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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뜨거운 열정은 무엇을 향한 것인가
이 뜨거운 열정은 무엇을 향한 것인가
  • 나도원·대중음악평론가
  • 승인 2011.08.16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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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페스티벌의 전성시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부산국제록페스티벌(제12회)의 현장. 8월 6일 비가 내리고 있지만 록에 심취한 대중들의 열광이 엿보인다.  사진= 박진호
얼마 전, <한겨레21>(2011년 7월 29일자)에‘네 멋대로 해라’라는 칼럼이 실렸다. 여름 음악축제를 대표하는‘지산밸리 록 페스티벌’과‘인천 펜타포트 음악축제’의 출연진 명단에 김완선과 디제이 디오씨(DJ DOC), 유브이(UV)와 보아, 아이돌그룹인 미쓰에이와 빅뱅의 구성원들(GD&TOP+태양)처럼 이른바 주류 가수들이 대거 포함돼 논쟁이 일었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은 이 현상이 록 마니아들의 시대착오적인 고집과 트집에서 비롯됐다는 논지를 폈다. “순수의 시대를 열망하느니 차라리 대중문화 산업이 선사하는 스펙터클한 쾌락 자체에 집중하는 게 더 생산적일지 모른다”라는 의견도 더했다. 맹목적인‘록 정신’의 강조는‘록의 허상’을 인정하지 못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러한 요지는 요점을 벗어나 있다. ‘록 페스티벌에 어울리지 않는 출연진’이라는 반응을‘록의 순수성 고수’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비록 일부 그러한 비판자가 있을지는 몰라도 이미 대부분의 관객들은‘록 정신’의 구현을 영접하기 위해 록 페스티벌을 찾지 않는다. 더구나 80~90년대 여성 댄스가수들의 음악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데, 이지연 옆에는 전영록과 유현상이, 강수지 곁에는 윤상과 하광훈 등이 있었고, 하수빈 뒤에는 예민이 있었다. 김완선에겐 산울림의 김창훈과 손무현 그리고 이장희, 또 다른 경우에는 신중현처럼 최고의 록 음악가들이 곁에 있었다. 김완선이 홀대받을 일은 없었던 것이다.

예비관객들의 비판은 록 페스티벌이라는 콘텐츠의 내용과 정체성 변화에 대한 우려 제기였으며, 각각 지향의 변화와 기업의 개입이라는 상황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이런 식으로 가면 차별성이 약해지고 재미도 없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국 남들이 엉덩이가 가렵다는데 본인만 오래전 버릇대로 자기 뒤통수를 긁은 셈이 됐다.

록 페스티벌의 원형

논쟁을 동반할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받으며 성장한 록 페스티벌의 원형은 서구에서 찾을 수 있다. 1967년에 마마스 앤 파파스 (The Mamas & The Papas)의 존 필립스(John Phillips)가 주도한‘몬터레이 팝 페스티벌’을 필두로 해 음악축제들이 잇따랐다. 1969년에 열린‘우드스톡 페스티벌’은 그 정점이었다. 교통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고, 사람들은 수풀에 널브러져 자야 했고, 편의시설은 부족했고, 공연장은 쓰레기로 넘쳐났지만,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을 막을 순 없었다.

그 배경은 대중음악의 제1차 전성기가 도래하면서 넘쳐난 소스와 새로운 세대가 느끼고 있었던 다른 형태의 문화욕구에 있었다. 그래서 록과 포크, 블루스 아티스트들이 주요 출연진이었으며, 기성질서와 다른 대중예술과 기성문화와는 다른 놀이문화가 새로운 출구를 찾은 것이다. 베트남전쟁과 68혁명과 같은 시대상황 또한‘사랑과 평화’를 기치로 내걸고 젊은이들이 모이도록 추동했다.

이와 같은 축제들은 단발성에 그쳤지만 1970년에 영국의 한 농장에서 열린‘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역사를 쌓아가며 대표성과 전통을 지니게 된다. 영국에는 ‘레딩&리즈 페스티벌’처럼 두 도시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도 자리를 잡았으며, 장르에 있어서도 영국의 도닝턴 파크에서 헤비뮤직을 중심으로 하는‘다운로드 페스티벌’로 다변화돼 갔다.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을 중심으로 성장한‘다이나모 페스티벌’은 북유럽을 중심으로 발달한 헤비메탈의 거점이 됐으며, 1985년부터 열린 독일의‘록 암 링 앤 록 임 파크 페스티벌’처럼 각국을 대표하는 음악축제들이 생겨났다. 음악산업의 발달과 함께 컨퍼런스 형태의 대규모 음악축제도 열리게 됐다. 1987년에 미국에서 시작된‘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 페스티벌’은 음반사와 미디어가 신인을 발굴해 전 세계에 소개하는 커다란 시장이자 음악축제이다.

