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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으면 ‘一鷹二馬三妾’이란 말이 생겼을까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으면 ‘一鷹二馬三妾’이란 말이 생겼을까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승인 2011.08.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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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46) 참매

“옛날에는 매를 잡아 일찌감치 길들여서 꿩이나 토끼를 잡았으니 매사냥에 쓰인 새가 바로 참매로, 보통 사냥매를 ‘송골매’라하고, 앳된 새끼 때부터 길들인 1년짜리 것을 ‘보라매’라고 부른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새가 새를 잡아먹으니 이런 새를 맹금류라 부른다. 올빼미나 참매, 참수리, 황조롱이들은 몸이 강건하고 성질이 용맹하다. 부리와 발톱이 매우 날카롭고 꼬부라져 다른 새를 채거나 고깃살을 찢기에 알맞고, 날개가 커서 빨리 날며, 날개털이 보드라워 소리가 적게 나서 다른 새에 몰래·쉽게 접근한다. 무엇보다, 예의 주시하는 맹금류의 눈알은 닮고 싶을 만큼 매섭고 예리하다.

또 새는 하늘을 날게끔 앞다리가 날개로 변했고, 체중을 퍽 줄이기 위해 뼛속이 비었으며, 소변이 따로 없고 똥에 조금 묻어나올 뿐이고, 가벼운 깃털로 몸을 싸고 있으며, 허파가 풀무구조를 닮아 들숨·날숨에 관계없이 늘 세포에 공기(산소)가 전해진다. 그래서 높이 나르는 철새들이 그 먼 길을 오갈 수 있다. 때문에 지칠 줄 모르는 축구선수 박지성은 폐활량이 워낙 커 ‘산소통’이라 불린다.

새들도 서식생태가 무척 다양하다. 먼저 한 자리를 지키면서 사는 1)텃새가 있다. 기필코 텃새가 되지 말고 멀리멀리 나는 철새가 될지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으매 우물 안 개구리(井底蛙)가 되지 말라는 것. 다음은 번식지와 월동지역을 오가는 철새들로 추운 북쪽에서 가을에 번식하고 남으로 와 한국에서 월동하는 2)겨울철새, 이른 봄 남녘에서 날아와 한국에서 번식하고 가을철에 다시금 남하하는 3)여름철새가 있다. 겨울새가 단지 추위를 피해 온 것이라면 여름새는 우리나라에서 새끼치기를 한다. 어쨌거나 이리저리 붙는 꼴사나운 정치꾼 철새는 몹쓸 새다.

철새 중에는 우리나라에 잠깐 머무르다 지나가는 4)나그네새(通過鳥)와 태풍이나 폭풍우 때문에 이동경로를 벗어나 길을 잃은 5)미조(迷鳥), 나라 안에서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6)떠돌이새(漂鳥)들이 있다. 굴뚝새나 동박새(겨울에 동백꽃의 꿀을 먹음)는 여름철에는 높은 산에서 지내다가 겨울이면 인가 주변으로 내려온다. 참으로 새도 가지가지로군! 그런데 잘 살펴보면 여름철새는 숲새가, 겨울철새는 물새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새를 다르게 나누기도 한다. 물에 사는 1)수금류(water bird) 중에는 헤엄을 치는 유금류(swimming bird)와 걸어다는 섭금류(wader)가 있고, 2)육식성 조류인 맹금류(bird of prey), 3)노래를 잘 부르는 명금류(song bird), 4)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타조, 키위 같은 주금류(flightless birds)들이다.

이제 본론이다. 맹금류인 매에는 참매, 새매 등 여럿이 있는데, 참매는 몸길이 48∼61cm로 몸의 윗면은 푸른빛이 도는 회색이요, 아랫면은 흰색바탕에 잿빛을 띤 갈색 가로무늬가 빽빽하게 얼룩져 있어 면면이 늘씬하고 화려하다. 쥐나 새를 잡을 때는 날개를 퍼덕이거나 기류를 타고 날다가 먹잇감 가까이에 이르면 두 다리를 쭉 뻗어 예리한 발톱으로 확 낚아챈다. 날카로운 부리로 뭉텅뭉텅 뜯어먹는데 소화되지 않는 털이나 뼈다귀는 뭉치(덩이)로 토해버리니 그것을 펠릿(pellet)이라 한다. 잡목림의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어 오뉴월에 2∼4개의 알을 낳아 36∼38일을 품는다. 새끼는 41∼43일에 걸쳐 어미의 保育을 받은 다음에 드디어 둥지를 떠난다. 그리 흔치 않은 텃새며 박제품으로 비싸게 팔려 밀렵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매사냥 이야기다. 옛날에는 매를 잡아 일찌감치 길들여서 꿩이나 토끼를 잡았으니 매사냥에 쓰인 새가 바로 참매로, 보통 사냥매를 ‘송골매’라하고, 앳된 새끼 때부터 길들인 1년짜리 것을 ‘보라매’라고 부른다.

사냥꾼이 팔뚝에 매를 앉히고 산마루에 오르면 털이꾼 너댓 명이  작대기로 마구 풀숲을 두드리며 소리를 내지른다. 마침내 숨어있던 꿩이 날아오르니 그때 털이꾼들은 ‘애기야!’ 하고 소리를 지르고, 그 순간 매꾼은 매를 날려 보낸다. 쫓고 쫓기는 두 날짐승이 하늘을 가르는 모습이 정말 볼만하다 하니 수렵 본능이 불쑥 솟는다.

매방울 소리를 듣고 털이꾼들이 쏜살같이 달려가니 서둘러 찾지 않으면 쫄쫄 굶겨 놓은 매가 자칫 발버둥치는 꿩을 삽시간에 송두리째 꿀꺽해 버린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쓰는 ‘시치미 뗀다’는 말도 매사냥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고니나 거위의 흰 깃털을 매의 꽁지깃 12개 중 6번이나 7번에, 또 그 근방에 두개의 방울과 쇠뿔을 네모꼴(5cm 크기)로 얇게 깎아 매 주인의 주소·이름을 새긴 꼬리표(시치미)를 매단다. 옛날에는 매사냥이 널리 퍼져 있었기에 더러는 아예 시치미를 떼어버리고 이름을 바꿔다는 노략질을 하는 수가 있었겠지. 어이없게도 제가 하고도 사뭇 모른 체 시치미 뚝 떼고 오리발 내미는 넉살머리 좋고 밉상스런 놈! 그리고 매는 아주 고집스런 새라 ‘옹고집’이라 말은 ‘응(鷹)고집’에서 생겨난 것이란다.

오늘날에는 뒤쳐진 몇 나라를 제하고는 매사냥이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우리나라에 ‘매 꾼’ 몇이 남아 있다 하지만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이 어디 매사냥뿐일라고. 아무렴 매사냥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으면 ‘一鷹二馬三妾’이란 말이 생겼을까.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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