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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과 생물학의 학제적 관심 분야 … ‘거대한 침묵’의 의미를 찾아서
천문학과 생물학의 학제적 관심 분야 … ‘거대한 침묵’의 의미를 찾아서
  • 황재찬 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 승인 2011.09.06 09: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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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생물학, 상상에서 과학으로
황재찬 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천억 개가 넘는 별들이 있는 우리 은하 안에 생명이
사는 곳은 아주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고등문명에
대해 지금 우리가 가진 증거는 먼 별 사이를 항해해
우리를 방문한 탐색선이나 사절단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거대한 침묵의 문제’이다.

 

19세기 이전 서구 천문학이 우주의 기하학적 구조와 태양계 천체들의 수학적 운행에 대한 것이었다면 20세기 천문학은 주로 천체들의 물리적인 특성에 대한 것이었다. 물리학과 화학이 자연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성에 대한 것이라면 지금 생물학은 전적으로 지구생물학일 뿐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논의의 연장선

최근 우주생물학이 천문학과 생물학의 학제적 분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외계 생명에 대한 관심은 항상 있었지만 지금은 세 가지 이유가 새로 추가됐다.

첫째, 1980년대 이후 지구 극한환경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이 발견돼 왔다. 예를 들면, 섭씨 100도가 넘는 물에 사는 미생물이 그것인데, 이러한 극한환경 미생물 발견은 우주에 생명이 살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우리 이해를 극적으로 넓혀줬다.

둘째, 지구생명 기원에 대한 이해에 따르면 생명의 특성과 지구에서 생명이 나타난 과정이 기적적인 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아 보인다. 예컨대 생명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가 우주적 규모에서 가장 흔한 원소들이라거나, 외계에서 생명에 필요한 다양한 에너지원의 가능성, 지구에서 조건이 갖춰지자마자 생명이 나타난 것 따위다. 물론 생명의 기원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고 있지만, 지구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지구라는 안정화된 계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우주의 기원과 역사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지구생명의 번창은 변화하는 우주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셋째, 1980년대 말 드디어 외계에서 행성들이 발견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그 수가 573개에 이르렀다. 이제 지구정도 크기를 가진 행성이 발견될 시점이다. 물론 이러한 학술적인 이유 이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우주시대의 도래와 외계인에 대한 일반인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지구생명의 놀라운 생태학적 다양성에도 모든 지구생명은 액체 상태인 물을 필요로 하기에, 태양계 생명탐사는 액체 상태인 물을 찾는 것과 거의 동의어가 됐다. 물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분자에 속한다. 따라서 태양계에서 우리가 찾는 것은 물이 액체 상태로 유지되는 환경을 찾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탐사는 우리가 아는 종류의 생명을 찾는 것일 뿐이다. 아는 만큼만 보일 테니 우리가 보고도 지나칠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

우주생물학은 생명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오랜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구생물은 그 형태적 다양성에도 단 한 종류라고 할 수 있기에 지구생물 만으로는 생명의 보편성을 말하기 힘들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이 사변적인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우주생물학에서는 중요하다. 우리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한편, 이제까지 외계생명에 대한 학계보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6년 미국 대통령까지 성명을 낸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에서 발견된 미생물 흔적에 대한 주장은, 그 증거가 무생물적인 과정으로도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논란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 사례는 외계생명 판별이 앞으로도 단순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우리와 전혀 다른 외계생명을 인식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외계생명에 대한 주장이 무생물적인 기원을 가진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쟁도 단순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외계생명 발견은 클린턴이 발표한대로 “만일 이 발견이 확증된다면 그것은 과학이 이제까지 우리 우주에 대해 밝혀낸 것 중 가장 충격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며, 학술적으로도 우리가 아는 지구생물학이 우주적 보편성을 가진 것인지 지구의 특수한 환경과 우연적인 조건에 의한 현상인지에 대해서도 말해줄 것이다.