이웃한 일본에도 1997년에 시작된‘후지 록 페스티벌’과 2000년부터 이어온‘서머소닉 페스티벌’처럼 세계적인 규모의 음악축제들이 있다. 자연을 배경으로 삼은‘후지 록 페스티벌’과 도시를 시끄럽게 만드는‘서머소닉 페스티벌’은 차별성을 지닌 채로 발전 중이다.

한국의 음악애호가들에게도 기회가 왔다. 딥 퍼플(Deep Purple)처럼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티스트들을 초대한‘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 1999년에 열린 것이다. 비록 태풍이 선물한 폭우로 행사가 중단되며 큰 실망을 남겼지만, 이 무렵부터 한국에도 록 페스티벌의 가능성이 커져간다. 1999년에 기업 쌈지의 문화사업으로‘쌈지사운드 페스티벌’이 닻을 올리고, 2000년에는 도시마케팅의 일환으로‘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이 개최되며 불씨를 이어올 수 있었다. 엄격한 의미의 록 페스티벌은 현재‘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이 유일하기 때문에 페스티벌 전반을 아우르며 살펴야 한다.

대규모의 록 페스티벌은 2006년에 부활한‘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함께 본격 그 불을 타오르게 했다. 현재는‘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분화한 기획 그룹이 주관하는‘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2009년부터 열리며 중심축이 이동된 상황이다. 이에 진로의 모색이 불가피했던‘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장기간의 거리공연과 단기간의 대형공연으로 이루어진‘인천 펜타포트 음악축제’로 변신해 진로를 모색 중이다.

‘성장’에 가려진 과제

한국에서 페스티벌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을 해외의 역사에 대입해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인디음악의 발전, 즉 소스의 확보이다. 대부분의 페스티벌 출연진 중국내 명단은 대개 인디음악인들이 채우는 이유는 비용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다른 형태의 문화에 대한 욕구이다. 특히 여성의 지위상승이 문화산업에 가시적인 영향을 주었다. 출판계의 베스트셀러에는 여전히 중장년 남성들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의 음악시장은 20~30대 여성들이 주도하는 형국이다. 비단 여성에 국한시키지 않을 경우에 음반 대신 음원을 소비하는 세대는 수집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이들이 페스티벌로 모이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페스티벌은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은 그 취향과 대상이 명확해 성공한만큼의 한계를 지적받는다. 특히 지방자치제의 시행 이후 지역브랜드를 창출하려는 지자체의 지원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인천과 부산 그리고 가평의 경우는 비교적 안정됐으나 대다수는 지자체장의 정치적 의도와 지역 내의 역학구도에 따라 명멸하고 있다.

그리고 전 방위로 영역을 확장하는 대기업인 CJ가 제작주최인‘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은 상업화에 대한 우려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의 비용은 관객들이 떠안아야 한다. 일각에선 음악애호가가 자유를 만끽하는 기분을 얻는 대신 자본의 자유는 더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한다. 거대한 담론으로 넘어가지 않더라도 우동 몇 그릇과 맥주 몇 잔만 사고 나면 현금인출기를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이처럼‘한국적 상황’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록 페스티벌은 바로 그 요인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여름철 페스티벌, 특히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 출연진에 절대적인 신세를 지고 있듯이 종속적인 프로그램에 머문다는 한계도 있다. 영화제처럼 안목을 갖춘 프로그래머들이 적은 비용으로 수준 높은 아티스트를 발굴해 전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대해야 할 모습이다. 또한 기업과 지자체의 행정당국이 아니라 지역과 결합하려 한다면, 1994년부터 캐나다의 한 도시에서 열리며 지역도시축제의 성공모델이 된‘오타와 블루스 페스티벌’을 참고할 수 있다. 이번 여름을 더 뜨겁게 달궜던 록 페스티벌들이 미래에도 인파로 출렁이게 될지, 그리고 다른 가능성은 없을지는 이렇게 다음 걸음에 달려 있다.

 

나도원·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및 장르분과장, 음악웹진 <100beat>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결국, 음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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