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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모든 것 무너져" … 정부·시장 상호의존성에 주목
"2008년 모든 것 무너져" … 정부·시장 상호의존성에 주목
  • 최익현
  • 승인 2011.08.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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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책_ 『자본주의4.0』(아나톨 칼레츠키 지음, 위선주 옮김, 컬처앤스토리, 2011.8)

 

"더 자유로운 시장과 더 작은 정부가 강조되던 시대는 끝났다, 정치와 경제를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인식해야 한다." <타임스>의 경제분야 총괄 에디터인 저자는 2008년 9월 15일, 세상을 바라보는 낡은 방식이 무너져버렸다고 말한다. 투자은행이나 금융시스템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정치철학과 경제시스템 전체가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2008년 금융위기로 마침내 자본주의의 네 번째 시스템 전환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4.0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우파의 광기'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최근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은 지난했다. 가까스로 합의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증세가 배제되면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는 더욱 심해졌고, 정부 지출 축소로 경제부양책도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간신히 회복 기미를 보이던 미국 경제는 다시 더블딥의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저자의 문제의식이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가 보기에 현재의 경제위기는 "이론경제학과 정치이데올로기의 해로운 상호작용 때문에 비롯됐다." 정부가 간섭하지 않으면 효율적인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이론적 가정은 정치선전의 형태로 타락했고, 시장근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부추켜 위기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를 이해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정치와 경제,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해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을 이뤄야한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저자 칼레츠키는 2008년 금융위기가 정치철학과 경제철학, 경제시스템 전체의 전환을 요구하는 '시스템 전환의 촉매제'라고 해석한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정치와 경제가 별개의 두 영역이라는 시장근본주의의 이론적 가정은 파산했으며, 사람들은 전처럼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작은 정부에 대한 믿음을 갖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위기를 통해 진화하는 적응력 있는 사회 시스템'이라고 규정하는 칼레츠키는 여기서 재미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어떤 위기가 발생해 자본주의 체제 전체를 위협하는 경우에는 변화하는 환경에 더 적합한 새로운 버전이 등장해 이전의 형태를 대체한다는 발상이다. 저자는 그것을 '자본주의 4.0'이라고 명명했다.

  이 '자본주의 4.0'은 세계가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본질로 하고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며, 공공정책과 경제전략에서 실험정신과 실용주의를 강조한다. 정부와 기업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실용주의'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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