물리우주에서 생명우주로

태양계에서는 화성과 유로파에 우리와 비슷한 생화학에 기반을 둔 생명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화성은 오래전부터 외계생명 거주지로 생각돼 왔으며 지금도 그 지위를 잃지 않고 있다. 1976년 미국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보낸 두 대의 바이킹 착륙선에 의한 화성생명 탐색의 공식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우주시대가 열리며 도리어 태양계 내 외계생명에 대한 기대가 식었다. 하지만 앞에 소개한 세 가지 새로운 이유로 상황이 다시 바뀌고 있다.

최근 탐색은 화성표면에 물이 흐른 흔적 그것도 요즈음 새로 물이 흐른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또한 2003년 화성대기에서 일시적으로 메탄이 대량 방출된 것이 검출됐다. 지구 대기 중 메탄이 대부분 생명 활동에 따른 산물이므로 화성표면 아래 살고 있는 생명이 그 원인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화성 초기상황은 지구보다도 먼저 생명이 출현하기에 적합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리적 환경이 변하며 이제는 지구처럼 생명이 행성을 전면 장악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태양직하점 온도는 상온에 도달하며, 표면 아래에 미생물들이 군집을 이루고 살 가능성이 있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는 비록 두꺼운 얼음 층 아래이지만 태양계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거대한 물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열원은 목성과 자매위성에 의해 유지된 조석작용이다. 메탄의 호수가 있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생명이 산다면 그들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온도가 낮기 때문에 화학 반응이 아주 천천히 일어남으로 우리가 보면 그들은 정말 느긋한 삶을 영위할지 모른다. 예를 들면, 만년에 한 번쯤 물질대사를 한다면 어떤가.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추측해본 말이지만 이쯤 되면 과연 우리가 보고도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이 기우만은 아니다. 우주생물학은 이제까지 천문학이 관심을 가져온 무심한 물리우주에서 생명으로 충만한 생명 우주로 우리 우주관을 바꾸고 있다.

천억 개가 넘는 별들이 있는 우리은하 안에 생명이 사는 곳은 아주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 고등문명에 대해 지금 우리가 가진 유일한 증거는 먼 별사이를 항해해 우리를 방문한 탐색선이나 사절단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거대한 침묵의 문제’이다. 물론 UFO를 좋아하는 분들이 다른 주장을 할 수도 있지만 과학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즉, 충격적인 주장에는 그에 걸맞게 충격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137억년 우주나이에 버금가는 우리은 하의 많은 별들과 비교할 때 45억년 역사를 갖는 우리 태양계는 확실히 후발 주자다. 40억년에 달하는 지구생명 역사를 뒤에 두고 이제 바야흐로 인류가 우주로 도약하려는 차에 이러한 우주적인 상황을 돌이켜 보면 무언가 이상하다.

외계인과의 조우 시나리오

이 침묵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들이 자신들 행성에 고립돼 있듯 우리는 지구에 고립돼 있는가. 우주 여행 기술은 핵기술과 동일하다. 앞의 기술을 실행하려면 뒤의 기술을 평화롭게 다룰 정도로 성숙해야 하는데, 많은 외계문명이 그들의 기술에 살아남지 못한 것은 아닌가. 우리 운명은 다를 수 있을까. 지금 우리는 우리를 바꿀 수도 있는 기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유전-나노-로봇공학의 산물은 핵무기보다 훨씬 더 가공할 미증유의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 외계인과 만남을 조우라고 한다. 그들과의 조우에 앞서 인류는 금세기 중반 우리기술의 산물들과 조우를 앞두고 있다. 외계인과의 조우 시나리오 중 하나는 우리는 그들을 그리고 그들은 우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설정인데, 우리 기술의 미래 자손들과 조우가 바로 그러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먼 미래가 아닌 앞으로 30년 이내일 가능성에 대한 여러 보고가 있다. 미래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주적 관점에서 우리를 되돌아보는 것, 이것도 우주생물학의 주요 역할이며 관심사다. 위험시대의 심연을 향한 발걸음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파스칼의 잠언대로 “이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

 

황재찬 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박사를 하고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지냈다. 2008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우수학자 지원사업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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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수 2012-01-28 13:47:05
미래에 무엇이 무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