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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 3년 … “이대로는 설립취지 살리기 힘들다”
로스쿨 도입 3년 … “이대로는 설립취지 살리기 힘들다”
  • 김지혜 기자
  • 승인 2011.09.05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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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협의회 창립 … 상임대표에 하태훈 고려대 교수

지난 2일 건국대 법학관에서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이 모여‘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협의회’를 창립하고,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창립총회에서 하태훈 고려대 교수가 상임대표로 선임됐다. 사진= <건대신문>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도입 3년. 첫 졸업생 배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년 1월에는 첫 변호사 시험도 치러진다. 하지만 로스쿨 교수들이 바라보는 로스쿨의 현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전국 25개 로스쿨 교수들은“학부 졸업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배경과 관심사를 가진 법률가를 양성하겠다는 설립 취지가 몰각돼 가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교수협의회를 구성했다. 교수들은 지난 2일 건국대에서‘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협의회’창립총회를 갖고, “파행의 위험을 안고 있는 현 로스쿨 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진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창립총회에서 하태훈 고려대 교수가 상임대표로 선임됐다. 한인섭 서울대 ·한상희 건국대 ·김재원 성균관대·송기춘 전북대·김종철 연세대 교수 등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송 교수는“학사관리강화방안이 로스쿨을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라며“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사나 중요한 과목을 듣기 보다는 오히려 수월하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몰리고 있다. 학사관리강화방안은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저해하고, 교수의 평가 역량을 부정한다”라고 말했다. 올해 1학기부터 도입된 학사관리강화방안은 10명 이상의 학생이 수강하는 모든 강의에서 상대 평가를 실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실제로 학사관리 강화방안이 도입되면서 각 학교마다 폐강되는 수업이 늘었다.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2010년2학기에는 7개의 수업이 폐강된 데 비해, 학사관리강화방안 도입 첫 학기인 지난 1학기에는 두 배에 가까운 13개의 과목이 폐강됐다.

내년 1월 처음 실시되는 변호사 시험도 로스쿨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제 1회 변호사 시험에서 1기 졸업생의 75%인 1천 500명만을 합격자로 선발한다. 자격시험으로서의 변호사시험의 성격에 부합하는 결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불합격자가 누적되면 학사관리강화방안과 맞물려 학생들의 수업 쏠림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호사 시험에 출제되는 과목에 학생들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시험 자체에 대한 문제도 덧붙였다. “학생들이 내년 1월 초에 치르게 될 변호사시험의 과목이 너무 방대하다. 몇몇 과목은 서술, 선택, 기록형 문제로 나뉘는데 그 구분도 모호하다.”제 2회 이후의 합격자 결정 방식도 여전히 미정인 상태로 남아, 현재 로스쿨 1, 2학년 학생들이 자신이 어떤 시험을 치르게 될 지 알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검사직, 로펌으로의 진출 등 로스쿨 졸업생들의 진로도 교수들이 우려하고 있다. 김 교수는“일부에서 로스쿨 졸업생들이 검사직 등으로 진출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큰 틀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송기춘 전북대 교수와 김창록 경북대 교수가‘법학 전문대학원의 학사관리’와‘변호사 시험의 합격자 결정’을 주제로 로스쿨 제도의 현안을 짚고, 전체토론을 통해 제도적 문제점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김 교수는“사법시험과 로스쿨이 양립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문제들이 나타난다. 로스쿨은 새롭게 도입돼 앞으로 지속될 제도다.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로스쿨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중점에 두고 활동할 예정”이라고 운영 계획을 밝혔다.

로스쿨 교수협의회는 로스쿨 제도의 안착을 위해 국회,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등 관계 국가기관과 한국법학교수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대한변호사협회 등 관련 단체와 상호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해나갈 예정이다.

김지혜 기자 har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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