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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학술지 평가 중장기 개선 방안 마련”
“연말까지 학술지 평가 중장기 개선 방안 마련”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9.06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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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 달 넘긴 김덕규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는 2단계 두뇌한국(BK)21,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관리한다. 한 해 예산 규모가 9천6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학술진흥본부 예산의 0.03%(2억5천만원)에 불과한 학술지 평가 업무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학술지 평가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평가방식을 크게 바꾼 탓이다.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 인용지수를 평가에 새로 도입하고, 평가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평가를 준비해온 학회에서는 갑작스런 평가항목 변화에 불만을 터트렸다.

1951년生. 도쿄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부터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공과대학 교무 부학장과 교수회 부의장, 교무처장을 지냈다. 대한전자공학회 총무이사ㆍ교육이사ㆍ부회장, 한국통신학회 대구경북지부장, 한국공학교육학회 학술이사ㆍ기획이사ㆍ부회장을 지냈다. 지난 7월 25일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이에 대해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김덕규 한국연구재단학술진흥본부장(60세, 경북대 전자공학부·사진)은 지난 1일 “연구자들은 자기 분야에서 어느 학회가 우수한지 다 안다. 하지만 지원할 때는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수긍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어느 학회, 연구자가 중심 역할을 하는지 구분해 줘야 하고, 그 결과를 지원 체계에 반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학술지를 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KCI 인용지수 도입이라는 얘기다. “KCI는 연구자나 논문의 연구이력이나 지도를 나타내는 상당히 정확한 지표가 될 거라고 본다. 이 지표가 도입되면 막연하게 느낌으로 알고 있던 연구자의 영향력, 학술지의 영향력이 상당히 개량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어떤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면 누구나 인정하는 풍토라면 굳이 이런 계량적인 지표를 도입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KCI 인용지수 도입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 가운데 하나는 학문 분야별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적용이다. 인문학 분야의 경우 다른 연구자의 논문보다 고전이나 저작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인용지수가 별 의미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인용지수를 높이기 위해 자기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인용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비슷한 분야의 학회끼리 서로 인용해 주는 ‘인용 품앗이’도 감지된다.

“인문학처럼 독특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사회과학만 하더라도 다른 연구자의 연구업적을 인용해 연구업적을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기인용의 경우 그렇다고 완전히 뺄 수도 없다. 자기인용 지수를 함께 평가에 반영한다든지 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학회 편집위원장급 연구자 등 10명 안팎으로 학술지 평가 발전방안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는 중장기 방안을 도출해 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술지 평가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는 학회 자율에 맡겨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2단계 BK21사업과 WCU사업의 후속사업을 설계하는 것도 김 본부장이 임기 동안 풀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이 두 사업은 내년이면 끝난다. 2013년 이후 대학원 지원 사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가 관심사다. 후속사업의 기본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BK21사업 가운데 대학원생 장학금은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GPF) 사업으로, 사업단 방식의 지원은 WCU사업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 교과부의 기본 구상이다.

우수한 박사과정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GPF사업는 올해 처음 실시한 시범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소수 대학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연구비와 장학금 지원을 통해 자연스레 대학원 구조조정과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교과부의 기본 방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 대학원은 궤멸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김 본부장은 “GPF사업은 처음부터 선택과 집중에 따라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다 보니 소수대학에 집중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역 대학원의 학문이나 연구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인 연구 지원과 수월성 추구는 함께 가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며 “BK21에서 하던 지원 방식이 끊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WCU사업 중심으로 대학원 지원 사업을 재편하더라도 BK21사업처럼 해외학자를 초빙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단 지원 방식을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교과부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신 그는 “야구에서도 메이저리그만으로 야구팀이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에둘러 갔다. “마이너리그나 초ㆍ중ㆍ고등학교 야구팀, 대학 야구팀 등을 기반으로 메이저리그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기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김 본부장은 “한국연구재단 업무라는 게 주로 평가하고 지원하는 것”라며 “악용하는 한두 명의 연구자를 찾아내기 위해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괴롭히는 시스템이 아니라 선량한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과오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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