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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국내 유일의 서평지 출판저널 폐간 위기
[출판] 국내 유일의 서평지 출판저널 폐간 위기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06.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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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7 15:45:25

1987년 출간된 이래 15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표 서평지로 자리매김해온 출판저널이 사실상 폐간 위기에 처했다. 지난 6월 4일, 그 동안 출판저널을 발행해 온 출판금고 이사회(이사장 김낙준)는 출판저널의 발행 주체를 출판금고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이정일)로 넘기기로 갑작스럽게 결정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앞으로 6월 20일자를 끝으로 3개월 동안 휴간한 뒤, 새로 틀을 갖춰 출판저널을 다시 발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폐간과 다름없다. 그 동안 출판저널을 만들어온 기자, 광고, 영업 등 전 직원이 해고된 점과,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서평지가 이익단체 소관이 된다는 점 등이 사실상 폐간을 짐작케 한다.

출판금고는 사실상 출판저널 발간을 포기하는 이번 결정에 대해 매년 3억 원 이상 쌓이는 적자와 경영악화를 들고 있다. 실제로 올해 출판저널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1억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출판저널 내부에서는 누적된 적자보다 출판금고의 발간의지 부재에 그 원인을 두고 있다. 처음 출판저널을 출간할 당시의 목적은 출판문화 발전을 위한 공익 투자사업이었지만, 출판금고 경영진은 재정적자를 이유로 출판저널 발행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는 것. 출판금고 이사진 내부에서는 자체 폐간 논의까지 있어온 것을 볼 때, 이번 결정은 공익을 위한 투자 사업이 상업논리에 지배당했다고 볼 수 있다.

출판문화협회는 “출판저널을 끝까지 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출판저널 내부의 한 관계자는 “출판저널의 위상을 키우고 잡지를 살려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지원금에 더 탐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원금을 어떤 식으로 쓰더라도 제재나 감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작년 겨울 이정일 현 회장이 취임하면서 “출판계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출판저널을 없애자”라고 발언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 회장의 발언은 당시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출판저널의 직원들 문제가 남는다. 이사회에서 ‘전원 해고’를 결정했고, 6월 말 전 직원은 ‘정리’를 해야 한다. 부당해고에 대한 법정 증명을 준비하고 있으나 출판금고 측은 “금고가 적자라서 정리해고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 뒤인 7월 20일 창간 15주년 기념호를 준비하고 있던 출판저널 직원들은 “6개월 정도 월간으로 한시적으로 돌렸다가, 예산을 확보한 뒤 다시 격주간 체제로 꾸려나가자는 의견이 모아진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출협 이관이 결정됐다”며 아쉬움과 배신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출판저널이 출판문화협회의 기관지로 전락할 지 모른다는 것. 출판저널 한 관계자는 “출판저널은 서평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했던 10여년 동안 권위 있고 공정한 서평지로 커왔다. 이익집단인 출판문화협회의 입김 아래서 어떤 위상을 갖게 될 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출판저널의 다른 관계자는 “출판문화협회의 이사진들이 출판저널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참고서나 실용서를 주로 펴내는 이사들은 출판계에 심도 깊은 서평이 왜 필요한 지, 출판저널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 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출판저널 직원들은 성명발표와 함께 서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출판저널 편집부의 입장은 “성명 발표나 서명 받는 작업들이 폐간 결과를 되돌리지는 못하겠지만, 출판저널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알리고 15년 동안 꾸려온 국내 유일의 서평지가 없어진다는 사실에 여론을 모을 생각”이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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