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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에서 ‘위로’로 바뀐 키워드
‘도전’에서 ‘위로’로 바뀐 키워드
  • 옥유정 기자
  • 승인 2011.08.29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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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시장 점령한 ‘청춘’

‘청춘’을 다룬 책이 서점가를 달구고 있다. 최근 출간되는 책들 중 대다수는 ‘청춘’으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를 어루만지는 ‘위로서’다.

가장 주목을 받는 책은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지음, 쌤앤파커스, 2010.12). 출간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재 110만부 가까이 팔렸다. 수익으로 따지면 138억원에 육박한다. 이 책을 지금의 궤도에 오르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청춘’의 키워드는 ‘도전’과 ‘열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불안’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88만원 세대』(우석훈·박권일 지음, 레디앙, 2007.8)는 20대에 대한 인식의 변화 한가운데 있는 책이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사회로 온전한 첫발을 내딛지 못하게 된 현실을 경제학에 접목시켰다. 그들이 부딪히는 현실의 벽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20대 젊은이들에겐 ‘슬픈 세대공감’, 이전 세대들에겐 20대의 현실을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홍세화 (사)학벌없는사회 공동대표는 『88만원 세대』 추천사에서 “우리 젊은이들은 사회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안목을 갖고 있지 못한데 사적 관계에서는 영리하다 못해 영악하기까지 하다. 그런 나에게 20대를 이해하도록 하면서 세대 간 연대의 긴박성과 함께 구체적 대안의 그림을 제공해줬다”라고 적었다.

젊은 세대에 대한 인식 변화는 출판 판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2009년까지만 해도 이 시대의 멘토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는 흔하지 않았다. 이외수가 거의 유일무이 했다. 특히 이외수의 『청춘불패』(해냄출판사, 2009.5)는 방황하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대’, 청년이 남몰래 숨기고 있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보듬는다.

성공을 위한 처세술에 대한 염증도 한몫했다. 경기침체와 함께 사회의 ‘잉여’가 된 청년들에게 ‘성공을 위한 처세’가 각광받는 시대는 지났다. 『20대 공부에 미쳐라』(나카지마 다카시 지음, 김활란 번역,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1), 『 이기는 습관1, 2』(전옥표·김진동 지음, 쌤앤파커스, 2007, 2009)와 같이 부와 성공의 요건을 다룬 책은 더 이상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중앙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조희진 양(신문방송학과)은 “한 때 유행했던 처세술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개인의 노력부재로 치부했다. 하라는 대로 해도 성공할 순 없었다. 지금의 20대는 열심히 노력해도 밝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그래서 ‘너만 힘든 게 아니고 모두가 힘들다’라는 메시지로부터 사람들은 단지 ‘위안’을 기대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을 반영한 소설도 나와있다. 제1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표백』(장강명 지음, 한겨레출판사, 2011.7)은 지금의 젊은 세대를 ‘표백세대’라고 했다. 모든 틀이 다 짜여 있는 사회에서 주인공들은 사회에 대한 반발로 ‘자살’을 선택한다. 하지만 현실도피로 치부되는 것이 싫어 성공반열에 올랐을 때 자살을 실행에 옮긴다는 내용이다.

출판계에 부는 이 같은 ‘청춘’ 열풍은 우리사회의 청년들이 삶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옥유정 기자 o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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