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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랐죠. 항상 깨끗했으니까 … 감사하고 또 죄송하더라고요”
“잘 몰랐죠. 항상 깨끗했으니까 … 감사하고 또 죄송하더라고요”
  • 옥유정 기자
  • 승인 2011.07.20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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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관리직 노동자에게 10억 기부 실천하는 건국대 교수들

사진 왼쪽부터 이철규 교수, 유왕진 교수, 김진규 총장, 문종범 교수. 이들 교수들은 수위·환경미화원·건물관리자에게 지난 2008년부터 강연료나 인세, 각종 수당 등을 모아 지금까지 4천만원을 기탁했고, 2017년까지 10년간 10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감사하고 또 죄송하더라고요. 빚진 마음을 갚으려 시작했는데 저희가 오히려 더 많은 걸 받았습니다.”

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 교수들이 교내 관리직 노동자들에게 매년 1천만원씩 기부해 온 것이 뒤늦게 알려서 화제다.

유왕진(50세)·이철규(49세)·문종범(40세) 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 교수들은 수위·환경미화원·건물관리자에게 지난 2008년부터 강연료나 인세, 각종 수당 등을 모아 지금까지 4천만원을 ‘관리직 복지사랑기금’으로 기탁했다. 2017년까지 10년간 모두 1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 유왕진 교수는 우후죽순처럼 나가는 언론보도가 부담스럽다. “기부라는 것이 특정 계층이 특정 계층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리가 가진 작은 재능들을 나누는 개념인데 말이죠.”

그가 특히 관리직 노동자들에 기부를 결정하게 된 것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쯤이었어요. 학교 축제가 끝나고, 쓰레기가 가득하고 그야말로 난장판이더라고요. 그걸 관리직 아저씨 아줌마들이 묵묵히 몇날며칠 밤을 새가면서 청소하더군요. 그런데 학생들이고 어른들이고 누구하나 음료수 하나 갖다 주는 사람도 없고 당연하단 듯이 무시하더라고요. 잘 모르는 거죠. 저도 몰랐으니까요. 항상 깨끗했으니까.”유 교수의 뇌리에는 그 장면이 강렬하게 남았다.

그 뒤부터 유 교수를 비롯한 이철규·문종범 교수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들도, 우리도 좋은 기부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명색이 교순데.” 이들 교수에게 기부란 수혜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재능을 나누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은 win-win으로 이어졌다.

“많은 고민을 했죠. 반성도 했습니다. 교수가 지도층이라고 사람들이 말은 하지만 실제로 너무 이기적인 생활들을 많이 해 왔거든요. 교수가 가진 재능은 강연하는 것과 책을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의의가 있다 보니 책도 잘 써지더라고요. 교수 연구실적도 남고요. 세 명이서 같이 쓰다 보니 어렵지도 않고 교수들끼리 친해지기까지 했죠. 오히려 저희가 기부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기부는 win-win이에요. 10을 줬는데 100을 얻은 셈이죠.”

대학본부에서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교수들이 마련한 기금에 조금씩 더 보태 샤워실, 휴게실을 마련해주고 우수 직원을 선정해서 ‘클린 에코상금’도 지원한 것이다. “그분들 얼굴이 밝아지니 우리 대학 이미지가 좋아지고, 결국 우리 이미지도 좋아지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죠. 이게 버터플라이 이펙트 아닐까요? ‘기부의 버터플라이 이펙트’.”

세 교수들은 학교에서 돌연 스타덤에 올랐다. 직원들이 교수를 먼저 알아보고, 음료수가 생기면 교수들 연구실 앞에 놓아두기도 한다. “아저씨들이 알아보는 거에요, 저희를! 어떻게 아나했더니 아저씨들 사무실에 저희 세 사람 사진을 붙여놨더라고요. 아유, 부끄럽죠. 이건 당연한 건데. 우스갯소리지만 10년 더 하란 이야기 같기도 하고. 하하하.”

기부금을 전달하는 날짜는 5월 15일. 으레 스승이 감사의 마음을 받는 ‘스승의 날’에 오히려 이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세 교수 등이 함께 쓴『리더십으로 무장하라』(영진닷컴,2011.6)의 인세는 내년 기부금에 보태진다. 리더십의 종류도 많고 책도 많이 나왔지만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세 종류의 리더십을 꼽아 재미있게 풀었다. 유 교수는 “자신을 이끄는 리더가 조직을 이끌고, 마침내 가치를 창조하는 리더로 거듭난다”라고 전했다. 행동하는 리더가 전하는 세 가지 리더십이다.

오늘 그들의 작은 날갯짓이 대학가에 훈풍을 돌게 한다.

옥유정 o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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