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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상환율과 부실대학이 무슨 관계?
대출 상환율과 부실대학이 무슨 관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9.19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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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15% 대학들 “평가지표 문제 있다”

 

※자료: 교육과학기술부
지난달 26일이 원광대에는 무척이나 긴 하루였다. 이날 오후 전체 교수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액션츄어에 의뢰한 발전계획(안)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원불교 100년, 개교 70주년을 맞는 2016년까지 국내 30위권, 아시아 200위권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었다. 이를 위해 단과대학 자율경영, 학과 통폐합, 입학정원 감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교수회의 직전 받은 공문 한 장이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원광대가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및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에 포함됐다는 내용이었다. 원광대에는 전국 25개 대학만 인가받은 법학전문대학원이 있다. ‘지역 명문’ 원광대는 그렇게 하루아침에 ‘부실 대학’으로 주저앉았다. 김진병 원광대 기획조정처장은 “내부적으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안일하게 대처해 온 측면이 있다”면서도 “수도권 대학 위주의 평가 지표, 지표 산출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 예술대학ㆍ사범대학 갖고 있는 게 죄?= 원광대만이 아니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된 대학 관계자들은 자구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하위 15% 대학을 걸러낸 평가지표가 과연 공정하고 합리적인 지에는 의문 부호를 달았다.

취업률 지표는 이번에도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경성대, 상명대, 추계예술대 등 특히 예술대학 비중이 높거나 사범대학을 보유한 대학들의 불만이 거세다. “예ㆍ체능 계열 취업률을 빼달라고 지방대에서 애원했는데 교과부도 꿈쩍도 안 했다”는 것이다. 송병주 경남대 기획처장은 “부산ㆍ경남지역에서 부산대, 경남대만 사범대학을 갖고 있다. 사범대학 졸업생들은 대개 3~5년씩 임용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에 취업률이 평균 3~4% 정도 떨어진다”라며 “예술 분야나 사범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의 경우 취업률 지표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자료: 교육과학기술부

 

■ 등록금 많이 올리면 부실대학?= 등록금 인상 수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하위 15%에 포함된 것 자체가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원광대ㆍ경남대ㆍ경성대의 경우 공교롭게도 올해 등록금을 3% 이상 올렸다. 등록금 인상률을 제외하면 이들 대학은 하위 15%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자금 상환 실적(상환율 10%)이 왜 ‘부실대학’ 지표로 쓰이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평가지표에서 50%를 차지하는 재학생 충원율(30%)과 취업률(20%)은 구조적으로 지방대학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지표다.

김병진 처장은 “올해 평균 등록금이 759만원으로 사립대 전체로는 81위 정도다. 지방대 가운데는 금액으로 따지면 서울 소재 사립대보다 200만원 적은 곳도 있다”라고 말했다. 송병주 처장은 “2년 연속 동결하다 올해 3.5% 인상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이는 3년 평균 물가상승률의 법정 상한선인 5.1% 이내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권고한 3% 미만의 인상률을 보인 대학은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치명적으로 불리한 평가를 받았다”라고 지적했다.

■ 그때그때 다른 평가지표= 매번 달라지는 지표 산정방식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종교지도자 양성 관련 학과의 재학생 비율이 25% 이상인 대학은 이번 부실대학 평가에서 제외됐다.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는 종교지도자 양성 관련 학과 재학생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으로 인정받는다. 평가를 받지 않은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도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부실대학’이라는 딱지는 달지 않는다.

원광대는 의학 계열 취업률이 제외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다른 지방대의 취업률이 평균 1% 포인트 하락한 데 비해 원광대는 3.4% 포인트나 떨어져 치명타를 맞았다. 원광대는 의학 계열 재학생이 1천76명으로 의학 계열이 개설된 전국 59개 대학 가운데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광대 의과대학의 한 교수는 “부실대학이라고 하면 형편없는 대학으로 인식될 건데 의과대학이 같이 죽으니까 억울한 면이 있다. 일방적인 지표 선정에 의해 재단되다 보니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라고 말했다.

교육역량강화사업과 달리 유지 취업률이 포함되지 않았고, 10월 1일 기준 지표를 적용키로 했는데 4월 1일 기준 지표를 활용하는 등 크고 작은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송병주 처장은 “취업률을 대학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라며 “대학에 치명적인 결과를 안겨주는 평가를 단지 2010년 1년의 데이터에 근거해 산정하는 것도 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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