상황을 거슬러서 융합을 지향하는 흐름도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 후배 교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신 있고 겸손한 학자보다 자신 없고 무례한 학자가 많은 것이 대학 사회입니다. 인기교수나 정치교수는 예외 없이 허학자들입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은 역사의식에서 나옵니다. 젊은 교수들이 주류에 서서 쉽게 인정받기보다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비주류에 서서 자기 자신의 고유한 길을 완강하게 걸어나가기 바랍니다.”

김지혜 기자 har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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