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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학 ‘퇴출’ 로드맵 나왔다
부실대학 ‘퇴출’ 로드맵 나왔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8.17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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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초 구조조정 대상후보 50여곳 확정 … 비리사학도 포함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사진 가운데)은 지난 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하위 15% 대학을 선정할 때 일률적인 지표로 선정하지 않고 수도권과 지역을 구분하는 등 다양한 기법을 논의하고 있다”라며 “등록금 인상 문제에서 인상률만 따지지 않고 절대액수도 감안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진 왼쪽은 김영길 대교협 회장(한동대 총장), 사진 오른쪽은 김윤수 대교협 부회장(전남대 총장).
9월 초가 되면 구조조정 대상이 될 대학 50여 곳이 1차적으로 추려지고, 12월이면 경영부실 대학이 확정된다. 중대한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대학은 이와 상관없이 퇴출 대상에 오른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대학 구조개혁 추진 기본계획’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 9일 부실대학 선정지표를 확정했다. 사실상 부실대학 구조조정 로드맵이 나온 셈이다.  

■ 퇴출대학 어떻게 선정하나= 9월 초까지 전국 348개 대학(4년제 202개, 전문대학 146개)을 평가해 하위 15% 대학을 가린다. 4년제 30여개 등 약 50개 대학이 구조조정 대상 후보군에 오르는 것이다. 이들 대학은 앞으로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다.

하위 15% 대학은 학자금 대출한도 평가 때 사용하는 지표를 활용해 선정한다. 이 가운데 절대지표(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환원율)가 2개 이상 기준치에 미달하면 동시에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이 된다. 홍승용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하위 15% 대학 중 5%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가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85%)의 명단을 발표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경영부실 대학은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교육지표 5개와 재무지표 3개, 법인지표 2개 등 총 10개 지표로 거른 후 실사를 통해 경영부실 대학을 최종 확정한다. 컨설팅 이후에도 지표가 개선되지 않으면 퇴출시킬 방침이다.

■ 감사원 감사, 결국 구조조정용= 경영부실 대학 선정지표 가운데 6개는 기존의 학자금 대출제한 평가지표를 그대로 사용한다. 법정부담금 부담률, 법인전입금 비율 등 법인지표 2개가 새로 추가됐다. 교육ㆍ재무지표 가운데 추가된 신입생 충원율과 등록금 의존율은 과거 대학선진화위원회가 사립대학 경영부실 진단 때 사용했던 지표다. 홍 위원장은 “부실사학의 원인에 있어 법인이 차지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했다”라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법인지표가 부실대학 선정에 유의미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중대한 부정ㆍ비리가 적발되거나 감사 결과를 이행하지 않은 대학은 구조조정 대상 대학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중대 부정비리대학’으로 분류해 별도로 퇴출한다. 홍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중대한 비리가 나오면 이를 면밀히 검토해 구조조정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 8일 시작된 감사원의 ‘대학 교육재정 배분 및 집행 실태’ 본감사에 포함된 66개 대학 가운데 45개 대학이 경영부실 또는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10곳)이거나 비리 등과 관련한 제보가 접수된 대학(35곳)이다. 전국등록금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명박 정권이 반값등록금 정책을 ‘물 타기’ 위해 들고 나온 대학 구조조정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큰 논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의 대화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과 감사원 감사 등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쏟아냈다.
■ 보건의료 정원 배정도 구조조정 연계= 교과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행정적 권한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보건ㆍ의료 계열 학과를 신설하거나 정원을 늘리려는 대학에 총 입학정원 감축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지난해까지는 총 정원 범위 안에서 다른 학과의 정원을 줄이기만 하면 됐다.

그 결과 38개 4년제 대학이 881명, 40개 전문대학이 2천37명의 입학정원을 줄였다. 이 가운데 수도권 대학이 감축한 입학정원은 4년제 15명, 전문대학 125명 등 140명에 불과하다. 구조조정의 타깃이 지역ㆍ전문대학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감사원의 본감사에서도 ‘부실 개연성이 있는 대학 운영 점검’ 대상에 오른 10개 대학 대부분이 지역 전문대학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지난 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의 분위기도 흉흉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은 “하위 15% 대학을 구조조정하면 주로 지방의 소규모 대학이 정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라고 전했다. 김형태 한남대 총장은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말이 있듯 국민이 대학과 교수를 존경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까지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게 주문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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